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지(符都誌)는 신라 박제상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징심록』의 일부로 알려져 있는데, 본서의 저자에 따르면 그 필사본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 것이 저자 자신이라고 한다. 저자는 코로나-19와 같이 현재 전개되고 있는 인류 문명의 위기가 잘못된 달력을 사용하는 데서 연유할 수도 있다고 보고, 대안 중 하나를 ‘마고력’에서 찾고 있다. 마고력은 바로 부도지 23장에 소개된 역법으로, 그 핵심은 1년을 13개월로, 1개월을 28일로 정하는 것이다. 이 역법은 ‘1328’ 또는 ‘13:28’로 지칭된다.
지금 세계에서 공용되는 그레고리력은 사실 많은 문제를 드러낸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해마다 새로운 달력을 사용해야 할 만큼 매년 같은 날짜의 요일이 다르다. 달의 이름도 그렇다. 영어로 September는 9월을 가리키지만 본래 일곱을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October는 여덟을 뜻하는 말이지만 10월이 되었고, November는 아홉을 뜻하지만 11월이고, December는 열을 가리키지만 12월의 이름이 되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이는 권력자들이 자연의 질서를 백안시하면서까지 자의로 역법을 뒤바꾸어버린 결과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하나하나 낱낱이 밝혀준다. 저자의 논증은 치밀하다. 낙서와 마방진을 검토하고, 월경 주기를 살피고, 로그함수와 피보나치수열을 따지고, 디지털 루트를 파악하고, 마야력의 기본수와 묘성의 주기법을 확인하면서 금역의 금척(金尺)으로 파고든다. 저자는 이렇게 철저히 수리에 입각해서 과학적인 일관성과 사유의 합리성, 실용적인 적용성을 두루 모색하면서 시간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이 책은 우리 시대에 풀어야 할 중대한 과제를 제시하는 문제작임에 틀림없다. 이 책 전편에 노출되는 수리의 전개는 독자들에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나 그것이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어내려가는 데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까닭은 이 책에서 전개되는 주제가 독자들의 흥미를 계속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책 속으로
‘인류세Anthropocene’란 지질학적 연대를 지칭하는 용어로서 대기화학자인 파울 크뤼천과 생태생물학자인 유진 스토머에 의해 2000년대부터 제기되어 자연과학 분야는 물론 인문사회 분야에서도 널리 인용되고 있는 비공식적인 개념이다. 그러나 이 개념은 지금 과학계와 사회 전반에 걸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류세가 기존의 층서명과는 달리 -현재의 홀로세를 포함하여- 인류가 스스로 자기가 사는 세에 부여한 층서명이다. 그 이외에도 그 속에 함축된 의미가 지질학적 범주로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환경 등 인류의 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인문사회학적 요소와 관련성이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런데 부도지에 보면 거기에도 인간이 자기 시대를 ‘짐세朕世’라고 칭한다. ‘나의 시대’ 혹은 ‘우리 시대’란 뜻이다. 짐세에서 ‘오미五味의 난’과 ‘오행五行의 난’이 발생하여 마고성에서 추방당하는 위기를 겪게 되었고, 그러한 화와 난이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아마도 지금 우리가 겪는 Covid19도 그 연장일 수 있다.
그런데 부도지는 그 화의 극복으로 23장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주해가 이 책의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그 대안이란 달력 개정이다. 요임금이 망쳐 놓은 달력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 부도지가 인류세에 던지는 강한 주문이다. 그리고 그 주문이 이 책의 내용이라는 말이다.
〈모둠글〉 중에서
그레고리력은 자연적인 것을 인공적인 것이 정복하고 만들어진 역이다. 기원전 46-45년 사이에 제정된 율리우스력은 1582년 10월 5-16일의 10일을 영원히 잃어버리게 만들고(lost forever) 일개 교황에 의해 강압적으로 선포된 것이다. 그 이전에 1년이 445일이 되는 ‘대혼란의 해’(Year of Confusion, 기원전 46년)를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두 사건을 한 번 생각만 해 보아도 서양 문명이 어디서 왜 병들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이를 두고 호세는 “달력이 태양을 따라잡기”(the calendar ‘catch up’ with the Sun, Arguelles, 2002, 205)라고 했다. 그 반대이어야 하는데 말이다. 이렇게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은 자연 질서를 송두리째 파괴하고서야 가능한 역이다. 율리우스력은 로마 제국의 지배원리imperial dominance를 떠나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달력을 가지고 동양을 정복하고 특히 마야, 아즈텍, 잉카를 정복한 서양 기독교 세력은 그곳에 있던 달력들을 거의 불살라 버리고 사용하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우리도 일제와 함께 양력설과 음력설이 충돌한 역사를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겐 양력도 아니고 음력도 아닌 고유의 역, 즉 마고력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역이 멕시코 마야인들의 그것과 ‘13월 28일’이라는 점에서 신기하게 일치하고 있다.
〈초장 _ 서양에서의 오미와 오행의 난〉 중에서
요의 허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잘못된 달력을 사용하게 한 것이다. 잘못된 달력이란 1년을 12개월을 매월 29일과 30일로 나누고, 4년마다 한 달 더 추가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는 ‘허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실위에 근거한 달력이 ‘13월 28일력’이라는 것이 23장에서 부도지 저자가 말하려는 의도이다. 실위에 근거한 달력의 구체적인 내용이 I, II, III 단에 해당한다.
