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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라(Indra)
인도 신화에 나오는 신. 삼주신을 제외하면 신화 내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신으로서, 신들의 왕으로 불린다. 동시에 천둥번개를 다루는 뇌신이자 무훈을 세우는 전쟁신으로, 베다 시대에 주로 신앙되었다.
이름인 '인드라'의 의미와 어원은 불분명하여 학자들 사이에서도 여러 가설이 있다. '빗방울', '강력한 힘을 가진' 등의 추측이 있으며, 원시 인도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기원이 된 신에게서 이름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는 설도 있다. "마헨드라(위대한 인드라)" "아마렌드라(불멸의 인드라)" "바즈라파니(바즈라를 든 자)" 등의 별명을 가지며, 불교에선 제석천이라 불린다. 한자로는 '인다라(因陀羅)'라 음역한다.
옛 인도에선 무지개를 인드라다누스(indradhanus)라 부르기도 했는데, 이는 '인드라의 활'이란 뜻이다.
인드라는 인도에 칩입하여 원주민들을 정복한 아리아인들이 받들던 신왕(神王)이다. 즉 오래된 아리아계 신인데, 동시기 근처 지역에서도 비슷한 신앙을 찾을 수 있다. 기원전 1400년경 동북아시아에서 제작된 점토판에선 Mi-it-ra , U-ru-w-na, In-da-ra, Na-sa-at-ti-ia라는 네 신이 언급되는데, 이는 베다의 신들인 미트라, 바루나, 인드라, 아스윈(나사트야)에서 유래되었을 확률이 높다. 히타이트 문화권의 고대국가 미타니에서 모시던 신 중에서도 영웅신 '인나라'가 존재해, 인드라와 원형과 관계있다는 추측이 있다.
베다에선 'vr̥tragʰná'라는 호칭도 언급되며, 뜻은 '장애를 살해하는 자' 정도다. 발음과 뜻에서도 알 수 있듯 장애물의 성질을 지닌 브리트라를 무찌르는 신화가 여기서 유래된 듯한데 이 호칭은 베다 이전의 인도-이란어권 신 베레트라그나(Verethragna)가 기원이다. 베레트라그나 또한 전쟁신이다.
더 이전으로 거슬러 가면 본래는 인도-이란족의 전통 신격이 아니라 (오늘날 투르크메니스탄 남동쪽에 있던) 박트리아-마르기아나 문화(Bactria-Margiana Archaeological Complex: 약칭 BMAC)에서 받들던 신격이란 설이 있다. 기원전 2400년 즈음부터 기원전 1900년 무렵까지 약 500년간 번영했던 BMAC의 종교를 접한 고대 인도-이란인들은 소마와 함께 여러 가지 종교적 요소를 받아들였는데, 그렇게 받아들인 요소 중 베레트라그나 등 인드라의 전신이 되는 신격(들)이 있었다고 추정한다. 근거로 인드라는 리그베다에서 소마와 강력하게 연결된다.
황금빛 또는 다갈색의 건장한 체구와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남성. 즉 금발인데 현대에도 인도아리아인들과 기원이 같은 이란인들 중 드물게 금발벽안이 나타나므로, 인도로 내려온 초기 아리아인들은 금발이 발현되었던 모양이다.
왼손에는 번개를 상징하는 바즈라(금강저)를 들었다. 이 바즈라로 아수라 브리트라를 무찔렀으며 바즈라 외에 칼, 올가미, 갈고리 등 다른 무기를 들고 있을 때도 있다.
말이 끄는 전차나 유해교반 때 탄생한 머리 셋 달린 백마 웃차이쉬라바스를 탈 때도 있지만, 가장 메이저한 탈것은 코끼리 아이라바타다. 역시 유해교반에서 태어난 동물로 신화적으론 구름을 상징하는데, 후대에 인드라의 신앙이 약해지며 시바에게 험한 꼴을 당한 적도 있다.
