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극성을 부리기 직전,
요란스런 크리스마스가 끝난 직후인 아내의 기일에
빠리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기차안에서
등산복 차림의 한 빠리지엔느를 만났다.
옆자리에 앉자 마자 충전기를
서로 먼저 사용하려다 손등이 부딪치자
그녀가 잽싸게 먼저 자신의 코드를 끼운다.
“Désolé, je crois que c’est a moi”
(미안, 내가 먼저 찜 했어요)
“Mon garçon, tu es si rapide.
Dame d’abord, comme toujours. ”
(정말, 민첩하시군요.
레이디 퍼스트, 당연히)
창밖에는 눈이 펑펑내리는 겨울 기차는
생전 처음 보는 이방인들 사이를
이상하리 만치 편안하게 해준다.
내숭을 떨 필요도
체면을 차릴 이유도 없는
지난 해 사망한 남편의 기일에 바르셀로나에서
홀로 지칠 때까지만 빠리로 되돌아 걷을 것이란
그녀의 말에 내심 무척 놀랐지만
나 또한 아내의 기일에 바르셀로나에 내려서
반대쪽인 산티아고를 향해서 맘 내킬 때 까지만
걸을 것이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자신의 품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저 세상으로 보내 본 사람들에게
남겨진 사람들이 살아내야 할 삶은
극한의 이중성이 있다.
우선 남겨진 자의 죄책감이나 아쉬움은
그렇다 치더라도
더 중요한 이면에는
솔찍 담백하게 인생을 바라보게 해준다.
자신을 과대 포장을 할 필요도 이유도 없고
잘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에 대해
아는 체, 똑똑한 체 할 필요도 없다.
그냥 내가 한 존재임으로 충분하고
타인들도 모두 각자가 충분하게
아름다운 존재임을 인정하게 해준다.
죽은 자가 남아 있는 자에게 주고 가는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Life is integrated!
Becoming Real person,
Being connected to whole
바르셀로나에서 내린 우리는
내 년 봄에 다시 빠리에서 꼭 만나기를 약속했다.
성 페트릭의 날인 3월 17일에
오후 3시 17분에
Gare de Lyon 역 l'Electricite 석상 앞에서…
It’s the beginning of a love story?
Maybe…Maybe not…
Perhaps it's nothing but a story of LOVE.
하지만 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우린 거주지와 전화번호를 주고 받지 않을 만큼
눈 내리는 날 기차 속에서의 우연의 위대한 힘을
너무 과신했던 탓에
며칠 후에 전염병으로 국경이 막혀버릴 줄은
꿈에도 상상치 못했다.
Instant Crush.
A perfect, flirtatious
Mesmerizing hours…
6시간의 황홀한 시간
Wasn’t it Enough?
For our serendipity that our lives has given to us!
돌이켜보면
참으로 그것으로 충분했다.
고맙기 그지 없는 일이다.
해서 세상은 참으로 살만한 곳이 되지 않았던가?!
눈이 내리네
내 마음에
눈이 내리네.
La neige tombe
dans mon esprit…
La neige tombe...
첫댓글 언제나 향기로운 좋은 글 주셔서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