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 소설의 시초를 만나다
-《금성 탐험대》(한낙원, 창비)-
이 책을 쓴 한낙원은 한국 과학 소설의 개척자로 불린다. 그의 대표작은 이 책은 1962년부터 2년여 동안 ‘학원’이라는 잡지에 연재한 작품이다. 그 당시 청소년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단행본이 출시되고 나서 무려 10쇄를 찍었다고 한다. 연재를 시작한 시점은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향후 10년 내로 달에 사람을 보낼 거라는 선언할 때였다. 한낙원은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기 전에 이 책을 세상에 선보였다.
책의 내용은 미국 소련 간 우주 개발 경쟁이 치열한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우수하나 파일럿들이 연쇄 살해당하자 미국은 금성 탐험호를 몰래 쏘아 올릴 계획을 짠다. 하와이 우주 항공 학교의 한국인 학생인 고진과 최미옥은 우주로 향할 꿈에 부풀지만, 고진은 출발 지전 괴한에게 납치된다. 소련의 우주선과 미국의 우주선이 펼치는 긴박하나 추격전과 금성의 험난한 자연과 외계인 알파성인과의 만남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금으로부터 약 63년 전에 쓴 작품인데 이렇게 기발하고 참신할 수 있다니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워즈급의 영화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윌리엄 중령은 괴물의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올빼미같이 둥근 두 개의 눈, 매부리코처럼 굽은 주둥이, 황소같이 위로 뻗은 뿔까지 달린 괴조의 얼굴이 한꺼번에 윌리움 중령의 눈 속에 들어왔다. 그 괴조의 얼굴은 황소 같은 두 뿔과 낫 같은 발톱들과 매섭게 빛나는 두 개의 눈이 함께 범벅이 되어 윌리엄 중령의 눈 속에서 맴을 돌았다.”(161쪽)
위의 구절을 금성에서 만난 괴물을 묘사한 부분이다. 구체적인 묘사에 머릿속으로 우주 괴물을 모습을 상상하면서 읽게 된다. 읽다 보면 머릿속에서 그림이 펼쳐지는 기분이 들 정도로 표현이 섬세하다. 단 예스러운 문장 표현과 요즘에는 사용하지 않는 단어 등이 거슬리긴 하지만 이 책을 출간한 창비 출판사에서 최대한 한낙원 작가의 표현을 존중하기 위해서 예전 표현을 그대로 실었다고 했다.
이러한 점을 참고해서 작품을 읽어보면 예전의 표현 방식을 살펴보기도 하면서 우주를 품에 안는 기분으로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첫댓글 예술이. 때로는 과학을. 앞지르는. 상상력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