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민족 대명절인 2024년 설날입니다. 올해는 갑진년으로 용띠 해입니다. 그 가운데 청룡의 해라고 합니다. 모두 12띠가 있습니다. 띠란 각 사람들의 심장속에 숨어 있는 동물이라고도 하는데 토템사회에 인간이 동물을 숭배하던 풍습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하지요. 인간들과 같이 살아가는 동물은 아무리 하찮은 미물이라도 해도 인간과 유사하거나 유관한 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우리가 싫어하는 쥐나 뱀도 포함되어 있고 한반도에서는 볼 수 없는 잔나비 즉 원숭이도 있으며 상상의 동물인 용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또한 옛 조상들은 자신들의 부족이 믿는 부족의 신이 있었는데 우리는 아마도 곰을 숭상한 민족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12띠가운데 곰띠가 없는 것은 조금 섭섭한 생각이 들지요. 올해가 용띠중에 청룡의 해라 하니 국민 모두에게 행복과 평화 그리고 무탈한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설날은 가족들이 오랫만에 모이는 날입니다. 가족들뿐만 아니라 친척이나 친지 그리고 이웃들과도 반갑게 만나 서로 덕담을 주고 받는 날이기도 하지요. 떡국도 차리고 세배로 나누며 세뱃돈도 주는 그런 날 아닙니까. 비록 인간들이 살아가면서 불필요하게 만드는 갈등이 쌓여 있지만 이런 날에는 그런 갈등을 풀고 서로 화해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왜 갈등이 없겠습니까. 갈등은 인간이기에 만들어내는 일종의 배설물과도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깔끔한 음식을 섭취해도 분해과정에서 노폐물이 생기고 그것이 밖으로 배출되는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갈등도 그렇게 만들어지고 밖으로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갈등이 비록 필요악처럼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해도 한국인이 지닌 갈등은 선을 넘어도 참 많이 넘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갈등 보유국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것은 한국이 포함된 한반도가 지닌 여러가지 특성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민족 사이에 철천지 원수처럼 내전을 치뤘습니다. 미국처럼 노예제도를 둘러싼 갈등으로 내전이 일어났으면 그 문제만 해결하면 됐습니다. 하지만 한반도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그 간악한 이데올로기에 의해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이 되었습니다. 타국에는 없는 아주 특이한 갈등을 갖게 된 것이지요. 게다가 유래가 없는 초고속성장 즉 압축성장으로 인한 갈등은 좀 많습니까. 국민이 비슷하게 살아야 갈등이 별로 없을텐데 달려가는 속도가 너무도 차이가 많이 나면 당연히 갈등도 많은 법이지요. 땅덩어리도 작은데 국민은 많고 하지만 자원은 부족하고 그러니 자연스럽게 생존을 위한 경쟁이 엄청난 갈등을 유발한 것이죠. 한국은 불행하게도 갈등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갈등 1위국으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갈등은 왜 생길까요. 아마도 자신이 아닌 타인의 생각이나 행동을 틀리다고 생각하기 때문아닐까요.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리다고 판단하니 얕보게 되고 자신의 편이 아니라고 판단하니 미움이 생기는 것이겠죠. 한국민들은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참 잘해주는 편입니다. 외국인들도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구사하면 금방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런 환대를 받은 외국인들은 한국인이 참 정이 많다고 하지요. 그러니까 비슷하거나 같거나 하면 가족처럼 우대하지만 틀리다고 판단하면 그냥 적대감을 드러내는 것이 한국인일 겁니다. 그러니까 갈등은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하면서 생긴 일종의 집단적 의식형태이다라고 보면 될 듯 합니다.
우리는 어릴때부터 다르다와 틀리다에 대해 많이 듣고 배워왔습니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은 정말 차이가 나지요. 자신과 생각이 차이날 때 나와 다르구나라고 생각하는 것과 저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은 틀리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정말 천양지차 아닙니까. 생긴 것이 다르다고 생각이 다르다고 행동이 다르다고 타인을 틀린 것으로 생각하면서 나타나는 것이 갈등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어떻게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같을 수 있겠습니까. 아마도 쌍둥이도 각각 다른 환경에서 자라면 닮은 구석이 얼굴 모양 말고는 별로 없을 것입니다. 타인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문이 같을 수 없듯이요.
하지만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틀린 것이라 단정한 뒤 적대시하면서 생긴 것이 대표적인 정치 사회적 갈등 아닙니까. 보수 진보같은 생각도 마찬가집니다. 물잔에 채워진 물을 보고 아직 많이 남았네라고 보는 시각과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라고 시각이 전혀 다른 것이라고 판단하기에 갈등이 생기고 서로 상대를 증오하는 결과는 낳는 것 아닌지요. 정말 같은 사안을 두고 말입니다. 사람의 외형도 마찬가집니다. 서로 상대적이지요. 키가 작은 것도 상대적입니다. 작은 사람보다는 크고 큰 사람보다는 작은 것이니까요. 세상의 모든 사물이 그런 것이지요. 하지만 인간들은 자신이 판단하고 세운 기준에 따라 모든 것을 평가합니다. 평가하는 것을 뭐라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자신의 기준에 미달하면 증오하기 시작합니다. 미워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름을 인정하면 갈등이 풀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옛부터 우리주변에서 다름과 관련해 획기적인 공감대를 이루었습니다. 바로 남녀관계입니다. 남성과 여성은 참 차이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느냐 없느냐 이지요. 엄청난 차이입니다. 서로 질시하고 없앨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를 받아드리고 그 차이에서 서로의 이득을 찾기 시작했지요. 남녀가 함께 자식도 낳고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남녀가 서로 다른 화장실도 사용하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습니다. 만일 지금 공중화장실에 남녀구분이 없다면 참 불편했을 것입니다. 이런 저런 사고도 많이 생기고요. 물론 지금도 남녀 갈등이 존재하고 어떤 집단에서는 요상하게 서로 헐뜯는 세태도 있지만 그래도 다른 갈등에 비해 비교적 순탄히 극복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해법은 바로 다름을 서로 인정한 것입니다. 인간은 모두 차이가 나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하지만 그 다름을 인정하고 그 자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닳는다면 갈등은 상당히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사람이 저런 행동을 하고 생각을 하는 것은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그리고 아 그런 환경 그런 조직속에서 살기에 그렇구나...나도 저런 환경에 속했다면 저런 생각과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고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갈등이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요. 그래도 선진국에서는 교육과정에 이런 수업을 중점적으로 가르친다고 합니다. 나와 타인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해서 그들이 사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갈등을 줄여보겠다는 의도 아니겠습니까.
오늘 민족의 큰 명절 설날을 계기로 서로 다름을 받아드리고 서로 갈등을 조금씩 줄여가는 날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미워하는 마음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가족과 이웃과도 조금 더 편하고 정답게 살 수 있을테지요. 즐겁고 행복하고 무탈한 날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2024년 2월 10일 설날 아침 화야산방에서 정찬호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