수행원은 폭풍우를 상징하는 일곱 마루트들. 이들은 베다에선 루드라의 자식으로 폭풍을 다루지만 자비로운 의사로 활동하는 등 루드라와 특징을 공유하며, 때로 루드라와 동일시되었다. 힌두교 시대엔 인드라의 수행원으로 정착했으며 카스야파와 디티의 자식으로 여겨진다. 인드라가 카스야파와 아디티의 자식인 판본을 따른다면 이복형제가 되는데, 라마야나에 따르면 이들의 탄생은 인드라와 관계가 깊다. 디티가 자신을 위협할 아들을 임신한 것을 안 인드라가 몰래 번개를 쏴 디티의 아들을 죽이려고 했는데, 아이는 번개를 맞았음에도 일곱 조각으로 쪼개져 살아 있었다. 이에 디티는 인드라에게 이로서 이들은 너를 꺾을 수 없겠지만 너와 인연이 깊으니 거두라 제안하였고, 인드라는 이들을 수행원으로 받아들였다. 마루트란 이름은 일곱 조각으로 나뉜 아이들이 계속 울어대자 인드라가 '마아루다(울지 마라)'라고 말한 것에서 착안했다.
싸움이 일어나기 전에는 제사 때 바친다고 하는 신의 술 소마를 즐겨 마시며, 천둥번개를 무기로 아수라를 물리치며 천계를 수호한다. 베다 이후 세상을 수호하는 역할은 비슈누에게 넘어가지만 브리트라를 무찌르는 등 강력한 무훈을 가진 신이다.
거주지는 천상의 영역 중 하나인 스바르가이며, 인드라는 이곳의 왕이다. 스바르가는 선하지만 아직 해탈을 얻지 못한 영혼들이 환생하기 전 잠시 머무는 장소다.
간다르바와 아프사라스도 인드라가 통솔하는 듯하다. 비슈와미트라 신화에선 아프사라스 메나카와 람바, 마하바라타에선 간다르바 왕 치트라세나와 아프사라스 우르바시에게 지시하는 묘사가 있다.
신들의 왕이란 호칭에서 데바들의 우두머리을 짐작할 수 있지만, 정확히 말해선 삼주신 브라흐마, 비슈누, 시바를 제외한 신들의 왕이다. 즉 다른 모든 신들보다 높지만 삼주신보다는 낮은 중간관리직. 그렇다고 사실 신화를 보면 다른 신들이라고 무조건 인드라의 말을 듣는 것도 아니고 리그베다에선 인드라가 사비트르의 지시를 거스르지 못한다는 묘사가 있다. 즉 삼주신을 제외한 신들 중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다른 신들을 관리하는 리더로서 왕이라는 칭호가 붙은 것과 같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참고로 삼주신들과 인드라는 성질이 다르다. 힌두교에서는 인드라를 비롯한 신들은 악마나 인간과 함께 이 세계에 속하는 존재이며, 삼주신은 수없이 나타났다 사라져가는 세계들 그 자체를 관장하는 존재라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힌두교 시대에 나온 문헌 <비슈누 푸라나>에 따르면, 인드라는 사실 이름이 아니라 힌두교의 시대 단위 만반타라마다 교체되는 신들의 왕을 부르는 칭호이다. 이 문서에서 설명하는 보편적인 인드라 신은 사실 14번째 인드라로, 다른 인드라들과 구별지을 필요가 있을 때는 푸란다라(Purandhara) 또는 사크라(Sakra)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마하바라타에 따르면 푸란다라or사크라는 아수라를 몰살하며 무용을 인정받고 수많은 희생제를 올려 인드라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이렇듯 저 3신과 다른 신들의 위상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는데, 인드라가 태어난 직후부터 자신이야말로 신들의 왕이라고 저 3신들도 눈에 안 들어오는 양 행동하자 3신들이 인드라를 불러서 "너는 몇 번째 인드라더냐? 하고 물었더니, 이 말을 듣고 자신 이전에도 또다른 인드라가 있었음을 깨닫고는 겸손해졌다고 한다. 3주신은 세계의 흥망에 상관없이 시간의 흐름 너머에 존재하는 초월한, 격이 다른 신이며, 즉 인드라의 탄생과 죽음은 결국 자기들의 섭리에 따라 일어나니 겸손해지라는 의미다.
