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소년♧
순자 놀던 빨래터
개구리 개굴개굴
똘물 소리 맞춰
흥겨웁게 콧노래
흥얼거립니다.
노랫가락에 취해
삼거리 뛰어가니
어서 어서 함께
목노아 부르자고
손짓합니다.
깜깜한 밤바다
깨구락지 소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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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다가올 무렵 홀로 방안에 있는데 개구리 울림이 귀청을 파
고들어 삼거리로 뛰어갔다.
이곳은 방죽물이 흘러내린 개울이 있어 아릿동네 사람들의 빨래
터와 어린이들의 놀이터였다. 지금은 장미 마을로 선정된 이후
개울 위에 철망을 만들어 아름다운 장미가 주렁주렁 달렸으나 이
곳을 지나갈 때마다 아득한 시절의 영상이 주마등처럼 반짝이곤
한다.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개울가 앉아 멍때리고 있으니 개구리 소리
가 더욱 요란하게 율려퍼진다. 개굴개굴 개굴개굴 마치 반주에 마
춰 동시다발로 밤하늘을 수놓는다.
순간 철부지 시절 개구리 잡아 구워먹던 아이들, 똘에서 미꾸라지
잡던 동무들, 빨래하던 어머니들 모습이 깨일처럼 스쳐간다.
시간이 조금 흐르니 천지를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시커먼 어둠이
모든 것을 삼켜버린다. 그럴수록 개구리 소리는 밤하늘을 진동한
다.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는 동요가 떠올라 흥얼거린다.
아무도 없는 삼거리 귀퉁이에서 나는 개구리 가족이 되어 오십여
년 전 소년으로 돌아간다. 개구리 소년 아니 깨구락지 소년이 된
착각에 빠진다.
연연한 시절이 떠올르는 고향은 동심을 자극하는 보배 같은 곳이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