제 37장 성소 안의 성물 제작
이스라엘 백성들은 성막의 본체가 완성된 후 성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성소 내의 기물들부터 제작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먼저 법궤와 속죄소를 만들었고 이어서 떡상과 등대와 분향단을 만들었다.
우리는 이 기물들의 모양과 재질 등의 중요성도 반드시 알아야 하지만 그보다는 그것이 상징하는 의미와 역할을 더욱 주시함이 마땅하다.
1. 법궤 제작
성막에서 가장 중심적 기물인 법궤가 먼저 제작되었다. 특히 법궤의 뚜껑 부분에 해당하는 속죄소에 대한 상세한 기술은 법궤가 지니는 상징적 의미 중에 속죄적 기능이 크다는 사실을 시사해 준다.
속죄소는 일명 시은좌라 부르기도 하는데 하나님께서 범죄한 인간을 찾아오셔서 그의 죄를 완전히 덮어 주시는 은혜와 화해의 장소를 반영하는 명칭이다.
‘브살렐이 조각목으로 궤를 만들었으니’
시편 기자는 법궤를 가리켜 ‘주의 권능의 궤’라고 하였다.
*시132:8 여호와여 일어나사 주의 권능의 궤와 함께 평안한 곳으로 들어가소서.
이 법궤는 조각목으로 만들었으며 크기는 가로가 112.5cm, 세로가 67.5cm, 높이가 67.5cm인 상자였다. 안과 밖은 정금으로 싸였으며 아래쪽 내 귀퉁이 발에 금고리를 부착하였다고 했는데 법궤는 다리가 없고 몸통뿐이다.
금고리는 운반용 채를 끼워 운반할 목적으로 만들었다. 법궤의 위쪽은 속죄소가 있어 뚜껑 역할을 하였다. 이 법궤는 후일에 십계명 돌판과 아론의 싹 난 지팡이, 그리고 만나를 담은 금항아리가 보관되었다.
법궤는 이스라엘의 광야 40년 동안 하나님의 임재와 도우심의 상징으로 여겨져 매우 신성시 되었다. 법궤는 항상 지성소에 보관되었는데 유다 왕국의 멸망 후에 법궤의 존재에 대하여 더 이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조각목은 아라비아 반도에서 흔히 나는 아카시아 나무의 일종으로 재질이 단단하고 내구성이 강한 특성이 있다. 어떤 이들은 조각목을 그리스도의 인성을 나타내며, 그 위에 정금을 덧입힌 것은 그리스도의 신성을 나타낸다고 하는데 일리가 있다.
마치 호렙 산에서 가시나무 가운데 붙은 불로 나타나신 여호와 하나님을 연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법궤의 윗가로 금테를 만들었는데 이는 뚜껑인 속죄소를 보호하는 역할과 동시에 아름다움을 고려한 장식이었을 것이다.
‘순금으로 속죄소를 만들었으니’
속죄소를 뜻하는 말 ‘카포레트’는 ‘덮는다.’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뚜껑’ ‘덮개’라는 말이다. 곧 하나님께서 인간을 속죄한다는 말은 인간의 죄를 덮어서 가려 주시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사43:25 나 곧 나는 나를 위하여 네 허물을 도말하는 자니 네 죄를 기억하지 아니하리라.
조각목으로 만들었던 성막의 널판이나 법궤, 진설병상, 분향단과 달리 속죄소는 등대와 마찬가지로 그 자체를 전부 순금으로 만들었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이는 속죄판 위에 그룹을 조형해야 하는 제작상의 어려움보다는 속죄소의 중요성이 더 중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법궤와 마찬가지로 속죄소의 규격은 길이가 114cm, 넓이가 68.4cm, 로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법궤와 동일하게 만들었다. 속죄판과 그룹을 따로 만든 후 그것을 용접해서 붙인 것이 아니라 속죄판의 금을 망치로 쳐서 늘인 후 그것으로 그룹을 조형한 것이다.
이 그룹들은 얼굴을 서로 마주 보고 있으며 날개로 속죄소를 덮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이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본다.
첫째, 그룹들이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이기 때문이며 하나님께서 여기서 이스라엘 백성들과 만나시기 때문이다.