다만 인드라가 높은 신격을 가졌던 베다 시대엔 인드라는 유일무이한 존재로 묘사되며, 그냥 신의 이름으로 나온다. 즉 원래 인드라라는 이름은 본 문서에서 다루는 뇌신이자 전쟁신만의 이름이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인드라는 신들의 왕을 가리키는 호칭이 되었고 원래 이름 주인도 그 호칭을 가진 신들의 왕들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그렇지만 베다 시대 때의 묘사가 있고 힌두교 신화에서도 이 인드라를 제외한 다른 인드라들은 묘사가 적어, 인도 신화의 인드라라고 하면 매우 높은 확률로 본 문서에서 다루는 신을 가리키는 것이다.
베다가 쓰여지기 이전 시대의 아리안인들에겐 '바루나'가 가장 강하고 중요한 신이었던 듯하나, 아리안인들이 인도로 침략해 들어오는 시기에 강력한 전신 인드라의 신앙이 발생, 왕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추정된다. 비록 시간이 흘러 고대 아리아인의 신앙이 드라비다인의 신앙과 결부되며 변형되어 신들의 왕이란 칭호만은 유지했으나 신화에서도 툭하면 삼주신에게 털리는 이상한 상태가 되었지만. 사실 인드라가 최고신이었던 당시의 삼주신은 변두리 신이거나 기원이 되는 다른 신만 있는 상태였다.
베다에 따르면 아버지는 천공신 디아우스, 어머니는 대지 여신 프리티비라고 한다. 프리티비의 모태에 있을 때부터 그 강력한 힘에 두려움을 느낀 디아우스에게 태어나자마자 버려지지지만, 성장하여 디아우스를 죽이고 신들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
베다 이후 문헌에선 카스야파와 아디티의 아들로 언급되며, 즉 수리야, 아그니, 바루나 등과 형제가 된다.
아내는 아수라 풀로만의 딸 샤치. 인드라니(인드라의 아내)로도 불리는 여신으로, 개별적인 신격이라기보단 인드라의 아내라는 성질이 강하다. 베다에는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인드라에게 선택받았으며 샤치는 그의 아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는 묘사가 있지만, 제석천 신화에선 인드라가 샤치를 강간해 아수라와 전쟁을 했다는 묘사가 있다.
인드라가 신들의 왕이니 샤치는 신들의 여왕으로 묘사되지만 후대로 가면서 인드라의 힘이 약해지자 샤치도 비중이 없어진다. 라마야나에서 인드라와 샤치의 이야기가 언급되긴 하는데, 아눌라다라는 아수라가 이미 결혼한 샤치와 결혼하길 원했다. 아눌라다는 샤치의 아버지 풀로만에게 그녀를 납치하도록 허락받고 샤치를 납치하려 하지만 달려온 인드라가 아눌라다를 죽이고 장인 풀로만까지 죽였다고 한다.
자녀는 전쟁신 카르티케야의 아내 데바세나, 라마야나의 발리, 마하바라타의 아르주나가 유명하다. 이 셋은 모두 샤치와의 자식이 아닌 것이 데바세나는 수양딸, 아르주나는 쿤티의 청에 응해 내려주고 간 자식이다. 발리는 라마야나 원문에서 어머니가 언급되지 않지만 그의 탄생이 자세히 묘사되는 후대 창작에서 발리의 어머니가 샤치라는 이야기는 없다. 그리고 인드라의 가족이여서인지 이 셋은 전쟁과 관련이 깊은 것도 특징. 데바세나는 전쟁신의 아내이며 발리는 라바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했고, 아르주나는 쿠룩셰트라 전투에서 활약했다.
다만 샤치와의 자식들이 없는 것은 아니며 자얀타&자얀티 남매, 샤스티 여신이 인드라와 샤치의 자녀다.
자얀타는 역시 인드라의 신앙이 약해져서인지 힌두교 시대 문헌에서 취급이 나쁜데, 라마야나에선 까마귀로 변신해 시타를 쪼았다가 격분한 라마에게 브라흐마스트라를 맞고 애꾸눈이 되었다. 아버지와 함께 인드라지트에게 사이좋게 털린 적도 있고 다른 문헌이긴 하지만 프라듐나에게도 졌다.
