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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구
버스 정류장 옆에 그가 서 있다
그는 지난여름 갈아타는 정거장으로 바뀌면서 이사해온 것이다
어제는 술 취한 젊은이에게 억울한 행패를 당했다
넘어질 듯 비틀거리는 몸으로 그를 붙잡고 한탄을 하다가, 주먹으로 두들겨 맞고 발길로 채였다
패면 맞고 발로 차면 채여, 가슴이 무척 아팠을 것이다
군데군데 그의 친구들이 서 있기도 하고, 어느 곳엔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처럼 몹시 늙은이도 서 있다
그들 중에는 감기약이 어떻다는 속옷 하나 그냥 입고 서 있는 이도 있고, 연극 영화 구인, 겹겹이 입은 이도 있었다
행사 겹치는 계절에는 색 짙은 옷을 자주 갈아입을 때도 있다
불경기 탓인지 어느 날은 벌거벗고 있을 때도 간혹 있었다
그러나 그는 도무지 투덜거리거나 좋다 싫다 말이 없이 서 있을 뿐이다
비 오는 날은 우산도 없이 그 비를 다 맞고 서 있는 것이다
때로는 함박눈을 흠뻑 맞으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애처롭게 서 있을 때도 있다
관공서 앞에 서 있는 애는, 폼 나는 대접을 받기도 하지만 여론형성에 사회적 영향을 나타내며 이용과 논의에 충족을 누리기도 한다
어쨌든, 누가 뭐라 해도 나는 그를 통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오늘날까지 먹고 살고 있다
그는 잊을 수 없는 나의 안내자로 기억되어 있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