*사37:16 그룹 사이에 계신 이스라엘의 하나님 만군의 여호와여 주는 천하만국에 유일하신 하나님이시라. 주께서 천지를 만드셨나이다.
둘째, 속죄소는 하나님이 친히 인간을 찾아오셔서 죄를 덮어 주시는 은혜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셋째, 그룹을 속죄소와 하나로 연결시키고 있는 것은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곳에는 항상 그분을 보필하는 천사들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넷째, 하나님께서 속죄소를 늘 주시하시며 지키고 계심을 상징한다.
속죄소는 대제사장이 1년에 1차씩 들어갈 수 있는 지성소에 안치된 법궤의 뚜껑 부분이다. 이 속죄소는 하나님의 임재의 장소로서 죄인된 인간이 함부로 접근할 수 없고 오직 대제사장만이 대속죄일에 속죄를 상징하는 피를 가지고 다가갈 수 있었다.
이는 인류의 영원한 대속 제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공로로 죄인이 의롭다하심을 받고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예표하는 것이다.
*롬5:8-9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그러면 이제 우리가 그의 피로 말미암아 의롭다 하심을 받았으니 더욱 그로 말미암아 진노하심에서 구원을 받을 것이니..
그런데 속죄일에 대제사장이 백성을 위해 피뿌리는 의식을 거행할 때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구름이 속죄소 위에 내려와서 덮었다. 따라서 이 속죄소는 법궤의 뚜껑이기는 하나 우리가 정확히 형상화 할 수 있는 어떤 모형은 아닌 것이다.
또한 속죄소는 두 그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이스라엘 가운데 하나님의 임재를 나타내는 두 그룹 사이의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 공간은 사람이 임의로 한정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사6:1-3 웃시야 왕이 죽던 해에 내가 본즉 주께서 높이 들린 보좌에 앉으셨는데 그의 옷자락은 성전에 가득하였고 스랍들이 모시고 섰는데 각기 여섯 날개가 있어 그 둘로는 자기의 얼굴을 가리었고 그 둘로는 자기의 발을 가리었고 그 둘로는 날며 서로 불러 이르되 거룩하다 거룩하다 거룩하다 만군의 여호와여 그의 영광이 온 땅에 충만하도다 하더라.
이러한 속죄소는 비록 하나님의 현현을 볼 수 없으나 그분이 분명히 이스라엘 가운데 내려오시고 화해와 속죄의 은총을 베푸신다는 확신을 가지게 해 주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정죄하고 영원한 죽음에 이르기를 원하시는 분이 아니라 그들이 죄를 용서받고 하나님과 화목 되기를 원하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희생 제물의 피가 뿌려진 속죄소는 신약 시대에 와서 예수 그리스도가 못 박히신 골고다의 십자가인 것이다.
*요일4:10 사랑이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 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
2. 진설병 상의 제작
성소 안의 기구로 첫 번째 기물은 진설병 상의 제작이다. 진설병은 이스라엘 12지파를 상징하기 위하여 매 안식일마다 12개의 떡을 진설하도록 만들어졌다. 이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하여 온 이스라엘이 감사하는 표시이며, 백성들의 온전한 헌신의 표시이며 동시에 생명의 떡의 근원이 하나님께 있음을 고백하는 신앙고백의 상징적 예물이다.
‘그가 또 조각목으로 상을 만들었으니’
이 상의 크기는 가로가 90cm, 세로가 45cm,이었는데 높이가 67.5cm, 정도의 다리가 있었다. 이 상은 조각목으로 만들고 그 위에 금으로 입혔다. 이 떡상과 진설하는 떡은 생명의 떡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한다.
*요6:47-51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믿는 자는 영생을 가졌나니 내가 곧 생명의 떡이니라. 너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어도 죽었거니와 이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떡이니 사람으로 하여금 먹고 죽지 아니하게 하는 것이니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떡이니 사람이 이 떡을 먹으면 영생하리라. 내가 줄 떡은 곧 세상의 생명을 위한 내 살이니라. 하시니라.
상의 둘레에는 떡이 떨어지지 않도록 손바닥 넓이만한 턱이 만들어져 있었다. 상의 둘레에, 네 발 위에는 운반용 채를 꿸 수 있도록 금고리 네 개가 부착되어 있다. 상 위에 두는 기구는 대접과 숟가락, 잔과 병을 금으로 만들었다.
