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아현동-충정로 인근에서는 제법 규모가 큰 교회에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나름 이름이 널리 알려진 목사를 초청해서 집회를 연다는 현수막이었다.
집회 주제를 보니 큰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하늘 문을 여소서"
그 문구를 읽는데 한숨이 먼저 나왔다.
그리고 슬픔이 몰려왔다.
'한국 개신교가 정신을 차리려면 아직도 멀었구나' 싶었다.
만약 지금이 1980년대였다면 '하늘 문을 여소서' 같은 구호가 먹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2024년이다.
지금 한국 개신교에 필요한 것은 '하늘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사는 이웃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지금 한국 개신교가 할 일은,
하나님의 마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굳게 닫아놓고 과연 하늘의 마음을 열 수 있을까?
100% 불가능하다.
종교의 말기 현상 중 하나는,
그 종교 언어의 '게토화'가 격화되는 것이다.
지금, 아니 진작부터 한국 개신교의 언어가 그랬다.
온갖 현란한 종교 언어를 늘어놓지만 알고 보면 모두 예배당 안에서 소비되는 언어 투성이었다.
그걸 사람들은 '은혜'라고 착각했다.
그런데 교회 내부에서 마구 통용되는 은혜로운 말 때문에 교회 밖 사람들이 겪는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
그래서 결국 한국 개신교가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한국 개신교가 하나님의 마음을 얻고 하늘 문을 열고 싶으면 먼저 이웃의 마음을 얻는 일부터 힘쓰기 바란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먼저 솔선수범해서
정직하고, 정의롭고, 손해보더라도 기꺼이 양보하고,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기 바란다.
그래야 예배도 열납되고, 기도도 하늘에 상달되는 것이다.
첫댓글 지금, 교회가 해야할 일은 이 땅 이웃들의 마음을 여는 것..!!
아직 멀었구나ㅠ
하늘 문을 열고 싶으면 먼저 이웃의 마음을 열어야함을 그들은 모르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