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잔 차의 숲 속의 사원
왓 바퐁 사원 방문기 (2)
글 | 김형근 (본지 편집인)
낙엽을 쓰는 왓 바퐁 스님
아잔찬 스님이 거주했던 건물
아잔 차 스님(1918 - 1992)은 위빠사나 수행법과 태국 불교를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알린 스님이다. 미국에는 1979년 메사추세츠 바레시에 있는 IMS를 방문하여 10일간 지도하기도 하였다. 한국의 스님으로 아잔 차 스님과 교류가 있었던 스님은 숭산스님이다. 아잔 차 스님의 제자로 홍콩에서 큰 사찰을 운영하는 말레이시아인 대관스님으로부터 아잔 차 스님의 활약상을 들어 아잔 차 스님의 알고 있던 숭산 스님은 태국의 왓 바퐁을 방문하여 아잔 차 스님을 만난 적이 있다. 두 분 스님이 만나서 서로가 아주 좋아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연유로 아잔 차 스님의 저서 ‘아잔 차 스님의 오두막’의 서문을 쓰기도 하였다.
2019년 2월 6일 아침이다. 호텔에서 하루 밤을 지냈다. 아침에는 닭 우는 소리가 들리고 창 밖에는 열대수들과 바나나 나무, 망고 나무, 코코넛 나무도 보였고, 빨강, 노랑 등 강렬한 색상의 열대지역 꽃들을 많이 보였다. 택시를 타고 왓 바퐁 앞에서 내리니 도로를 경계로 사원 건너편에 주차장이 있고, 그 주차장에는 노점상들이 줄지어 있었지만 손님은 별로 없었다. 도로 바로 옆에 있는 왓 바풍 사원은 숲 속에 있었는데 조그만 사찰 간판이 벽에 걸려 있었다. 안에 들어가자 입구 가까이에 현대식 건물이 한 채 있는데 박물관이다.
숲속의 사원이라는 왓 바퐁 분위기를 ‘아잔 차 스님의 오두막’ 책에서 옮겨 소개한다.
아잔차 스님
왓 바퐁 같은 숲 속의 수도원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수행의 기풍이 확연히 느껴진다. 바스락거리는 나무들은 고요히 서 있고, 허드렛일을 하거나 천천히 걸으며 명상을 하는 승려들은 조용조용 움직인다. 수도원 건물들은 백 에이커쯤 되는 경내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며, 비구와 비구니를 위한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작고 수수한 오두막들이 숲 속의 공터에 하나씩 자리잡고 있고, 나무들 사이로 난 호젓한 오솔길이 오두막들을 이어 준다. 수도원 중앙에는 대강당과 공양실, 수계식을 하는 법당이 있다. 숲 속의 건물들은 한결같이 소박하며 출가의 분위기를 북돋운다.
이런 수도원에 사는 스님들을 ‘두타행(dhutanga)이라고 하는, 단순하면서도 엄격한 수행의 길을 따르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다. 금욕적인 생활 방식을 자원하여 따르는 숲 속의 승려들의 전통은 부처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처님은 승려의 의복과 음식, 거쳐에 제한을 두는 열세 가지 특별 계율을 정하도록 허락했다. 두타행의 핵심은 최소한의 물건으로 생활하고 수행에 전념하며 하루 한 번씩 탁발을 하는 것이다.
왓 바퐁은 가장 규모가 큰 숲 속의 수도원 가운데 하나이다.
태국에서 이런 숲 속의 사원으로 유명한 또 다른 수도원이 있다. 바로 아잔 차의 스승인 아짠 문의 엄격한 수행 가풍을 그대로 이은 마하 부와 스님의 숲속의 사원 왓바반탈(Wat Pa Bahn Tahd)이다. 이 사원은 태국 북부의 ‘우도타니’ 지방에 있는 약 100에이커 되는 땅에 자리잡고 있다. 스님들의 거처는 20개 이하로 많지 않으며, 수련은 매우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마하 부와 스님은 자신에게 엄격했던 스승의 방법대로 두타행에 가까운 행법으로 제자들을 이끌고 있다. 스승인 아짠 문이 설한 두타행 계율은 크게 아홉 가지이다. 집집마다 차례로 걸식하기, 식사 후에 음식 안 받기, 하루에 한 끼 식사하기, 한 바루의 음식만 받기, 누더기 가사 걸치기, 숲속에서 지내기, 나무 밑에서 지내기, (내부 또는 외부의) 공동묘지에서 지내기, 세 벌의 가사만 입기 등 부처님 당시의 계율을 거의 그대로 따른다.
이런 숲속 사원의 수련은 매우 단순한 생활을 기초로 한다.
숲속에서의 수행은 고립과 한적함 속에서 마음집중과 관찰이 이어지고, 자기만족이나 과시의 방일(放逸)이 끼어들 틈이 없다. 숲속 승가에서는 “고(苦)의 소멸을 열망하는 자에게, 숲속의 적막한 수행은 모든 덕의 원천이 된다”고 한다.이른 아침에 나서는 탁발, 하루 한 번의 간단한 식사, 작은 집, 목욕을 위한 우물, 오랜 기간의 묵언 정진, 외딴 숲속, 이와 같은 환경이 세속과는 전혀 다른 숲속 승가의 전통을 이어가도록 한다.
