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점(紅一點). 현재 대한민국 예능계에서 여성이 소비되는 사실상 유일한 방식이다. 달리 표현하면 여성들은 홍일점이 되지 않고서는 예능에 출연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좀더 현실적인 언어로 말해볼까. 홍일점은 생존 방식이 돼 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꽃병풍이 돼야 하고, 치어리더가 돼야 한다. 그리고 남성 고정 출연자를 위해 애교를 부려야 한다.
홍일점은 '많은 남자들 틈에 하나뿐인 여자'를 뜻하는 말이다. 그만큼 예능계는 남성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를 '남탕 예능'이라 불러보자. 그 예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MBC <무한도전>, JTBC <아는 형님>, MBC <라디오 스타>, SBS <집사부일체> 등 머릿속에 떠오르는 유명 예능들이 해당된다. 이렇듯 '남탕 예능'이 주류가 된 시점에서 여성 예능인들이 설 자리는 비좁다.
KBS2 <해피 투게더>의 엄현경처럼 홍일점이 되거나 SBS <불타는 청춘>처럼 남성들과 함께 짝을 이뤄 출연해야 한다. 과거 MBC <우리 결혼했어요>와 JTBC <님과 함께>가 그랬던 것처럼. 또는 SBS <싱글 와이프>처럼 남편들의 관찰 대상이 돼야만 한다. 철저히 편견에 의해 소비되고, 그럴수록 기존의 편견은 고정되며 강화된다.
새로운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On Style <뜨거운 사이다>는 4개월 동안 여성들의 시각에서 다양한 이슈들을 다뤘다. <뜨거운 사이다>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해갈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기회가 없어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여성들에겐 말할 수 있는 장이 생겼고, 그의 목소리가 궁금했던 이들에겐 반가운 소통의 창구였다.
김숙은 <뜨거운 사이다>에서 "지금 캐릭터를 만드는 데 20년이 걸렸다. 여자 예능인도 노력해야 한다. 개인방송을 통해 캐릭터를 만들었다. 기다리지 말고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잡는다"고 말하면서도 "방송국에서 여자 예능은 안 만든다. 출연할 예능이 없다"며 방송계의 구조적 문제점을 비판했다. 다른 출연자들 역시 "남자 예능의 재밌는 포맷을 여성으로 바꾸기만 해서 실패한 것", "방송국에서 여자 예능을 만들 줄 모른다."라고 지적해 공감을 사기도 했다.
이렇듯 <뜨거운 사이다>는 의미있는 족적을 남겼지만, 동시에 저열한 비난의 타깃이 돼야 했다. 능력있는 여성 예능인들이 사라져버린 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똑똑한 여성들은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예쁘게 미소를 짓고, 물개 박수를 치며 웃거나, 애교를 부려야 한다. 역할에서 벗어나면 위험해진다. 과거 <라디오 스타>에서 애교를 거부하고 눈물을 흘린 카라의 강지영이 뭇매를 맞았던 것처럼.
자, 상황이 이렇다. 생산자와 (일부) 소비자가 담합한 구조적 문제다. 좀더 쉽게 방송을 만들기 위해, 당장의 실적을 내기 위해 예능계는 별다른 고민 없이 남성 중심의 방송들을 꾸려 왔다. ‘남탕’을 재탕, 삼탕 해왔다.
물론, 시청자들의 선호를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남성을 중심으로 한 예능이 잘 나가는 건 사실이다. 인기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또, 남성에 보다 관대한 시선을 보여주는 것 역시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여자들이 재미가 없어서 그렇다', '능력있는 여성 예능인이 없어서 그렇다'며 여성의 문제 혹은 개인적인 문제로 치환시켜 나간다. 더 나아가 이 구조적인 문제를 여성 예능인이 좀더 노력하면 될 일로 결론짓는다. 그 예로 요즘 대세로 자리잡은 송은이를 들기도 한다. 송은이처럼 웃기면 방송 출연 기회가 생기는 것 아니냐며 반문하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실제로 송은이가 일궈낸 성과는 위대하기까지 하다. 또, 그는 여성 예능인들의 유일한 희망이자 대안처럼 보인다. 그는 2015년 4월 팟캐스트라는 음지로 들어가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시작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비밀보장>은 방송 초기에 누적 다운로드 수가 1,700만 회에 이르렀고, 전체 1위라는 기염을 토했다. 송은이와 김숙은 그 기세를 몰아 SBS 라디오 러브FM <송은이 김숙의 언니네 라디오>를 맡게 됐다.
