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패션의 정수
영화 속 패션을 일컬을 때 가장 먼저, 또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인물.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오드리 헵번의 패션을 빼면 영화 패션은 논할
수가 없다.
<로마의 휴일>의 깜찍한 롱 개더스커트와 블라우스, 스트라이프 스카프 룩으로
패션계에 한 획을 그은 그녀는 <사브리나>를 통해 깜찍함과 시크함을 넘나드는
진정한 패셔니스타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가장 압권인 영화는 바로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다.
지방시 블랙 드레스에 롱 장갑, 화려한 목걸이를 한 차림으로 뉴욕 5번가 티파니
매장 쇼윈도를 들여다보는 장면은 그 하나만으로 ‘헵번 룩’을 완성했고,
그녀의 스타일은 지금도 클래식 패션을 이야기할 때 빠짐없이 회자되고 있다.
우아한 품격의 레이디라이크
모나코의 왕비였던 그레이스 켈리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뮤즈였다는 사실을
아는지. 동갑내기인 오드리 헵번이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인기몰이를
했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우아한 외모와 다르게 스릴러 영화의 거장과 호흡을 맞추며 연기 열정을 발산
했던 것. 스크린에 비치는 여배우의 의상에 광적인 집착을 보였던 히치콕 감독은
그레이스 켈리가 패셔니스타로 발돋움하는 데 도움을 준 일등공신이었다.
그레이스 켈리는 <이창>에서 블랙 시폰 소재의 드레스와 실키한 화이트 홀터넥
블라우스에 진주 목걸이를 매치해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나는 결백하다>에서도 그녀는 여신 같은 하늘색 드레스를 통해 우아미의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한 가지 모습에만 머무르지 않고, 옐로 컬러
스윔웨어에 화이트 선글라스를 매치한 경쾌한 룩을 통해 패션에 있어 오드리
헵번의 대항마임을 증명했다.
믹스 앤 매치의 교과서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라 제시카 파커는 ‘믹스 앤 매치’라는 말을 패션지에
도배시킨 주인공이다.
<섹스 앤 더 시티> 드라마와 영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패션을
담당한 패션디자이너이자 스타일리스트 패트리샤 필드의 스타일링도 든든한
역할을 했지만, 잘못 입으면 난해할 수 있는 화려하고 과감한 패션을 시원하게
소화한 사라 제시카 파커의 ‘옷발’도 한몫했다.
잘 때까지 진주 목걸이를 차고 침실 가운조차 세련된, 그녀가 입은 수많은 옷들
중에서 가장 박수를 보내고 싶은 룩은 <섹스 앤 더 시티 2>에서 에이든과 재회할
때 입었던 룩이다. 디올의 빈티지한 티셔츠와 보라색 스커트에 마놀로 블라닉의
구두를 신었는데, 사라 제시카 파커도 인터뷰를 통해 본인이 가장 마음에 든
패션으로 꼽았으며 스커트는 특별히 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신비롭고 고급스러운 패션
이탈리아 상류층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아이 엠 러브>를 통해 중성적인 매력에서
벗어나 여성미를 어필한 틸다 스윈튼. 그녀의 신비로운 매력은 절제되면서도
고급스러운 상류층 패션을 통해 빛을 발했다. 위베르 드 지방시가 헵번을 창조했듯
이, 이 영화 속에서 틸다 스윈튼의 패션은 당시 질샌더의 수석 디자이너이자 현재는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인 라프 시몬스가 탄생시켰다.
그 결과 질샌더와 에르메스가 가득한 영화가 되었지만, 주황색 팬츠에 셔츠를 입고
진주 목걸이를 늘어뜨리는 패션센스로 틀에 갇히지 않은 스타일링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