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부작침(磨斧作針)·우공이산(愚公移山) ◈
두보(杜甫: 712∼770)와 더불어 중국 당나라 때
한시(漢詩) 문학의 양대 거성(巨星)으로 불렸던 이백(李白: 701∼762)이
한때 산에 들어가 학문을 익힐때가 있었어요
하루는 공부에 싫증을 느껴 산을 내려오다가
냇가에서 도끼를 바위에 갈고 있는 노파를 만났지요
“무슨 일로 도끼를 바위에 갈고 있습니까?”
그러자 그 노파는
“바늘을 만들려고 한다오”
이백이 하도 기가 막혀 다시 물었어요
“허허~ 어느 세월에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듭니까?”
그러자 노파가 도끼를 갈던 손을 멈추고 말했지요
“하다가 그만두지 않는데 왜 바늘 될 날이 오지 않겠소?”
말을 마친 노파는 다시 손을 놀려 도끼를 갈기 시작했어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은 이백은
집으로 가려던 발길을 되돌려 산으로 올라갔지요
마부작침(磨斧作針)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의 사자성어는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어요
이와 비슷한 뜻의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도 있지요
중국 북산에 살고있던 우공(愚公)이라는 노인이 높은 산이 가로막혀
왕래하는 데 겪는 불편을 해소하고자 두 산을 옮기기로 하였어요
둘레가 700리에 달하는 큰 산맥의 흙을 퍼담아서 왕복하는 데 1년이 걸리는
발해만(渤海灣)까지 운반하는 작업을 하는 우공(愚公)의 모습을 보고
친구 지수(智叟)가 그만둘 것을 권유하자 우공(愚公)이 말했지요
"나는 늙었지만 나에게는 자식과 손자가 있고, 그들이 자자손손 대를 이어나갈 것이다.
하지만 산은 불어나지 않을 것이니, 대를 이어 일을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산이 깎여 평평하게 될 날이 오겠지."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은 이렇게 하여 만들어 졌어요
우공이산이란 '우공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든 끊임없이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산을 파서 옮겨 놓으려 했던 주인공 우공(愚公)도
자자손손 이어가며 한 삽 한 삽 퍼내다 보면 결국 큰 산도 옮길 수 있다고 믿으면서
흙 나르는 일을 멈추지 않았어요
우린 여기서 시선(詩仙) 이백을 깨우치게 한 노파와
산을 옮기겠다는 어리석은(愚) 노인에게 주목해야 하지요
배움이란 책 속에만 있는것이 아니고
오히려 평범한 노인에게서 더 큰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이지요
무슨 일을 하다 보면 열심히 하는데도 일이 잘 안될 때가 있어요
살다보면 대패질을 하는 시간보다 대팻날을 가는 시간이 더 길 수도 있지요
붓을 들어 글을 쓰는 시간보다 먹을 가는 시간이 더 길 수도 있어요
한 줄의 글귀를 완성하기 위하여 글귀의 틀을 구상하고 다듬고 수정하는 시간이
더 길게 소요될 때가 있지요
소설가 박완서 씨는 마흔이 넘어서 작가 생활을 시작하여 성공한 사람이지요
일찍 시작했다고 반드시 일찍 이룰수 있는 건 아니지요
얼마만큼 오랜 시간 동안 참고 견디며 정성껏 준비했느냐가 중요할때도 있어요
집을 지을 때도 땅을 깊이 파면 팔수록 건물의 높이가 높이 올라갈수 있다는 것을 알수 있지요
인생에서 젊은 날은 대팻날을 가는 시기이지요
이 시기에 대팻날을 갈지 않고 섣불리 대패질을 하다가는
송판하나 제대로 다듬지 못하게 될수도 있어요
목수로 서른 세 해를 살고 간 예수도 대팻날을 가는 데에 서른 세 해의 시간을 보냈지요
부처가 된 왕궁의 왕자였던 싯다르타도 오랜 고행의 기간을 거쳤어요
법복을 입은 판사나 검사,
머리 깎고 물들인 옷을 입은 출가자,
교회나 성당에서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전도자들은
그에 맞게 살아갈수 있어야 하지요
그러기 위해선 끝없는 수련과 자기 연마가 필요한 것이지요
성직자나 지도자가 되었으면 속까지 철저하게 무장되어 있어야 하지요
도끼에 물이나 조금 묻히다 말고,
산을 옮긴다고 달려 들어 삽질이나 몇 번 하다 말면
무엇 하나 되는 것이 없는 것은 뻔한 이치 이지요
영화 ‘빠삐용’의 한 대목이 떠오르지요
살인의 누명을 쓰고 지옥의 감옥으로 보내진 빠삐용이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했는데
재판관은 이렇게 언도(言渡) 했어요
“네게는 인생을 낭비한 죄가 가장 큰 죄이니라”
참으로 새겨들을 말이지요
누구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태도는 분명 죄가 될수도 있어요
그것은 단 한번 주어진 인생을 낭비하는 짓이기 때문이지요
거인(巨人)의 족적으로 한 생을 살아간 사람이 있고
주변에 폐만 끼친 채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어요
자신의 꿈을 이룬 채 편안히 눈을 감는 사람도 있고
죽는 순간까지 욕망에 매달려 두 눈을 부릅뜨는 사람도 있지요
낭비된 삶과 낭비안된 삶의 차이이지요
이제 설날 연휴도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지요
우린 여기서 자신을 한번쯤 돌아보면 좋겠어요
'나의 지난날은 어떠했나?'를 생각해 봐야 하지요
낭비된 삶이었나
낭비 안된 삶이었나
그러면서
"나는오늘도 열심히 도끼를 갈고있나"를
헤아려 보시기 바래요
-* 언제나 변함없는 一松.조동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