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정년 퇴임을 기념하며
연탄장사에서 환경미화원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길 쓸던
우리 아버지
19년 하루도 빠짐없던 부지런한 새벽 속의
우리 아버지
소주 몇 잔 걸치고 눈물 흘리며 주무신 어제
그리고 오늘
우리 아버지 정년 퇴임했다고 하나 둘 찾아오신
어릴적 유모 영준 아지매 내외, 영도 아지매 내외,
혜영이 아저씨 둥근 상 둘러 앉아 과메기, 상추, 실파,
배추, 마늘을 늘어놓고 초장에 살살 찍어 먹는 저녁
"진원 아부지요, 수고했니더. 고마 한 잔 하소.
20년이 넘는 이웃인데 앞으로도 오래 함께 살고
건강하게 삽시더."
"야아, 가라입시더."
콩나물밥 잘하는 영준 아지매 사회 보며
아버지 정년 퇴임 축하하는 날
"진원이 니도 한 잔 해라."
나도 기뻐 울며 웃음 짓는 오늘 저녁
영도 아저씨가 주신 소주 석 잔에
얼큰 달아오는 취기
"오늘 막하 취하네. 쥑이네.
날 잡아가꼬 또 한 잔 하입시더"
사랑이란 말 몰라도
사랑할 줄 아는 오랜 이웃 앞에서
슬그머니 마름버짐처럼 번져가는
12월 어느 얼큰한 해피 크리스마스의
아버지 미소
:
육십 평생 고생하신 아버지가 어제 정년 퇴임하고 돌아오신 날
못난 아들은 늦은 저녁 몇 장의 편지를 아버지 머리맡에 올려두었습니다.
아버지의 쓸쓸함을 언제 아셨는지
이웃 사촌 모두 오셔서 아버지 정년 퇴임을 축하해주셨습니다.
아부지 고생했다면서 여기 저기 채워지는 술잔의 놀음에
아버지 기분은 최고였고 옆에 과메기 줏어먹던 저도
소주 석 잔에 얼큰해지고는 참 고맙고 사랑스러운 크리스마스.
오후4시 기약없이 찾아온 영준 아지매가 과메기랑 안주꺼리 싸들고
찾아오면서 여기 저기 이웃 불러낸 모습이 왠만한 사회사업가 못지 않았고
안주맛도, 사회도, 분위기도 최고였습니다.
서로 축하해주고 이제는 좀더 자주 보고 한 잔 하자는 그 말씀
얼마나 큰 위안이고 희망으로 들리던지
어제 우리 아버지는 정년 퇴임을 하셨고
오늘은 온 이웃이 우리 집에 모인 날
즐거운 성탄절까지 겹치니 큰 경사가 났습니다.
축하해주세요. 하하하~
첫댓글 축하합니다. 그렇게 이웃 사랑 속에 살아오신 날들을... 아직은 일을 그만 두실 연세가 아닌데 퇴임하셨으니 한편 걱정되기도 하지만, 잘 해내시리라 믿습니다.
진원이형의 따듯한 그 편지에.....사랑은 변함이 없을 겁니다....진원이 형의 아버님의 정년퇴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행복한 아버지신 것 같습니다. ^^ 지나온 날들에 대한 보상은 한없는 것이겠지만, 소주 한 두잔에서도 기쁨과 행복을 누리시는 모습이 상상이 갑니다.
진원이 아버지 축하드립니다. 지원이의 마음 따뜻한 그 미소가 정말 보고싶습니다^^
글 속에 사랑이 묻어납니다. 어제 저희 아버지께서 술 드시고 전화하신 일이 생각납니다. 글을 읽는 동안 따뜻한 삶이 눈물이 됩니다.
축하드립니다. 자신의 일을 소중히 생각해 주는 자녀가 있어서 진원오빠의 아버님은 행복하신 분이라 생각이 듭니다. 노인복지를 공부하며 가슴에 남은 한 가지가 있다면 어르신의 인생이 어떠했던 간에 살아온 인생이 참 귀하다는 것입니다. 오빠를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되어 감사합니다.
진원아,,,, 난 왜 자꾸 너의 마음이 신경쓰이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맘껏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네,, 진원아 난 너가 실컷 울고 실컷 웃고 실컷 화내고,, 그런 표현들이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지? 친구야! 힘내라 화이팅이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