단순한 수행환경은 수행자들을 더욱 침착하고 소박하게 만들어, 마음과 생활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관찰토록 해 지혜를 계발하게 한다.
오두막 책에 서술되어 있는 것처럼 왓 바풍 안으로 들어가자 대나무를 비롯하여 이름을 알 수 없는 많은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서있었다. 대부분 잎이 큰 활엽수 나무들이었는데 그 나무들 사이에서 한 스님이 낙엽을 쓸고 있었다. 닭우는 소리가 정적을 깨트릴 뿐 스님이나 방문자들도 별러 볼 수 없었다. 스님들은 각자 수행 처인 오두막(꾸티)에서 수행하는 것 같았다.
이 스님에게 물어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한 곳에 있는 곳으로 가서 법명이 쟌타파류 라는 비구 스님을 만났다. 직책이 Acting Abbot (주지 대행)인 이 스님은 여기 ‘우본라차타니’에서 태어났다. 1973년 행자 생활을 시작하여 1년 후 스님이 되었다. 올해로 43년째 스님으로 수행하고 있다. 요즈음 보기 힘든 나비도 보이고, 아주 평화로운 사찰이었다. 이 사찰의 하루의 일과는 새벽 2:45에 일어나 3:15에 독경으로 시작한다고 한다. 5:00 부터는 명상을 한다. 6시부터 탁발을 하여 8시에 식사를 한다. 이 수도원에는 비구 스님이 45명, 여성수행자인 매치(Mae chi)가 20명, 사미승 5명이 있다고 한다. 이 수도원에서는 1년에 한번 큰 행사를 하는데 그 시기는 매년 6월 11일부터 17일까지 1주일 간 계속한다.
아잔 차 스님의 수행 사진
아잔 차 스님의 수행방법
‘위빠사나 열두선사’에서 아잔 차를 소개한 제목이 ‘일상을 통한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깨달음’이다. 아잔 차 수도원에서 명상의 핵심은 특별한 수행법을 연마하는 것이 아니고 생활하는 가운데 있는 것이다.
아잔 차 스님 관련 자료들을 보면 그의 수행방법은 ‘마음관찰 수행을 강조한다. 스님들은 가사를 바느질하고 숲길을 쓸고 지극히 단순하게 생활한다. 하루에 한 끼 식사를 한다. 그의 가르침은 “깊은 지혜나 깨달음의 경험에도 집착하지 말고, 단지 순간순간 집착을 여의는 이 수행을 계속하라고 말한다.
사찰에서의 일상생활도 정규적인 좌선이나 경행 못지않은 수행의 중심이 된다.
아잔 차는 어떤 특별한 명상 테크닉을 강조하지 않는다. 깨달음과 지혜를 빨리 달성하도록 하는 충격적인 방법도 장려하지 않는다. 정규적인 좌선에서 마음이 고요해질 때까지 호흡을 주시하고, 그런 다음에 몸과 마음의 현상을 관찰함으로써 수행을 계속하도록 한다. 소박하고 자연스럽게 살라. 그리고 마음을 관찰하라. 이것이 그의 수행의 열쇠이다. 인내가 강조된다.
쟌타파류 스님의 부탁으로 왓 바퐁 사찰의 신도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의 안내로 사찰 경내를 살펴보았다. 사찰 경내의 수많은 나무 사이로 길이 있었다. 군데군데 표 말과 태국어 안내문이 있는데 대부분 아잔 차 스님이 설법했던 곳, 좌선했던 곳, 걷기 명상했던 곳 들이었다. 그곳에 안내 설명서를 설치한 것이다. 걷기명상 한 장소에는 콘크리트로 발자국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아잔 차 스님이 평소에 거주했던 태국 전통식 집도 잘 보존되어 있었다. 이 수도원을 방문하는 사람들 모두가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스님은 말년에 몸이 아파서 치료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치료 설비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현대식 건물로 지어서 그곳에서 말년을 보냈다.
이 왓 바퐁에는 현대식 설법전과 예술적으로 지어진 우보솟(스님 출가하는 곳), 식당은 상당한 규모였다. 수행을 중요시하는 숲속의 사원이라서 인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찰이지만 방문자는 거의 없었다. 사원 담장 밖으로 나가 스님의 사리탑에 가서야 단체로 방문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많지 않은 숫자였다.
입구 박물관
왓 바퐁 사원 입구에 있는 박물관은 3층으로 된 건물이다.
이곳에는 아잔 차 스님의 행적을 엿볼 수 있는 사진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안내인도 없었고, 기념품을 팔지도 않았다. 대부분 태국 사찰들은 태국 국왕을 비롯하여 왕족들이 방문한 큰 사진을 사찰의 이곳저곳에 많이 걸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수도원 어느 곳에도 없었고, 박물관에 있는 많은 사진들에도 그런 사진은 없었다.
