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씨에게는 가짜 ‘우와’와 진짜 ‘우와’가 있다. 가짜 우와는 일종의 추임새다. 그럴 땐 한 번만 ‘우와’라고 한다. 진짜 우와는 정말 좋거나 감탄했을 때다. 그럴 땐 ‘우! 우와! 우-와!’라고 한다.
군청 근처에서 김민정 씨가 필요한 물건을 사고 나왔는데 갑자기 “우! 우와! 우-와!” 하신다. 설치하고 있는 트리를 보고 그런 것 같다. 다 설치되면 친구 승민 씨에게 연락해서 밤에 같이 보러 올지 물었다. 그렇게 승민 씨와 트리 구경 계획을 세웠다.
12일 승민 씨와 통화해 약속을 정하고, 승민 씨 어머니께도 말씀드렸다. 어머니께서 반기시며 집으로 오라고 하셨다.
“21일이 민정이 생일이라 하대요.”
“네, 어머니.”
“고마 우리 집으로 오이소. 내가 밥 한 끼 대접할게예.”
“아이고, 번거로우신데 저희 밖에서 외식해도 됩니다.”
“생일인데 국수 먹어야지. 옛날 사람들은 국수 먹으면 오래 산다 하면서 일부러 먹기도 했다 아니가. 내가 국수 해 줄게예. 고마 후루룩 삶아서 같이 먹으입시다.”
김민정 씨에게 여쭈니 “네.” 하신다.
“어머니, 그러면 저희가 집으로 갈게요.”
“네, 네. 오이소, 오이소.”
“네, 감사합니다.”
승민 씨 어머니가 해 주시는 국수를 먹기로 하고, 다음 날 오전부터 서둘러 미리 연말 선물도 준비했다. 승민 씨 댁으로 가는 길은 김민정 씨가 안내한다. 어머니께 위치에 대한 설명을 들었지만, 오늘도 모른 체하며 안내를 부탁했다. 이전 기록에서 승민 씨 댁에 개가 무서워 들어가지 않은 적이 있었다. 혹시 오늘도 들어가지 않으시면 어쩌나 했는데, 대문을 지나 현관문까지 씩씩하게 앞장서신다.
승민 씨가 밖으로 마중 나왔다. 집으로 들어서니 어머니께서 한창 국수를 삶고 계셨다. 승민 씨와 민정 씨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서로 어색해 했다. 김민정 씨는 준비한 선물도 직접 전하지 못 하고 직원에게 대신 전해 달라 하고, 승민 씨는 직원에게 피자를 시켜놨다며 이야기했다. 뭔가 부끄러운 모양이다. 그래도 두 분은 친구니까 직접 대화하시도록 권했다. 부끄러운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금방 얼굴을 보고 ‘히히’ 하고 웃는다.
사실 김민정 씨는 국수를 즐기지 않아서 안 먹는다고 하면 어쩌나 싶었다. 승민 씨네 초대에 응할 때부터 국수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하셨나 보다.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맛있게 드셨다. 어머니께서 김민정 씨가 좋아한다며 피자도 준비하셨다. 국수에, 피자까지….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다.
밥상을 두고 둘러 앉아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승민 씨 어머니가 민정 씨 아버지의 안부를 궁금해 하셨다.
“민정이 아버지는 나이가 많다고 들었는데…, 잘 지내시나?”
“네, 아빠.”
김민정 씨가 대답하고 직원을 쳐다본다. “제가 말씀드릴까요?” 물으니 “네.” 하신다.
“아버지랑 어제도 통화했는데 잘 계시는 것 같아요.”
“연세가 많습니까?”
“네, 제가 듣기로는 구십이 다 되셨다고 들었어요.”
“아이고, 그런데 혼자 지내시는 갑네.”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생활하시는 건 크게 어려움이 없으신 것 같아요. 복지관에서 식사도 하신다고 들었고요.”
“그래도 나이가 많으셔서 힘들 낀데….”
“자주 찾아뵈어야죠. 김민정 씨가 아버지 불편한 거 없는지 자주 살피고요.”
“네, 네.”
저녁 식사 후 트리 구경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년 승민 씨 생일에는 김민정 씨 댁으로 초대하기로 했다. 김민정 씨가 고기도 굽고, 피자도 준비하기로 했다. 기록으로만 봤던 고기 볶는 김민정 씨를 직접 볼 수 있다니! 기대된다.
2024년 12월 13일 금요일, 구주영
민정 씨 생일이라고 일부러 초대해 주시고 고맙습니다. 좋아하지 않는 국수지만 맛있게 먹어 준 민정 씨도 고마워요. 신아름
승민 씨 어머니, 초대하시고 국수 삶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산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내년에…! 저도 기대되네요. 월평
첫댓글 김미정 씨가 트리를 반기는 추임새가, 생일이, 이승민 씨와의 관계를 돕는역할을 했네요. 『사람 사이에 어울려 살기에 인간입니다. 혼자서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고 존재 가치나 삶의 의미를 찾기 어렵습니다. 복지요결, 사람다움』 생일 축하 받고 함께 할 지인이 있어서 좋습니다. 생일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