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도 맞지 않는 작은 의자에 내 몸을 맡기는, 그래서 허리가 아픈.. 나는 선생님입니다.
내가 없을 때 혹시나 무슨 일이 벌어 지진 않을까 걱정되서 맘 놓고 화장실조차 못 가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아이들의 작은 상처 하나에 가슴이 철렁하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컨디션이 매우 안 좋아도.. 혹시 슬픈 일이 있어도.. 언제나 상냥하게 웃어야 하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아이들의 똑같은 질문이 10번 넘게 반복 되어 화가 차올라도.. 이내 진정시키고 대답해 줄 수 있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가위질을 정말 스피드로 할 수 있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아이들이 떨어뜨린 밥풀 자국이 정말 힘겹게 느껴지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소풍갔다 돌아오는 차안, 아이들이 피곤해 모두 잠들어 있을 때도..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긴장하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소풍이나 견학을 갔을 땐 마트에 있는 과자란 과자는 다 맛볼수 있는... 아이들이 집어 주는 김밥 하나씩만 먹어도 점심을 따로 먹지 않아도 배부른.. 나는 선생님입니다.
약했던 비위가 점점 강해져 밥먹다가도 .. 아이들의 뒤처리와 오바이트 까지.. 아무렇지 않게 처리 할 수 있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아이를 혼내다가도.. 빠짝 긴장한 표정이 귀여워 이내 웃 어버리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주말에도 그 다음주에 해야할 일들을 ..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작은 아이들을 대할 땐 무릎 끓고 눈 높이를 맞춰주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점심시간에 밥을.. 초스피드로 먹어야 하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쇼핑이라도 갈 땐.. 혹시 학부모가 있나 없나 눈이 레이저로 변하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문구점이나 화방에 있는.. 재료들의 명칭을 거의 다 알 수 있는. . 나는 선생님입니다.
출근 길 어린이집이 보이면.. ‘화내지 말자’라고 다짐하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모든 상황을 쉬운 단어들로 골라.. 설명할 수 있는 나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피아노, 미술, 율동, 노래, 컴퓨터 등.. 다방면에 재능이 있어야 하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동화를 읽어 줄 땐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언니, 오빠, 아기 등의 목소리 외에도 도깨비, 동물 등 모든 형태의 목소리를 자유자제로 내야 하는 .. 그러다가 주인공이 너무 많을 땐 어떤 목소리였는지 헷갈리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박물관 같은 견학지에선 .. 구경은 뒷전이고 하루 종일 인원 수 체크하기 바쁜.. 나는 선생님입니다.
집에선 못 잡는 벌레를 어린이집에서는 용감하게 잡을 수 있는 초인적인 능력이 생기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가끔 투명한 도깨비와도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들리지도 않는 전화기에 대고 경찰아저씨와 통화하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맘 놓고 아플 수도 없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어린이집에 들어 갈 때는 예쁜 모습 으로, 하지만 나올 때는 완전 폐인이 되어 버리는,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거울 한번 제 대로 못 보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하루 종일 천사들과 함께 하고 그 천사들의 우상이며 그 천사들의 스승인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언젠가 그 천사들이 내 가르침을 받고 자라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이가 되길 바라는 나는 선생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