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니 새벽5시.샤워기에 찬물을 틀고,숙취에 찌든 육신을
대충 헹궜다.집 나서며 시계를 보니,5시17분.걸어서 "망월사"까지
15분.대웅전에 엎디어;조상 신 극락왕생을 빌고,병상의 어머님 쾌유를
빌고,수자령 영가들의 윤회 멈추기를 빌고,아내와 자식과 친지.형제들의 수명복락을 빌고,나와 인연 된 모든 사람들의 건승을 빌고,바로 어제 한 거짓말까지 용서를 빌었다.참 빌것도 많은 죄덩이가 스스로도 가련하여
그만 산을 내려 오는데,"김대성(후일 목사가 됨.)"이란 친구가
갑자기 보고싶어 목이 메였다.
"칸트","헤겔","니코스.카잔차키스"이런 안주들을 놓고,명동 "로얄호텔"
앞 포장마차에서 목청 높여 토론하던 젊음이 차라리 더 그리웠다.
종교가 기복적이어선 안된다고,종교가 최상의 가치관을 형성 하려면
형이상학적이여야 된다고,그때 우리들은 겂없이 잡학을 모두 꺼내어
소주잔에 흥건히 채워 마셨었지 ㅡ.
그런데 오늘,속물로 살아가고 마는 이 몰골은,
평범 이하로 기복적이고 말았다.
투덜 투덜 "동래역"앞에 이르르니,6시30분.
새벽시장이 아침시장이 되어 있었다.
"동해 남부선"에 연결 된 터라,갖가지 싱싱한 수산물과,농.축산물들이
쏟아져 저마다 좌판을 이루고 있고,의류를 비롯한 공산품들도
거들고 있고,"사람 자격증"있는 사람들만 사고 팔고 있었다.
"집에 가져가 잡숫고,맛 없으면 돈 안 받아!"
이 얼마나 정겨운 거짓말 인가?
"3개에 3천원!"
이 얼마나 차원 높은 유머 인가?
"자아!골라봐!골라봐!오늘 지나면,후회 해!"
아 아 ,이것이 바로 내가 잃어버린 메타페가 아닌가?
"아줌마!일로 와봐!구경 하는건 돈 안받아!
이건 개그를 넘어 아예 패러독스가 아닌가?
휴대폰으로 아내를 부를까 하다가,시어머니 병 수발로,저 푸성귀
전잎처럼 늘어져 자고 있음이 마음에 걸려,조심스럽게 이어폰을 닫았다.
떠들썩한 웃음과,밉지않은 욕들과,허가 받은듯한 거짓말들과,
내 아이들이 외면 하는 백원짜리 동전들과,......그야말로
없는게 없는데,딱 세가지는 좌판에서 찿아볼수 없었다.
좌판에 없으니 팔지 않는거고,팔지 않는건 살수 없다는 절망감이
두 다리를 붙들었다.
첫댓글 ........생각하게하는 아침입니다........
동래학님글을 읽으니많은 생각이 지나가네요..날마다 좋은날 되세여
다시 한번 지나간 일들을 뒤돌아 보게하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