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연중 제26주일-마태오 21장 28-32절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
어제의 나를 예수님 사랑의 강물에
오늘 예수님께서 선포하시는 말씀을 듣고 있던 대상자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에 대해
시선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말씀하셨다.”
예수님 시대 당시 이스라엘은 군사적, 정치적으로는 로마 제국의 식민통치 하에 있었지요.
그러나 로마 제국은 회유책의 일환으로 일정 부분 자치권을 허용하고 있었습니다.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은 로마 제국이 허용한 한도 내에서
나름 ‘한 가닥’ 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아무튼 예수님 시대 당시 이스라엘의 상황은 참으로 복잡하고 특별했습니다.
이리 저리 살살 눈치만 보는 헤로데 왕이 있었고,
로마 제국으로부터 파견된 빌라도 총독이 있었고,
수석사제단과 백성의 원로들이 서로의 기득권을 확장시켜나가려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죽어나고 있는 사람들은 가난한 백성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복잡한 시대에 출현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놀라운 말씀과 행적에 백성들은 동요되기 시작했고,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은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로마 제국 측에서는 예수님의 등장으로 인해 들뜬 이스라엘의 분위기를 감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을 따라다니는 수많은 백성들,
그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을 수상쩍게 본 로마 제국 측에서는
여차하면 군사적 개입까지 불사할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그나마 기득권을 누리고 있던 헤로데, 빌라도,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은
이런 상황을 감지하고 불안감에 떨었겠지요.
예수님의 등장으로 인해 촉발된 긴장된 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은 비상 최고 의회를 소집합니다.
비상계엄령 비슷한 것도 선포했겠지요.
그리고 대사제 카야파는 한 가지 해결책을 내놓습니다.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여러분에게 더 낫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헤아리지 못하고 있소.”
그들은 즉시 비상계엄령 비슷한 것을 선포합니다.
더 이상 예수님을 중심으로 한 집단 집회를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일단 예수님을 체포한 후, 헤로데, 빌라도의 힘을 빌려 처형하기로 계략을 세우는 것입니다.
보십시오. 그들은 갖은 권모술수와 음해를 밥 먹듯이 저지르는 놀라운 모략꾼들입니다.
자기 한 몸 건사하기 위해, 자기 밥그릇을 놓지 않기 위해 뭐든 할 수 있는 노련한 정치꾼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힘을 모으면, 비록 제한된 권력이었지만, 뭐든 할 수 있는 당시 주류 세력이었습니다.
이런 대단한 사람들 앞에서 던지는 예수님의 말씀을 한번 들어보십시오. 참으로 놀랍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
세리와 창녀들은 예수님 시대 당시 어떤 사람들이었습니까?
갖은 폼이란 폼은 다 잡고 고고한 척 하던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가장 경멸하던 집단이었습니다.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은 세리와 창녀들을 향해 공공연하게 선언했습니다.
지옥으로 떨어질 상종 못한 인간들,
아니 이미 지옥을 살고 있는 인간들이라고.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 세리들과 창녀들이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에 앞서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당시 그 말을 듣고 있던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 심정이 어떠했겠습니까?
공개적인 대 망신 앞에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을 것입니다.
모욕감, 복수심을 넘어 극도의 분노로 치를 떨면서 당장이라도 예수님을 죽이고 싶은 살의로
가득했을 것입니다.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 앞서 세리와 창녀들이 먼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수님의 발언의 배경은 무엇일까요?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지니고 있었던 돌처럼 완고한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리 부르짖고 외쳐도 끝내 하느님께로 돌아서지 않는 그들의 닫힌 귀 때문이었습니다.
반대로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는데,
세리와 창녀들이 하느님 나라에 다른 사람들에 앞서 들어갈 것이라는 놀라운 예수님 발언의 배경은
무엇일까요?
어제까지 그들의 삶이 비록 죄로 얼룩졌지만,
무상의 선물로 오신 예수님을 구세주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어제의 나를 예수님 사랑의 강물에 흘려보내고
예수님과 함께 새 삶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가톨릭 사랑방 cafe.daum.net/catholic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