자얀티는 금성신 슈크라와 결혼했고, 그들의 딸 데바야니가 야야티 왕과 결혼했다. 아야티는 달 왕조의 왕인데 마하바라타의 쿠루족이 달 왕조의 분가이므로, 자얀티는 이복남동생인 아르주나의 먼 조상이 된다.
샤스티는 아이들과 가정을 수호하는 여신으로, 가끔 상술한 데바세나와 동일시된다.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는 것은 샤스티의 축복, 아이를 사산하는 것은 샤스티의 분노라 여겨진다.
베다 시대에 아그니와 찬드라와 바유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신이었다. 리그베다에서 1천 개의 찬가 중 4분의 1을 인드라에게 바칠 정도로, 베다의 신 중에서도 가장 신성하고 중요하며 강력한 신으로 여겨졌다.
베다에서 묘사되는 인드라는 위대하고 강력한 신이다. 가장 유명한 일화는 아수라 브리트라와의 싸움으로, 브리트라가 인도 전역의 강과 바다를 자기 힘으로 가둬놓자 신들은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러나 당시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인드라가 건축신 트바슈트르가 만들어준 바즈라, 전투 전 힘을 다지기 위해 마신 신들의 음료 소마를 통해 힘을 키우곤 브리트라에게 도전한다. 브리트라는 인드라의 턱을 부쉈지만 치열한 싸움 끝에 인드라가 브리트라를 때려눕히며 승리하곤 그가 가둬두었던 물을 풀어주었다. 이외에도 나무치를 비롯한 수많은 마물을 무찌르는 등 무신으로서의 일화가 많이 묘사된다.
우파니샤드에서도 모든 신들의 자질을 갖춘 이라며 칭송하는 묘사가 존재한다.
훗날 힌두교의 삼주신이 된 시바, 브라흐마, 비슈누 신앙이 나타나 확장되자 인드라 신앙은 힘을 많이 잃었다. 그래서 과거의 위세에도 힌두 신화에서는 툭하면 체면을 구기는 신세가 되었다. 신들의 왕이라는 위치와 뇌신, 무신으로서의 면모는 끝까지 유지했긴 하지만.
힌두 신화의 인드라는 술(소마)에 만취해 있거나 성미가 급해 사고를 친다거나 늘 아수라에게 지고 삼주신에게 징징대러 오는 등 좀 문제 있는 신으로 묘사될 때가 많다.
힌두 신화에선 어지간한 성선들은 죄다 인드라를 능가하는 힘을 갖고 있어 성선 하나에게 험한 꼴을 당한 적도 있다. 성선 고타마(부처와는 다른 인물)의 아내 아할리아와 불륜을 저지르다 들켜서 온몸에 음문 1000개를 달아버리는 저주를 내렸는데 나중에 울면서 비니까 형을 감량해서 그 음문들을 눈으로 바꿔줬다고 한다. 혹은 고타마가 인드라의 고환을 잘라버렸고, 후에 다른 신들이 고환을 새로 달아 줬다고 한다.
성선들이 고행하면 자기한테 대들 힘이 생기니 위험해진다며 쪼잔하게 방해할 때도 많다. 그 중에서 성선 비슈와미트라가 고행을 하는 것을 보고 인간이 자꾸 자기들에게 대들 강한 힘을 얻게 되면 우주가 위험해진다는 명분을 세워놓곤 아프사라스 둘을 보내 수행을 방해한 일화가 알려져 있다. 첫 번째로 보낸 메나카는 거의 성공할 뻔했으나 인드라의 농간을 눈치챈 비슈와미트라가 돌려보내서 실패. 두 번째로 보낸 람바는 무섭다고 거절하는 것을 지켜주겠다고 달래서 겨우 보냈더니만 열받은 비슈와미트라가 쏜 저주를 맞아 돌이 되버렸는데, 뻐꾸기로 변신해서 구경하던 인드라는 이걸 보고 무서워서 다급하게 도망가버렸다. 결국 람바는 일만 년이 지나서야 원래대로 돌아왔다.
