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해저에는 엄청난 양의 원유와 천연가스 등이 묻혀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대체로 추정하자면 석유는 900억 베럴, 천연가스는 44조 입방미터 정도로 보고 있다. 석유는 사우디 유전 수준이고, 천연가스는 전세계가 1-20년 정도 소비할 수 있는 정도의 엄청난 양이다. 그러나 북극은 오래 동안 쓸모 없는 바다로 버려져 있었다. 수천 Km에 달하는 두께의 두꺼운 얼음을 뚫고 그 아래 해저 4000 미터가 넘는 바닥 관통하는 구멍을 뚫어 석유와 가스를 끄집어 낸다는 것이 엄청난 비용을 요구하는 작업이라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양상이 달라졌다. 석유값이 워낙 오르다보니 과거 고비용이라고 생각했던 북극 유전도 한번 채굴해 볼만하다는 판단이 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자꾸 녹아내리고 있고 앞으로 2037년 쯤 되면 북극에 얼음이 완전히 사라지고 온전한 바다가 드러나리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있던 북극해의 영유권 문제가 이제는 관련 당사국 사이에서는 잡기만 하면 국운을 완전 역전시킬 수 있는 로또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는 재해권이 곧 물류장악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부산에서 유럽 북부의 함부르크나 로테르담 등으로 화물을 보내려고 할 때 현재의 방법으로는 중국 해안을 따라 인도 남쪽, 아라비아 반도 남쪽을 지나 홍해, 수에즈 운하, 지중해 관통, 스페인 돌아서 들어가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러나 처음부터 알라스카와 러시아 사이의 바다를 지나 북극해를 통과하는 루트가 개척된다면 운송비가 1/3로 급감한다. 실제로 얼음이 많이 녹는 여름철 몇 주간 동안은 이 루트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09년 7월에 울산-북극해-로테르담 노선의 성공적인 항해를 마쳤다. 결국 북극해를 장악하는 나라는 엄청난 자원과 물류를 장악하게 된다는 결론에 달한다. 로또의 캐치프레이즈가 “한방에 인생역전”이라고 한다면, 북극해 한방으로 한 나라의 역사를 역전시킬 수 있는 로또임에 틀림 없다.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러시아이다. 지리적으로 볼 때 북극해의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나라들 가운데는 미국을 제외하면 그래도 가장 강력한 나라인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러시아는 심한 콤플렉스에서 탈출해 보기 위해 몸부림치는 중이다. 70년 동안 냉전구도를 바탕으로 미국과 함께 세계의 양강으로 군림하다가 어느 순간 공산주의가 몰락하면서 3류 국가의 나락으로 떨어진 입장에서 과거에 대한 향수를 느끼며 다시 한번 세계의 중심국가로 발돋움하고 싶어하는 야심을 북극을 통해서 실현하고 싶은 것이다. 그 외에 캐나다, 미국,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그리고 독립을 추진 중인 그린란드 등이 영유권 분쟁에 뛰어들고 있다.
문제는 유전과 가스전 채굴권을 어느 나라가 갖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 쉽게 결정될 수 없다는 점이다. 북극해에 대한 영유권은 국제법에 따라서 그런대로 정리될 것이다. 해안선을 따라 12해리의 수역은 영해로 영토와 같은 개념의 관할권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고, 해안에서 200해리의 경우는 배타적 경제수역이라는 이름으로 영해는 아니지만 영해와 마찬가지로 독점적 사용권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200해리 안에도 안들어가는 지역은 공해로 특정한 국가에 속하지 않은 중립해역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각 나라의 해역에서 12해리 200해리를 설정하게 되면, 서로 겹치는 수역이 생기게 될 터인데 이 부분을 어떻게 나누느냐 하는 문제로 한바탕 밀고 당기게 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해저의 유전과 가스전이 어느 나라의 해역, 혹은 어느 나라의 배타적 경제수역에만 얌전하게 정리되어 배치된 것이 아니라, 한 유전과 한 가스전이 이나라 저나라의 수역과 공해 수역에 무질서하게 걸쳐 있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럴 경우 모든 나라가 경쟁적으로 시추 구멍을 뚫고 서로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며, 석유와 가스를 끌어내면서 단일유전에 대해 서로 개발권을 주장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결국 유전과 가스전을 놓고 국제적 분쟁이 벌어지게 되는 결과가 된다. 때문에 지금부터 각 나라는 유전과 가스전의 연고권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그 근거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샤마노프 공수부대 사령관은 지난 2009년에 북극지점에 러시아 공수부대를 낙하산으로 낙하시키는 행사를 추진했었다. 명분은 1949년에 소련의 과학자가 최초로 낙하산을 타고 북극에 내린 사건의 60주년을 기념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북극에 처음 발을 디딘 사람은 1909년의 미국인 탐험가 피어리이지만, 그는 개가 끄는 썰매를 이용해 북극에 접근했으며, 낙하산을 이용한 낙하는 소련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와 북극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캐나다가 발끈하고 나섰다. 북극에 낙하산이 내리는 것도 신경쓰이는데 하필이면 왜 공수부대냐는 것이다. 공수부대가 오면 전투기로 맞아주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결국 이 계획은 무산되었다.