3. 등대 제작
진설병 상의 반대편에 놓여 있는 등대에 대한 제작이다. 이 등대는 성소 안을 밝게 비춰 주어 성소 내에서 봉사하는 제사장이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해주는 기능을 가진다. 본문을 살펴 보면 등대는 주물을 부어 만든 것이 아니다.
즉 금을 녹여서 조각된 형틀에 부어 만든 것이 아니라 금 한 덩이를 일일이 손으로 두들겨 쳐서 만들었다. 성소 내의 다른 기물들처럼 조각목으로 만든 후 금으로 입힌 것이 아니라 순전한 금 하나만 재료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등대는 오늘 날 이스라엘 국가의 상징이 되고 있다. 특히 등대와 모든 기구를 만드는데 사용된 금의 중량이 한 달란트인데 이는 등대에 금이 많이 사용된 것을 보여준다. 한 달란트는 34kg이다.
‘그가 또 순금으로 등잔대를 만들되’
속죄소를 만들듯이 금 한 덩이를 망치로 쳐서 늘여 등잔대의 형태로 만들어 나갔다. 이것은 고도로 숙련된 연금 기술이 있어야 한다. 기본 축을 이루는 중앙의 줄기로부터 좌우에 각각 3개씩 뻗은 가지가 있다. 따라서 중앙의 줄기까지 합하면 7개의 가지가 되는데 7이라는 숫자는 등대가 완전한 빛을 발한다는 상징수로 볼 수 있다.
여섯 가지에 있는 18개의 잔과 등대 줄기에 있는 4개의 잔을 합하면 모두 22개의 잔이 달려 있으며 이 잔들은 7개의 등잔과는 달리 살구꽃 형상의 장식품으로 불을 켜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살구꽃은 특별히 보호, 경성, 희망, 등을 상징하는 꽃이다. 그리고 등대에서 발하는 빛은 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요8:12 예수께서 또 말씀하여 이르시되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둠에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등대는 포도나무 같이 가지가 뻗어 있어 그 모양이 마치 예수님의 포도나무 비유를 연상시켜 준다. 즉 이것은 가지가 줄기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연합 관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4. 분향단과 관유와 향 제작
성소의 기물 중에 마지막으로 제작된 것은 분향단이다. 지성소 휘장 밖 성소 중앙에 배치될 분향단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기 위해 향을 피워 올리는 곳이다. 이 향은 제사장이 매일 아침 등불을 끌 때 피웠는데 여기서 피워 올리는 향은 그리스도의 온전한 헌신과 기도를 예표한다.
그리고 관유는 성물과 성막 봉사자에게 각각 발라 거룩한 존재로 구별하는 것으로 이것은 성령의 새롭게 하심을 예표하는 것이다.
‘그가 또 조각목으로 분향할 제단을 만들었으니’
이 단은 지성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놓였는데 그 이유는 하나님에 대한 헌신과 봉사보다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 바른 영적 관계를 정립하는 점이라는 것이다. 주님은 사역을 앞두고 항상 한적한 곳을 찾아 하나님께 기도하였다.
분향단의 윗부분 내 모서리에 돌출시킨 뿔은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 기도의 권세와 능력을 상징한다. 이 단의 규격은 가로가 45cm, 세로가 45cm의 정방형이며 높이는 90cm정도였다. 향단 위에는 향그릇이 놓여 있었다.
단의 윗가를 돌아가며 테를 만들고 그 테 아래 양쪽에 금고리 둘씩을 만들었으며 채를 꿰어 매게 하였다. 분향단은 다리가 없는 통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채는 위쪽에 있었다.
‘거룩한 관유와 향품으로 정결한 향을 만들었으되’
제사장이나 왕이나 선지자를 세울 때나 성막의 기구들을 거룩히 구별할 때 붓는 기름이 관유이다. 향품은 몰약과 육계와 창포와 계피 등을 가지고 만든 향이다. 분향단에서 태울 향은 소합향, 나감향, 풍자향, 유향에 소금을 쳐서 만들었다.
이러한 향은 진한 향기를 발하였는데 이는 빈들이나 산에서 드린 예수 그리스도의 눈물어린 간구와 피땀흘린 기도를 의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