송은이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2016년 2월 유튜브에 '비보TV'를 개국해 본격적으로 기획자로서 나섰다. 새롭게 판을 짠 것이다. 송은이는 '짠돌이' ㄱㅅㅁ을 발굴했고, '가모장' 캐릭터를 앞세운 김숙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런가 하면 김신영, 신봉선, 안영미, 김영희와 함께 걸그룹 '셀럽파이브'를 결성해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다. 송은이는 대세로 자리잡았고, 그가 손을 대면 대박이 터진다는 신화를 써내려 가고 있다.
이쯤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이렇게 시청자들에게 빅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송은이가 '밖'으로 돌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왜 TV 예능이 아니라 팟캐스트를 통해 재기를 해야 했을까. 그 이유는 앞서 설명했듯 '남탕 예능' 때문이었다. 설 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활로를 찾아야 했고, 그 절박했던 도전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일이 없어지니까 '이 길이 아닌 것 같다'며 적성검사를 했다"는 송은이의 말은 가볍게 들을 농담이 아니다.
상황이 쉽사리 바뀔 것 같진 않다. 여전히 여성을 '홍일점'으로 소비하는 패턴은 유지될 것이다. 여성 출연자에게 애교를 요구하는 성 역할 편견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송은이는 유일한 희망처럼 보인다. 그런데 구조적인 문제를 남겨둔 채, 한 명의 뛰어난 기획자 송은이에게 모든 걸 기대는 게 정답일까? 비주류에서 출발해 주류를 전복시키는 송은이의 행보가 유쾌하면서도 내심 불안한 건 그 때문이다.
여전히 여성 예능, 여성 예능인을 보는 우리들의 시선은 지나치게 야박하다. 그들의 능력을 말하기 전에, 그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했는지를 돌아보자. 실패는 남성 예능, 남성 예능인들이 훨씬 더 많이 하고 있지 않은가. 송은이를 희망으로 만들지, 아니면 돌연변이로 만들지는 송은이에게 달린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온전히 우리에게 달린 문제다.
.
.
중략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님의 기고 글입니다.
원글
송은이는 희망이 될 것인가, 돌연변이가 될 것인가?
http://wanderingpoet.tistory.com/m/entry/%EC%86%A1%EC%9D%80%EC%9D%B4%EB%8A%94-%ED%9D%AC%EB%A7%9D%EC%9D%B4-%EB%90%A0-%EA%B2%83%EC%9D%B8%EA%B0%80-%EB%8F%8C%EC%97%B0%EB%B3%80%EC%9D%B4%EA%B0%80-%EB%90%A0-%EA%B2%83%EC%9D%B8%EA%B0%80
출처
https://1boon.kakao.com/ziksir/5ac1eee76a8e510001e779b8?view=katalk
첫댓글 송은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우아해
삭제된 댓글 입니다.
ㄱㅆ 내가 원했던 말.... 고마워 읽어줘ㅅㅓ 내가쓴글도 아니지만...
남탕예능 소비안함~
진짜 우리나라 방송이 변해야 해... 팟캐스트에서 흥해야 겨우 방송에 나갈 수 있는 거잖아.
남자들은 기회가 많으니 남은 예능이 많은 거고
여자는 기회 자체가 없으니 남는 예능이 많을 수가 없지.