시바와 비슈누가 활약하는 신화에서도 지위가 무색하게 지고 또 지는 추태를 보인다. 수시로 아수라에게 지곤 시바와 비슈누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거의 클리셰 수준. 툭하면 고행으로 힘을 얻은 아수라에게 지고선 시바나 비슈누에게 징징대러 가면 그들이 대신 해결해주는 패턴. 심지어는 이런 한심한 꼴을 본 어머니 아디티가 비슈누에게 빌어서 아들의 권리를 찾아다주기도 한다.
라마야나에선 락샤사인 라바나의 아들 인드라지트한테 사로잡힌 적이 있다 언급되는데 인드라지트의 이름 자체가 인드라를 사로잡은 자를 의미한다.
아수라나 락샤사가 상대라도 이런데 비슈뉴나 시바에게는 그냥 손쉽게 털리는 호구 취급을 받는다. 시바의 아들인 가네샤의 머리 역시 원래는 인드라의 코끼리였던 아이라바타의 머리였는데, 시바가 잘라서 자기 아들 목 위에 올려다 붙인 것(...) 물론 인드라가 왜 내 코끼리 건드리냐고 저항했지만 손쉽게 털리고, 감히 싸우려 들어서 죄송하다고 시바에게 사죄까지 한다. 물론 시바가 아이라바타가 불사신이란 걸 알려주고 머리를 복구할 방법을 알려주긴 하지만...
시바의 아들 카르티케야에게 털렸을 때에는 웬일로 승복하고 인드라 자리를 내주려고 한다. 카르티케야는 자기가 더 세긴 해도 지배자는 단순한 딜러가 아니라는 논리로 거절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카르티케야는 인드라의 딸 데바세나와 맺어진다.
비슈누의 화신 크리슈나에게 발리는 이야기는 읽고 있으면 안타까움이 느껴질 정도.
첫번째는 인드라에게 마을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는 것을 보고 크리슈나가 해주는 것도 없는 인드라에게 제사지낸다고 태클을 걸었다. 그 말에 설득된 주민들이 제사를 중단하자 분노한 인드라가 마을에 폭우과 번개를 내보냈으나 크리슈나가 새끼 손가락으로 산을 들어 폭우를 막고 피리소리로 번개와 돌풍을 막아냈다. 이것을 보고 크리슈나의 정체를 안 인드라는 지상에 내려와서 공손하게 사죄했다(...).
두 번째는 크리슈나가 친척 캄사와 싸울 때 그가 보관하고 있던 인드라의 활을 부쉈다. 물론 인드라는 아무 말도 못했다(...). 세 번째는 인드라의 어머니 아디티가 소중히 여기는 보물을 도둑맞았는데 훔친 자가 나라카라는 아수라였다. 인드라는 자력으로 찾아오지 못하고 크리슈나가 대신 찾아다 준다.
네 번째는 인드라의 아내 샤치가 가진 아름다운 천상의 나무를 두고 크리슈나와 싸우는데, 가족 단위로 싸웠는데도 털린다. 사실 이 일의 발단부터 크리슈나의 아내 사티아바마가 나무를 갖고 싶다며 샤치에게 대놓고 도전장을 던진 것. 결국 가족단위 싸움이 되는데 자얀타는 크리슈나의 아들 프라듐나에게 지고 인드라는 크리슈나에게 털려서 나무를 뺏긴다.
유달리 크리슈나에게 많이 물먹는데 크리슈나가 현대 인도에서도 인기가 많다보니 크리슈나를 주역으로 하는 현대 미디어에서도 거의 맨날 악역스럽게 나온다. 현대 인도에서도 그렇게 대우가 좋은 건 아닌 듯.
