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올림픽, 네 번의 亞경기… ‘식빵 언니’ 덕분에 행복했다
김연경, 국가대표 공식 은퇴하기로… 배구協 “선수의사 존중해 받아들여”
호쾌한 공격-탄탄한 수비력 내세워 올림픽 첫 출전한 2012년 런던서
4강 이끌며 득점왕-MVP 수상… 2014년부터 여자배구팀 주장 맡아
인천아시아경기 금메달 획득 등 한국여자배구 중흥기 이끌어 와
‘배구 여제’ 김연경이 12일 국가대표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04년 처음 청소년대표팀에 합류했던 김연경은 이번 2020 도쿄 올림픽까지 17년간 한국 여자 배구를 이끌었다. 2014년부터 대표팀 주장도 맡았다.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포효하는 김연경,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모습.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동아일보DB
‘배구 여제’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이 국가대표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은 12일 오후 서울 강동구 대한민국배구협회 사무실에서 오한남 협회장과 면담을 갖고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다. 협회도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김연경은 수원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 2학년이던 2004년 아시아청소년여자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듬해인 2005년 국제배구연맹(FIVB) 그랜드챔피언스컵에서 성인 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세 번의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네 번의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며 한국 여자 배구의 중흥을 이끌었다.
2012 런던 올림픽 때 모습. AP 뉴시스
첫 올림픽이었던 2012년 런던 대회에서 김연경은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다.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해 시상대 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하며 세계 배구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2014년부터 주장을 맡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20년 만의 금메달을 견인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8강에 올랐다.
자신의 마지막 국가대표 무대가 된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득점 2위(136점), 디그 2위(83개) 등 공수에서 맹활약한 것은 물론이고 동료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내며 9년 만의 올림픽 4강행을 이끌었다. 한국 선수단 개회식 공동 기수와 여자 선수단 주장도 맡았다.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 뒤에는 “이번 경기가 제 국가대표 마지막 경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대표팀 은퇴를 암시하기도 했다.
김연경은 이날 “막상 대표 선수를 그만둔다 하니 서운한 마음이 든다. 그동안 대표 선수로서의 활동은 제 인생에 있어서 너무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그동안 대표팀에서 함께해 온 감독, 코칭스태프, 선후배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제 대표팀을 떠나지만 우리 후배 선수들이 잘해 줄 것이라 믿는다. 비록 코트 밖이지만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오 회장도 “지금까지 이룬 성과도 클 뿐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 계획도 중요하니 은퇴 의견을 존중하겠다. 회장으로서 이런 훌륭한 선수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협회는 김연경의 대표팀 공식 은퇴 행사를 제안했으나 김연경의 뜻을 받아들여 선수로서의 모든 생활이 끝나는 시점에 은퇴식 행사를 열기로 했다.
강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