왓바퐁
아잔 찬 스님이 명상했던 장소
본 건물
왓바퐁 초입
부도탑
아잔 차 스님이 치료를 하면서 거주하던 곳
저녁 예불
주지 대행 스님과 필자
저녁에는 6시가 되자 컴컴해지기 시작했다. 닭들이 우렁차게 큰 소리로 울어냈다. 간간히 새 우는 소리도 들렸다. 시간이 흘러 어둠이 완전히 깔리자 닭 우는 소리가 멈췄다. 법당에서 예불이 시작되었는데 참가하는 스님들은 10명 미만이었는데 대부분 젊은 스님들이었다. 법당의 높은 단에는 승복을 입은 스님들이 앉았고, 그 밑에는 행자인 힌 옷을 입은 사람들이 앉아서 6시 15분부터 독경을 하였고, 재가 신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스님들 중 한 스님이 마이크를 이용하여 독경을 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따라서 했다. 필자는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예불을 참가한 후에 컴컴한 수도원을 나왔다.
필자는 아잔 차 스님의 발자취를 살펴보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을 이용하여 방콕으로 가는 기내에서 태국인 여성 승무원을 만났다. 그녀에게 아잔 차 스님에 대해서 물었으나 뜻밖에도 전혀 모른다는 대답을 들었다.
대한항공으로 방콕으로 갔다. 기내에서 태국 출신인 승무원에게 아잔 차 스님을 아느냐고 물었으니 이 젊은 여성 승무원은 뜻밖에 모른다는 대답을 했다. 태국인들은 아잔 차 스님에 대해서, 이름뿐만 아니라 그의 가르침과 수행력에 대해서 어느정도 아는지 모르겠다. 또 서양과 미국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아는지 모르겠다.
태국 헌법에는 제한이 없으나 승가법에선 여성의 비구니 수계금지
태국에서는 여성의 출가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 태국 불교계 대표 기구인 태국불교협회는 지금까지 여성에게 구족계(具足戒: 출가자가 정식 승려가 될 때 받는 계율로서 비구와 비구니가 지켜야 할 계율) 수지를 하지 않고 있다. 태국에는 비구니가 존재한 적이 없었다. 따라서 20만여 명에 이르는 태국의 스님들은 모두 남성인 비구이지만 최근에는 스리랑카 등 다른 나라에서 계를 받은 비구니들이 조금 있다고 한다. (참고: 방콕 외곽의 한 군데 사찰에 태국 비구니 스님들이 거주한다. 그러나 종단에서는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여성은 오직 가톨릭 수녀처럼 흰색 옷을 입은 채 사원에서 수행자가 아닌 불자로서만 생활할 따름이다. 그것도 여성은 ‘치(chi)' 또는 ’매치(mae chi)'라고 불리는 불자로서만 사찰에서 생활할 수 있다. 금욕 외에도 8계를 지켜야 하는 매치는 대부분 밥 짓고 빨래하며 바느질을 하는 등 비구들의 식모 내지 하녀처럼 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절 살림을 열심히하지 않으면 게으르다는 핀잔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종종 밥도 얻어먹지 못할 뿐 아니라 몇 푼 되지 않는 용돈마저 끊긴다. 필자가 2018년 1월에 소개한 ‘담마카야-Wat Phra Dhammakaya’에는 매치처럼 사는 여성들이 800명 정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이고, 이중 언어 구사자도 많다. 이들은 8계를 지키며 공동생활을 하면서 사찰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 돈은 아주 조금 받는다고 한다.
또한, 매치는 행정적으로 애매모호한 위치에 있다. 예컨대 태국 교통통신부는 매치들을 일반 속인으로 간주해 그들에게는 비구에게 부여하는 대중교통 무임승차권을 주지 않는다.
그에 비해 내무부는 그들을 종교인으로 간주해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밖에 불교 신도들이 공덕 축적의 목적으로 현금, 옷, 비누, 횃불, 양산 등 승려들에게 행하는 보시도 비구에게만 주어지고 매치들에게 보시를 하는 경우는 없다. 현재 태국에는 약 20만명의 비구에다 약 1만 명의 매치가 있다. 태국 사람들은 ‘매치’를 비구 스님과 같은 복전(福田)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즉 이들에게 보시를 하더라도 보시자가 복을 쌓은 것으로 생각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보시를 거의 하지 않는다. 태국의 여성 출가자 문제는 종종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태국의 유명한 재가 불교운동가인 ‘술락시바 락사'의 저서 ’평화의 씨앗‘이라는 책에서 ‘여성과 불교’라는 항목에서 불교의 여성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태국에는 약 250,000 명의 승려가 있고, 유감스럽게도 그 두 배의 매춘부가 있다. 이것은 국가제도가 기능장애를 일으키고 있음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런 여러 문제를 해소하려면 반드시 아시아 불교 전통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은 태국에는 동진 출가가 있다. 또 사찰에는 고아들을 키우고 있고, 이들이 출가를 많이 한다. 태국에서 여성 출가 제도가 보장된다면 여성문제 해소에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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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소 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