가루다와 싸운 이야기가 마하바라타에 나오는데 여기서는 더더욱 안습하다. 불사주 암리타를 들고 도망가는 가루다를 추격하여 바즈라로 공격했고 이게 직격했긴했는데 가루다는 코웃음만 치고 바즈라에 경의를 표한다는 뜻으로 깃털 한 개를 떨어뜨려주고 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약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삼주신은 우주의 섭리 그 자체이니 사실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고 삼주신 관련자와 전쟁신인 카르티케야 정도를 제외하면 적어도 다른 신들에게 밀리는 묘사가 없다. 일단 무신이니 힌두교 시대에도 전쟁과 싸움에 능하다 묘사되며, 신화에선 추태만 부리지만 결국 외적으론 신들의 왕이란 타이틀을 잃지는 않았다.
베다 시절만큼의 무용은 잃었으나 인도 전체를 유린한 마룡 브리트라에게 승리했다는 일화는 힌두교 시대에도 내려왔고, 힌두교 문헌에서도 브리트라의 강력함은 건재하는 것으로 묘사되니 그를 이긴 인드라 역시 상당히 강력한 신이란 이야기.
삼주신에게 신앙을 빼앗겼다는 것이 유명하지만, 베다의 다른 신들에 비해 약화된 것이 눈에 띄게 보이는 이유는 역으로 인드라가 본래 매우 강력한 신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거의 주신급으로 인기가 많았기에 후대 사람들이 봐도 약화된 것이 눈에 띌 정도로 견제하고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삼주신 신앙이 위험해졌을 것. 그리고 그렇게 견제를 받았음에도 결국 신앙이 사라지진 않았고 지위가 높게 취급되는 방위신 로카팔라로도 남아있게 되었다.
라마의 동료인 수그리바와 맞선 발리의 아버지다. 발리와 수그리바는 형제로 묘사되는데, 수그리바의 아버지는 수리야이다. 이부형제인 듯하지만 발미키의 원문에서 이들의 탄생 이야기는 자세히 설명되지 않는다.
라바나를 붙잡는 것은 성공하지만 그 아들 인드라지트에게 지곤 사로잡히는 굴욕을 당하기도 한다.
아들 자얀타가 까마귀로 변신해서 시타를 쪼았다가 분노한 라마에게 브라흐마스트라를 맞을 위기에 처해서 인드라에게 도망갔다. 하지만 인드라를 비롯한 어떤 신도 막을 수가 없어 자얀타는 항복하곤 한쪽 눈에 맞는 걸로 합의해서 애꾸눈이 되었다.
판두 왕이 저주를 받아 성교를 할 수 없게 되자 아내 쿤티는 신을 부르는 만트라로 신들을 불러 후계자를 내려받았다. 유디슈티라와 비마를 연년생으로 낳고, 판두 왕은 강력한 신왕 인드라의 아이를 얻기 위해 몇 년 동안 고행을 해 신들에게 환심을 샀다. 이에 만족한 인드라가 쿤티의 만트라에 응해 아르주나를 가지도록 해주었다.
아르주나가 자란 후 아그니가 저주를 풀기 위해 아르주나에게 숲을 태우라 요청하는데, 숲에 살던 나가 탁샤카와 친구였던 인드라는 이를 막으러 온다. 여기서 아르주나와 처음 마주치는데, 힘을 시험해보고 싶다며 부하들은 물론 아이라바타와 바즈라까지 동원해 싸우다가 아들의 무용에 만족하고 적당히 물러난다. 여기서 아르주나에게 보답을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는데, 무기를 달라고 하자 다음으로 미룬다. 이후 아르주나가 유배를 갔을 때 무기를 얻기 위해 시바의 시험에 통과하자 천상에 있는 자신의 영역에 초대해 바즈라를 준다.
훗날 아들을 돕겠답시고 브라만으로 변장해서 카르나에게서 황금 갑옷과 귀걸이를 빼앗아 약화시킨다. 이를 눈치챈 카르나의 아버지 수리야가 미리 언질을 준 탓에 바로 정체를 들키자 자신의 벼락을 제외한 무기 하나를 빌려주겠다 약속하고 바사비 샤크티를 빌려준다. 하지만 본래 여러 번 주인의 손에 돌아오는 무기를 한 번만 쓰고 바로 가져갔다.
여담으로 아르주나와 크리슈나는 매우 절친인데, 상술한 인드라가 크리슈나에게 자꾸 털리는 일화를 생각하면 좀 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