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하얀 가운에 청진기를 목에 건,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를 풍기는 근엄한 표정의 사람을 생각하게 됩니다.
어제 남편의 왼쪽 눈 백내장 수술을 위해 다시 찾은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의 모습은 조금 달랐습니다.
요즘은 직업에 있어 남녀 성차별은 없습니다.
우리가 대학생일 때만 해도 의과대학엔 남학생이 대부분이었고 여학생은 그저 몇 명 정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여학생 수가 많고, 전공의 과정에 있어서는, 특히 차분하고 섬세한 작업이 요구되는 안과에는 여의사가 더 많아 보입니다.
안과 환자 대기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전공의들 대부분이 여의사입니다.
두 번째 수술이라 절차도 시간도 아는 터라, 지난주와는 달리 좀 느긋하게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간호사들은 대부분이, 아니 전부가 여성입니다.
그 들의 복장은 밝은 색 유니폼으로 통일되었고, 헤어스타일도 역시 획일적으로 같은 모양입니다.
뒤로 묶은 머리를 까만색 그물주머니에 집어넣어 한 올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게 처리한 모습이 환자를 도울 준비가 되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반면 의사들은 헤어스타일이 자유로워 보입니다.
남자 의사들의 두발은 짧게 깎은 헤어스타일이 다 비슷하지만, 여의사들은 제각각입니다.
특히 신세대 젊은 여자 전공의들의 두발은 거의 대부분이 요즘 유행하는 롱 헤어스타일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갈색으로 염색하여 멋을 낸 모습도 보입니다.
'전공의 시절엔 잠 잘 시간도 부족하다던데 염색할 여유가 있나 봐.'라며 다시 한 번 더 쳐다보았습니다.
안과 환자 대기실은 비교적 넓은 공간이고 의자를 효과적으로 배치해서 많은 환자들이 앉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 많은 환자들 사이로 하얀 가운을 입은 여의사가 지나가는데, 손에는 투명한 컵에 갈색 종의 띠를 두른 커피잔을 들고, 입에는 컵에 꽂힌 빨대를 물고,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는 풀어 치렁치렁하게 가슴까지 늘어뜨린 채입니다.
처음엔 내가 잘 못 봤다며 내 눈을 의심했습니다.
그러나 잘 못 본 것이 아님을 알았을 땐, 나도 모르게 쯧쯧쯧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더군요.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환자들 앞에서의 의사의 태도는 어느 정도 절도가 있고 위엄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가 너무 고루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야만 환자들에게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고 처방에 대한 효력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의사라고 해서 너무 위압적인 고자세도 곤란하지만, 너무 가벼워 보는 이로 하여금 신뢰감이 가지 않은 것도 문제라 생각합니다. 신세대를 이해 못하는 늙은이의 푸념인지, 의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 못하는 고루한 노인의 편협한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첫댓글 옥덕 아우의 말이 맞다. 우리도 일 할 때는 긴 머리를 뽈끈 묶어 올리고 일을 해야
집중할수 있어 좋은데 하물며 의사는 신뢰감 주는 태도를 취하면 환자들이 더 존경할건데....
환자를 의식하지 않은 신세대 의사의 태도에 놀랐습니다.
우리 세대, 의사가 된 친구 말에 의하면 의사가 너무 젊으면 환자에게 신뢰감이 덜할까 봐
일부러 나이 들어 보이게 한다고 까지 했는데요.
환자들의 신뢰감을 위해서도 의사라면 단정하면서도 조금은 근엄해야 될거라고
생각을 하지요. 안과의가 여성이 많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네요.
대학병원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교수님을 제외한 전공의들은 여자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의사라는 관념은 우선 신뢰감과 단정함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앞서서인지 옥덕님의 글을
읽으니 공감이 가네요.신세대 의사들은 조금씩 자유로워 지나봐요.^^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