ㅇㄱㄹㅇ
난 무도가 대단한 예능이라 생각햇는데 셀럽파이브 나온 편 보니까 것도 아니더라 여자 나오면 남연예인들은 아무것도 아님 ㅋㅋㅋ
실패는 남성 예능, 남성 예능인들이 훨씬 더 많이 하고 있지 않은가 정말 맞는 말..
여자예능인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달라!!
송은이언니 진짜 대단함 비보티비 초반에 광고안들어와서 회사돌아가는 비용 본인이 사비로 다 함..2015년부터..그 때는 팟캐스트가 알려지지 않을때여서 많이 불안했을텐데...갑자기 대박난게 아니라 꾸준히 열심히 그 자리를 지켜온거야ㅠㅠ..김생민이 망쳐서 그렇지...
여러분 제발 팟캐스트 비보티비들어주세요 진짜 내 우울증 치료제임 ㅠㅠㅠㅠ.. 지하철에서 듣는데 웃음참느라 코막고숨쉰적이 한두번이 아님
@당신은 내게 너무도 먼 사람이었어. 응응 비보티비 처음으로 나온게 비밀보장이고 파생돼서 나온게 영수증!
진짜 송은이 정말 대단한데 또 그냥 송은이 혼자 대단한데서 끝이지... 김생민 발굴해줘봤자 김생민에 의해 폐지되버리고
여자맨날재미없다면서 이런데는 왜 일반화안하냐 여자도재밌네하고
그리고 진짜 남자연예인들은 노잼도 캐릭터가되고 ㅋㅋ 진짜 일일이 직접 말은안하지만 저프로그램 저기 왜 앉아있는지 모르겠는 인간들 많음
삭제된 댓글 입니다.
마녀사냥도 존나웃김게 취지는 여자의 마음을 알아보자는 거면서 성적농담이나 하는 남연예인 네명이나 나오고 여자는 게스트였음
@뭐가문젠지모르는게문제 ㅇㅈㅇㅈ여자들이 벌어준 돈으로 알탕예능이나 만들어서 돈까먹는중
@뭐가문젠지모르는게문제 그런 고만고만한 예능이 아직도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극혐 난 티비안본지 오래되서.. 예능이고 드라마고 개그프로든뭐든 보면 그냥 열받아서 못보겠어;;; 딱 너 닉넴이 맞는말... ㅅㅂ 뭐가문제인지를 모르는게문제임 존나 드러운 섹드립하면서 뾰로롱 씨지넣고 ㅋ 더러워
송은이 이영자 김숙 최화정 이런 팸이 방송하나 했으면 좋겠다ㅠㅠㅠ
멤버들 진짜 다 재밌구 좋은데 같은방송에서 거의 못봐ㅠ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ㄹㅇ 김숙이 진짜 대박닌데...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 ㅇㅈ.... 여자 벗은것 보고 왜이렇게 부랑발광을하는지;;; 스포츠 브라는 괜찮고 브래지어는 음란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정말 멋진 글이야1 난 이런 뉘앙스의 미처 생각지 않던 만연한 부분을 꼬집는 문화비평을 읽으면 희열을 느껴bbbb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엄두도 안난다 진짜 환멸,, ㅋ
글 다 좋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오 맞어 셋이 나와서 먹방도 하고 그럼 좋겠다 ㅋㅋㅋ 이영자 그 노트들에 나온곳들 ㅋㅋ 이영자 김숙 송은이 셋이 막 먹으러다닌다며 ㅠㅠ
언니들의 슬램덩크같은 예능 나와줬으면 ㅠㅠ 진짜 핵존잼
김생민 일로 은이 숙이 언니한테 피해 안갔으면 좋겠다 ㅠㅠㅠㅠ
남탕예능 존나 꼴보기 싫어 맨날 티비 틀면 전현무 김구라 이상민 이수근 유세윤 신동엽 등등등 문제 많은 냄저들만 나와서 웃고 떠드는 거 존나 싫어ㅡㅡ
남탕예능 개노잼..
띵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