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일요일마다 동네 목욕탕을 찾아 주일 내 쌓인 피로를 씻어내는 게 큰 낙이었다
뜨거운 욕탕에서 온몸을 푹 익을 정도로 불린 다음
때 미는 판데기 위에 대자로 벌렁 누우면
때밀이가 이태리 타올로 전신을 벅벅 문지를 때의 그 시원했던 상쾌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치였다
캐나다에는 공중목욕탕이 없으니
한국을 떠난 이후로는 그런 목욕 호사를 누리지 못했는데
언제부턴가 한국에서 동네 목욕탕이 대신 찜질방으로 바뀌었으니
나에게 찜질방은 낯선 단어이며
간호원이 간호사라고 바뀐 것처럼 때밀이도 세신사로 바뀌어 모두 낯선 단어가 되었고
찜질방은 은연중 가장 가보고 싶은 장소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날씨가 어슬어슬 추워지면
특히 이곳의 겨울은 혹독해서 어김없이 이전 목욕탕 생각이 난다
뜨거운 물에 온몸을 벌겋게 익도록 푹 담근 후에
때밀이가 벅벅 온몸의 때를 깔끔하고 완벽하게 씻어주면 좋겠다는 바람인데
마침 이곳 대도시에서 한국식의 찜질방이 생겼다는 소식에
아주 반가운 마음에 식구들과 장거리 운전을 해서 찾은 적이 오래전에 있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얼마나 실망스러웠던지
협소한 장소에 미지근한 열탕은 그렇다 치더래도
모든 시설이 지저분하고 빈약해서 빈한티가 곳곳에 두드러져 두 번은 찾을 곳이 못 되는
영세한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딸이
겨울이면 자주 서양식의 스파를 가자고 한다
우리 찜질방처럼 온갖 문화시설이나 먹거리가 다양한 곳은 아니지만
핀란드식의 건식, 습식 사우나, 열탕과 냉탕이 있어서
그런대로 찜질방에 못 가는 아쉬움을 대신하는 곳이니 서양식 찜질방인셈이다
오늘부터 추수 감사절 연휴라
몇 시간 떨어진 시골의 스파에서 이틀을 묵을 예정으로 운전해서 왔다
시내에 위치한 실내 스파보다는 야외에 위치한 스파로 서양식 야외 찜질방인셈이다
온천물을 이용하는 곳이 아니라서
소독약 냄새가 조금 나지만 그래도 견딜만하다
그런데 서양식 찜질방을 올 때마다 느끼는 점은 우리의 찜질방과는 몇가지가 확연히 다르다
- 예약제로 인원을 관리하니 붐비지 않고
- 무단 촬영을 방지하기 위해 전화기는 지참 금지이며
- 먹는 물은 예외지만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며
- 특별히 정숙해야힌다, 옆사람에게 목소리가 들리면 큰일 난다는 말이다
그러니 뜨거운 탕에서 덥다고 신음소리 하나 못 내고 잠자코 땀만 뻘뻘 흘리는 구도자의 모습이 되어야 하는데
이것저것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함께 나누며
정다운 사람들과 왁지지끌 정겹게 대화를 나누는 우리의 찜질방과 비교를 하게 된다
어떤 게 더욱 인간적이며 정겨운 모습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뜨거운 건식, 습식 사우나탕에서는
땀이 비 오듯 하고 숨이 턱턱 막혀 5분을 견디기 힘든데
나보다 건장해 보이는 여인들은 미동도 않은 체 태연하고
견디지 못하고 제일 먼저 일어나는 사람은 단풍이다
서양 여인들의 체격은 옆에서 보기에 정말 감탄스럽고 부러울 지경이다
큼직하고 우람한 골반과 가슴은 동양 여인들과는 사뭇 달라 동양 여인들은 어린애들 같아 보이니
이런 우람한 여인들과 운동이나 공부에서 경쟁하여 이겨내려면 동양 여인들이 얼마만큼의 노력을 해야만 할까
조그마한 동양 여인들이 대단하다 여기게 된다
그러니 이곳 병원에서 갓난아이 출산하고 당일날 퇴원 시킨다는 말이 가능할 것이다
빈약하고 왜소해 보이지만, 동양 여인들 만세 ~
어쨋던
때밀이가 있어서 이태리타월로 벅벅 때를 문질렀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지만 그나마 열탕에서 땀을 흘렸더니 개운하다
아내와 딸은 곤한지 벌써 곯아떨어졌고
단풍혼자 조그마한 탁자에서 미등하나 켜고서는 이 글을 쓰고 있다
이곳을 오는 길에 자동차 안에서 풍경을 찍었는데
작년과는 달리 북쪽인데도 아직 단풍이 채 들지 않았다
첫댓글 돈있으면 ᆢ한국 찜질방 하나 차려야겠군요..