시간에 관하여 초, 분, 시, 일, 월, 연과 같은 귀에 익숙한 용어들도 있지만 사, 기, 회, 삭, 단, 판과 같이 대부분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지 않는 것들이 많다. 이 용어들과 함께 이 용어들에 대한 메타 용어들이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성수性數 Performing Number(PN): 1, 4, 7
법수法數 Lawful Number(LN): 2, 5, 8
체수體數 Reference Number(RN): 3, 6, 9
이다.
이들 수들을 ‘마고수’라고 하며 ‘3줄 3칸’으로 하도와 낙서와 같은 정방형 속에 넣는 순간 이들 수는 둔갑을 할 정도로 획기적인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부도지 연구가 전진 계기를 만들지 못한 이유가 이들 세 종류의 수들을 정방형 속에 넣지 않은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부도지 저자는 이들 세 수들을 ‘삼정三正’이라고 한다. 삼정의 특징은 ‘윤멱輪?’이다. 즉 같은 수를 반복해서 곱하기하는 것이며 이를 두고 현대 과학에선 ‘프랙털’이라고 한다.
1, 2, 3, 4, 5, 6, 7, 8, 9의 9개수들을 [도표 1.1]과 같이 정방형 안에 배열하는 것을 ‘마첩진麻疊陣’ 혹은 ‘마고 배열법Mogoist Array’이라 부르기로 한다.
〈1장 _ 마고력의 문헌적 배경과 구조〉 중에서
한 해 동안 지구가 태양을 회전할 때 춘분과 추분 같은 곳이 다름 아닌 황과 유가 위치한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듯이 동명이음 이음동명 현상이 생긴다. 그렇다면 피타고라스 콤마 혹은 부도지가 말하는 단旦이나 판?은 피타고라스 콤마의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콤마, 단, 판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자기언급이다.
그러면 이 초과의 콤마(단과 판)를 처리하는 방법이 율려이고, 이를 부도지 2장은 ‘5음7조’라고 한 것이다. 판과 단을 다루는 방법이란 말이다. “마고가 궁희와 소희를 낳아 두 딸에게 ‘오음칠조五音七調’의 음절을 맡아보게 했다”(부도지 2장). 5음은 ‘궁상각치우’이고 7조는 여기에 변음 두 개를 더한 것이라고 본다. ‘오음칠조五音七調’란 조선조 성종대에 저술된 악학궤범樂學軌範에서 60조를 배열하는 방법이다. 다시 말해서 세로에 ‘7조궁,상,각,변치,치,궁,변궁’, ‘오음궁,상,각,치,우’을 12율려律呂와 배합해 배열하는 것을 두고 하는 문제이다[그림 2.11].
_ 〈2장 _ 법수 258과 율려: 피타고라스 콤마와 피보나치 수열〉 중에서
마야력은 마고력과 유사한 묘와 구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300구가 1묘이고 9633묘가 지나서 각, 분, 시가 1일이 된다고 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제3장). 마야력에 의하면 태양 주위를 1회전하는 데 9366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9633과 근접하는 수이다. 이는 [도표 3.6]에서 볼 때 화살표 방향을 반대로 한 차이일 뿐이다. 실로 놀라운 일치이다. 그 이유를 찾자면 묘성을 중심으로 역을 만들어 보아야 한다. 묘나 구와 같은 수를 마야력은 어떻게 산출해내는지를 보기로 한다.
먼저 해도 달도 아닌 묘성 중심의 역을 ‘성력星曆’이라고 할 때도 기본수 13, 18, 20 수는 그대로 적용이 된다. 이 수들은 단순히 달력의 일월년 수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사이 수와 비례 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이 수들은 분, 초. 시, 일, 월, 년에 비례적으로 해당하는 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촐킨의 1년 ‘260일’이 성력에서는 ‘260년’이 된다. 다른 수들도 마찬가지이다.
다음은 몇 종류의 마야력을 여기에 가지고 와서 기본수들의 비례 관계를 통해 계산법을 알아보고 마고수 배열법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그리고 단, 판, 묘, 구 같은 개념들이 어떻게 마야력에 나타나는지를 차례대로 알아보기로 한다. 미리 말해두면 계산상 주요한 것은 ‘주기cycle’란 말이다. 연월일끼리 셈하는 것과 연월일과 주기로 셈하는 두 가지가 있다. 결론을 미리 말해두면 어느 달력의 경우이든 마고력의 단과 판의 개념은 같고 묘와 구의 개념 역시 같다는 것이다
_ 〈4장 _ 마야력과 마고력의 그레고리력ㅇ[ 대한 비판〉 중에서
부도지 23장은 다름 아닌 마고성에서 상실한 것을 다시 회복해 복본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것은 역법과 시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달력이란 벽에 걸어 두는 장식품 이상으로 시공간 합일이라는 공시성을 되찾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는 13:28에 근거한 한력을 벽에 걸어 두고 명상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좋겠다. 부도지는 천부경과 삼일신고 그리고 참전계경과 절체절명으로 연관이 된다. 삼일신고를 366자 그리고 참전계경을 366조라 한 것 그리고 천부경을 9×9=81자로 한 것은 모두 부도지의 역법과 수리에 직접 관계된다.
_〈글을 마감하면서〉 중에서
첫댓글 김상일의 신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