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 간부 쿠폰 몰아주기 개입, 공정위 조사 진행 중 "임직원 형사처벌 사실 확정되면 상장 과정에도 악영향" 요기요 대체할 M&A·'모텔 대실앱' 이미지 개선 시급
야놀자 지난해 매출과 기업공개(IPO) 발표 당시 제시한 예상 매출액. 그래픽=이진휘 기자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야놀자의 상장 추진 계획에 연이은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외형 확장 좌절과 불공정거래 이슈가 연내 상장 계획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야놀자 간부급 직원이 아내 명의 호텔에 쿠폰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으로 현재 공정위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일반 직원의 일탈만으로 과도한 쿠폰 몰아주기가 성립될 수 없어 간부의 영업권한 개입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해당 호텔은 서울 관악구에 소재한 곳으로 64만원 상당 쿠폰이 2차례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금액은 간부 권한으로 가맹점에게 지급 가능한 한달치 쿠폰에 달한다. 이 호텔을 제외한 일반적인 호텔 쿠폰 지급 금액은 1~9만원 정도다.
야놀자는 이전에도 지속적인 불공정거래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야놀자는 지난해부터 가맹점주들로부터 고액의 광고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광고비, 수수료 등을 과다하게 부과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아왔다.
지난 29일엔 할인쿠폰 발급, 광고상품 노출기준 등 핵심 정보를 가맹점 계약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이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보완 권고를 받았다. 공정위 조사 도중 야놀자는 광고계약 체결 과정에서 이용약관에 대한 숙박업소의 동의나 전자서명 등 확인조치가 없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야놀자 관련 잇따른 불공정거래 이슈가 보고되고 있어 상장 추진에도 부정적 영향이 가고 있다. 특히 이번 쿠폰 몰아주기 논란이 사실로 밝혀지면 추가 조사를 위한 전수조사 진행 등 상장 지연이 불가피하다.
야놀자는 지난해 11월 국내 유니콘 스타트업 처음으로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했다. 야놀자는 당시 투자은행(IB) 업계로부터 5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야놀자가 제시한 예상 매출액 5000억원에 주가매출액비율(PSR) 10배가 적용됐다.
당장 예상 매출액 달성으로 몸값 증명이 필요했지만 야놀자는 지난해 실적은 그보다 한참 밑돌았다. 지난해 야놀자 별도 기준 매출은 1920억원으로 그쳐 예상 매출의 절반 이하다.
야놀자는 지난 5월 요기요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적격인수후보에서 탈락해 고배를 마셨다. 야놀자 자체 플랫폼으로는 매출 상승에 한계가 있어 요기요 인수로 5000억원 이상 매출 달성을 노렸던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요기요 매출은 3530억원으로 야놀자 매출을 크게 상회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이 상장할때 보통 매출 5~7배를 적정 시가총액으로 보기 때문에 시가총액을 늘리기 위해선 매출액부터 늘려야 한다“며 “야놀자가 요기요를 통해 기업가치를 키우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이제는 요기요를 대신할 다른 M&A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형 확장은 회사 내부에서도 꾸준히 제기돼온 과제다. 신성철 야놀자 개발사업실장은 지난 29일 “아고다나 트립닷컴, 에어비앤비 사업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서 OTA(온라인여행사)로 사업을 하면 한계 지점이 분명히 온다“며 “야놀자가 바라봐야 하는 것은 전체 사업 정점인 호스피탈리티 영역인데 얼마나 IT화 해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장 전 이미지 개선도 해결해야 될 과제다. 야놀자는 지난 2007년 법인 설립 후 모텔 예약 서비스 사업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재 클라우드 기반 호텔관리시스템(PMS) 서비스로 발돋움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인식은 ‘모텔 대실앱’에 머물러 있다.
야놀자는 국내외 숙박, 레저, 교통 등 통합 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앱‘ 전략으로 기존 이미지 탈출에 전념하고 있다. 야놀자가 지난달 말 ‘글로벌 테크 기업‘ 비전 선언과 함께 별도 법인 야놀자 클라우드를 출범하고 연구개발(R&D) 인력을 전체 구성원의 7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같은 작업의 일환이다.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는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 시장을 이끌기 위해 기업 문화부터 일하는 방식까지 모두 바꿔 업계 표준을 세울 것”이라며 “해외 R&D 오피스 추가 등을 통해 글로벌 우수 인재들을 적극 발굴하고 기술 혁신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야놀자는 현재 국내외에서 이중상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불공정거래 이슈로 인해 국내 상장 계획에 제약이 생기면 미국 나스닥 상장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야놀자는 쿠팡을 뉴욕 증시 시장에 상장시킨 주역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현재 1조원 투자유치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김대종 교수는 “임직원의 불법이나 탈법 등 부정행위가 드러나거나 특히 임원의 형사처벌이 확정되면 상장 절차가 지연되고 사건 종결될 때까지 기업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주식 시장은 굉장히 엄격해서 상장 과정에 있어서 형사처벌 사실만으로도 상장은 취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미국 증시에서 최근 호텔, 여관, 테마파크 시장 주가가 오르고 있는데다 소프트뱅크 투자가 확정되면 야놀자의 미국 상장 가능성은 커진다“며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면 한국보다 보통 10배 이상 더 기업가치를 받기 때문에 손정의 회장은 엑시트(투자금 회수)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야놀자의 미국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