이 말고도 각국은 여러모로 북극과의 인연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과학자들의 해저탐사를 바탕으로 로모노프 해령의 연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해령은 해저산맥을 말한다. 로모노프 해령은 시베리아에서 시작해 캐나다 북부 앨즈미어섬까지 이어지는 해저산맥이다. 이 해저산맥이 러시아에서부터 출발한 대륙붕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캐나다 역시 나름대로의 과학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오히려 이 해저산맥은 캐나다에서 출발하여 러시아까지 뻗은 것이니 자신들의 것이라고 우기고 있다. 결국 이 해령을 먹으면 북극 유전도 먹는 것이니 어떻게든 자신들에게 유리한 증거들만을 서로 상대방 영토 코앞까지 모두 자기 것이라는 일방적인 주장을 서로 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07년 러시아는 북극점까지 핵추진쇄빙선으로 뚫고 들어가 거기서부터 수천 미터 두께의 얼음을 뚫고 해저 4,200 미터 바닥에 특수 티타늄으로 제작된 러시아 국기를 꽂는 퍼포먼스를 감행했다. 앞으로 이 지역의 제해권을 쟁취하기 위한 군비경쟁도 심해 질 것 같다. 러시아는 당장 쇄빙선 함대와 공수부대를 일부씩 차출하여 북극군을 창설할 계획이다. 군비 경쟁 분야에서는 러시아가 훨씬 앞서간다. 러시아는 현재 84척의 쇄빙선을 보유하고 있고, 그 중에 8척은 원자력 쇄빙선이다. 또 북극 감시 및 탐지용 인공위성 7기를 발사할 예정이다. 반면 나머지 나라의 쇄빙선 보유 현황을 보면 그나마 노르웨이가 10척으로 가장 많고, 미국은 단 두 척 뿐이다. 게다가 러시아는 앞으로 좀더 북극군을 보강하기 위해 쇄빙선을 추가 발주한다는 계획이 있다.
쇄빙선의 수와 상관없이 러시아 입장에서는 가장 껄끄러운 상대는 미국이다. 경제적으로나 외교, 정치적 영향력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러시아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들과는 한판 겨루어 볼만 하다고 느꼈을 법 하다. 그러나 미국은 다르다. 러시아 입장에서 워낙 버거운 상대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더 갑갑한 것은 미국이 북극 제해권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이유가 러시아의 치명적인 실수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원래 알라스카는 소련 영토였다. 알라스카만 없다면 미국이 북극의 제해권 분쟁에 뛰어들 근거는 하나도 없다.(없어도 뛰어 들었겠지만) 그런데 한순간의 판단 실수로 쓸모 없는 땅이라고 판단한 알라스카를 미국으로 헐값에 팔아넘긴 것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된 것이다.
여하튼 미국, 캐나다, 러시아 등 주요 북극 인접 국가들은 장차 있을 북극의 제해권 다툼에 대비해 지금부터 아주 큰 돈을 들여가며 공을 들이고 있다. 북극의 얼음이 녹는다는 전제하에서 지구 온난화가 가져다 줄 대박을 건지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얼음이 녹을 것에 대비한 투자를, 얼음이 녹지 않도록 하기 위한 투자로 바꾸어야만 그들도 살고 지구도 사는데.... 그들은 그것을 모르고 있는 듯하다.
정말 멍청한 짓하고 있다.
첫댓글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는 근거도 사실 명확하지 않아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