안그래도 얼마전 중국인들이 그럴듯한 찜질방을 차렸다는데
글세요 중국사람들이라면 학을 때길래 식구들이 싫다고 하네요 ~
좋은이야기 잘 보고갑니다. 우리네 동네 목욕탕이 최고입니다!
서로 대화도 하고 피부의 때도 맘대로밀고요.! 열탕둘어가 온몸을 피로불고요!
맞습니다
떠나온지 꽤 되지만 아직도 우리네 정겨웠던 동네 목욕탕을 잊지 못합니다
참 푸근했던 추억의 장소지요
모르는 사람끼리 등밀어 주기도 하던 ~
푹 지지고 오십시요.
좋은 곳에 많이 모시고 가네요.
따님이 효녀이네요.
ㅎ 그러고 보니 딸자랑이 되었네요~
미안 쏘리 밉지않게 봐주세요~
저는 성질 급해서 사우나도
찜질방도 못가고 삽니다.
하루 종일 찜질방에서,살다가 오는
친구도 있던데
가족 여행에서 편안한 휴식으로는
필요할 듯 하네요.
가족 건강하게 편안한 시간 즐기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아고오 그렇게 좋다는 찜질방을 못가신다니 ~
답답해서 싫다는 분도 더러 있다고 하더군요
네 오랜만에 땀흘리니 괜찮습니다
가족과의 일상을 자세히 올려 주셨네요
TV에서 세계테마기행을 즐겨 보는데
온천수가 샘솟는 나라는 좀 부럽더군요
거긴 벌써 추수감사절 연휴가 시작되었군요
잘 보내십시요..사진도 멋져요
그러게요 온천수가 나오면 좋을텐데
아주 먼곳이라 이번에는 못갔습니다
캐나다 추수 감사절은 10월 두번째 월요일
미국은 11월 네번째 목요일이라고 해요,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매번 이해하기 힘듭니다
외국에 오래 사셨어도
한국인의 근성은 버릴수 없나 봅니다 ^^
뜨거운 탕에 푸욱 불려서 때를 미는건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목욕 문화지요 ㅎ
저도 날씨가 쌀쌀해지니 목욕탕 생각이
간절하던 차에 단풍님 글을보고 괜히
참견 합니다
단풍님 글 애독자 이기도 하구요 ^^
맞습니다
뜨거운 물에 푸욱 불려서 때를 벅벅 미는건 우리나라만의 목욕 문화지요~
이전에는 일주일에 한번 목욕해도 때가 마구 나왔는데
이제는 샤워만하는데도 때가 잘 안나오데요ㅡ 신기합니다
아고오 그리고 제글을 읽어 주신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
단풍님 글 보고 웃습니다.
세신사란 말도 우습고...
판데기,
대자로 벌렁 눕는 다는 말도,
때밀이도,
때를 벅벅 민다는 것도
인간미도 나고 정겨운 말입니다.
옛날에는
한국사람이 문화 수준이 낮아서란
말을 시도 때도 없이 들었지요.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이여~'
라는 PR 문구가 정말로 그렇게 되었습니다.ㅎ
아고오 수준이 낮다니요
요즈음 우리것이 세계에서 가장 으뜸같아요
특히 음식은 따라올수 없을것 같습니다 ~
간호사는 알았지만 세신사는 몰랐어요 ㅎ
찜질방에서 땀 쭉빼면 개운한데
그곳에서는 신음소리조차 부담스러워서
숨막힐듯요.ㅋ
오전에 대관령목장에 갔었는데
조금씩 단풍이 들고 있더군요.
캐나다 단풍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이 아름답지만 아직은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요.
안그래도 목소리 크다고 딸내미 한테 욕 쳐백이 들었어요
무식하답니다 , 애비보고 ~
작년 딱 이맘때 사진 올리기도 했었는데
\어쩐 일인지 올해는 단풍이 확연히 늦네요
저는 어릴 때 동네 목욕탕에서도 그랬고 어른이 되어 사우나를 이용할 때도 그 습기와 열기를 이겨내질 못해서 5분도 안 되어 튀어나온다고 혼나곤 했습니다. ㅎ
샤워 후다닥하고 마는 체질이라 지금도 사우나 근처엔 거의 안 가는데... 제가 사는 달라스 캐롤톤이 한인상가 중심 지역 중 한 곳이라 텍사스 전체에서 유명한 한국 스파가 하나 있습니다. 스파캐슬이라고. 코로나 시작되고 주춤했는데 요즘 다시 미국 현지인들과 타 지역 교민들로 북적인다네요.
시설도 좋고 넓어서 인기라는데 혹 단풍님 달라스 오시면 그곳으로 모시겠습니다. ㅎ
ㅎ 고맙습니다
아무래도 미국이 낮지요. 여긴 미국 에 비해서 규모가 떨어지지요
그래서 미국을 여기사람들은 빅 브라더 큰형님이라 하나 봅니다
언제쯤이나 가능할지 기대해보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