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水滸傳•제 137편
석수와 노준의는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달아날 길이 없었다. 사방에서 인마가 몰려와 갈고리와 올가미를 던졌다. 가련하게도 용맹한 영웅도 중과부적이라, 두 사람은 사로잡히고 말았다. 양중서는 형장을 습격한 도적을 끌고 오라고 명하였다. 석수는 대청 앞으로 끌려가자, 눈을 부릅뜨고 큰 소리로 욕을 했다.
“네 이놈! 나라를 무너뜨리고 백성을 해치는 도적놈아! 나는 형님의 명을 받고 왔다! 조만간 형님이 군대를 이끌고 와서 이 성을 짓밟아 평지로 만들어 버리고, 네놈을 세 토막으로 잘라 버릴 것이다! 이 어르신을 먼저 보내 네놈들에게 알리게 한 것이다!”
석수가 대청 앞에서 양중서에게 도적놈이라고 외치면서 욕을 해대자, 대청 위의 모든 관원들은 깜짝 놀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양중서도 한동안 말없이 있다가, 두 사람에게 큰 칼을 씌워 사형수감옥에 가두라고 명하고 채복에게 잘 감시하여 실수가 없도록 하라고 분부하였다. 채복은 양산박 호걸들과 친분을 맺으려고 두 사람을 한 감방에 넣고 매일 좋은 술과 고기를 대접하였다. 그래서 두 사람은 더 이상 고통을 당하지 않고 도리어 몸을 잘 보양하였다.
한편, 양중서는 신임 왕태수를 불러 사건을 처리하게 하고, 성중의 피해 상황을 점검하게 하였다. 죽은 사람이 7~80명이고, 넘어져서 머리를 다치거나 부딪쳐서 피부가 벗겨지거나 다리가 부러진 사람은 부지기수였다. 양중서는 관아에 보고한 사람들에게 돈을 지급하고, 다친 사람은 의원을 불러 치료하게 하고 죽은 사람은 화장하게 하였다.
다음 날, 성 안팎에서 보고가 들어왔다.
“양산박에서 뿌린 전단 수십 장을 수거했는데, 감히 감출 수 없어 바칩니다.”
양중서는 전단을 읽고서 너무 놀라, 혼백이 구천 밖으로 날아가는 것 같았다. 전단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양산박 의사 송강은 북경 대명부와 천하에 포고하노라.
지금 대송의 조정은 탐관오리들이 정도를 가로막고 권력을 멋대로 휘둘러 양민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만백성이 도탄에 빠져 있다. 북경의 노준의는 천하의 호걸로서, 이제 산으로 청하여 함께 하늘을 대신해 도를 행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어찌하여 간사한 뇌물을 받고서 선량한 사람을 살해하려고 하느냐!
내가 특별히 석수를 보내 먼저 알렸건만, 예기치 못하게 두 사람이 사로잡히고 말았다. 만약 두 사람의 목숨을 살려주고 음부와 간부를 바친다면, 내가 쳐들어가지 않겠다. 하지만 팔다리 하나라도 상하게 한다면, 산채의 전병력을 동원하여 한 마음으로 원한을 갚을 것이다. 대군이 당도하는 곳에는 옥석을 가리지 않고 모두 불태울 것이며, 간사한 놈들을 제거하고 우둔한 놈들을 모조리 멸할 것이다.
천지가 우리를 도울 것이며, 귀신도 함께 할 것이다. 담소하며 입성하되 결단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의로운 장부와 절개 있는 여인, 효성스런 자손들, 선량한 백성, 청렴한 관리들은 놀라거나 당황하지 말고 각자 직업을 지켜라. 모두에게 효시하노라.
양중서는 전단을 보고 나서, 왕태수를 불러 상의하였다.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왕태수는 본래 겁이 많은 사람이라, 양중서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양산박의 도적들은 조정에서도 몇 차례 군대를 보냈지만 체포하지 못했는데, 하물며 우리 같은 일개 군(郡)의 힘으로 어찌하겠습니까? 만약 저 도적들이 병력을 이끌고 쳐들어올 때 조정의 구원병도 오지 않는다면, 그때는 후회해도 늦습니다. 소관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일단 두 사람의 목숨을 살려 두고서, 첫째로는 조정에 보고하고, 둘째로는 채태사께 서신을 올려 알리고, 셋째로는 본처의 군마를 성 밖에 하채하게 하여 방비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북경도 무사히 보존하고 군인과 백성도 다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저 두 사람을 죽여 도적들이 쳐들어온다면, 첫째는 구원병이 없고, 둘째는 조정에서 문책할 것이며, 셋째는 백성이 놀라고 당황하여 성중에 소란이 일어날 것이니 결코 편안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양중서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태수의 말이 옳소.”
양중서는 먼저 절급 채복을 불러 말했다.
“저 두 도적은 결코 가볍게 여길 놈들이 아니다. 네가 너무 엄하게 구속하여 목숨을 잃게 해서도 안 되고, 너무 너그럽게 대하여 도주하게 해서도 안 된다. 너희 형제 둘이서 아침저녁으로 엄하면서도 너그럽게 대하며 견고하게 관리하면서 판결을 기다리도록 하라. 한 순간이라도 태만해서는 안 된다.”
채복은 그 말을 듣고서 마음속으로 몰래 기뻐하였다.
“내 생각과 맞아떨어졌구나.”
채복은 명을 받고 감옥으로 돌아가, 두 사람을 위로하였다.
한편, 양중서는 병마도감 대도(大刀) 문달과 천왕(天王) 이성을 불러 상의했다. 양중서가 양산박의 전단과 왕태수의 말을 자세히 얘기하자, 이성이 말했다.
“그까짓 도적놈들이 어찌 감히 소굴을 함부로 떠날 수 있겠습니까? 상공께서는 너무 근심하지 마십시오. 제가 재주도 없이 봉록만 많이 받았는데, 아무런 공도 세우지도 못하여 은덕에 보답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견마지로를 다하여 군대를 거느리고 성 밖에 나가 하채하겠습니다. 만약 도적놈들이 오지 않으면 다시 상의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도적놈들이 운수가 다해 함부로 소굴을 떠나 쳐들어온다면, 소장이 허풍떠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놈도 돌아가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양중서는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즉시 두 장수에게 비단을 하사하였다. 두 장수는 양중서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각자 영채로 돌아갔다.
다음 날, 이성은 장수들을 소집하여 상의하였다. 그 옆에 위풍이 늠름하고 풍채가 당당한 사람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급선봉(急先鋒) 삭초(索超)였다. 이성이 명을 내렸다.
“송강 도적놈이 조만간 우리 북경을 치러 올 것이다. 자네들은 본부 군병을 점검하여 성에서 35리 떨어진 곳에 하채하라. 내가 군사를 거느리고 뒤따라 갈 것이다.”
삭초는 명을 받고 다음 날 본부 군마를 점검하여 35리를 나아가 비호욕이란 곳에 산을 의지하여 하채하였다. 그 다음 날, 이성이 편장들을 거느리고 성에서 25리 떨어진 괴수파라는 곳에 하채하였다. 주위에 창칼을 엄밀하게 배치하고, 사방에 녹각을 깊이 묻었으며, 삼면에 함정을 팠다. 군사들은 주먹을 문지르며 단단히 벼르고 있었고, 장수들도 동심으로 협력하여 양산박 군마가 오면 공을 세우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원래 그 전단은 오용이, 연청과 양웅에게 소식을 듣고 또 대종이 노준의와 석수가 사로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왔기 때문에, 가짜로 전단을 만들어 사람이 없는 곳에 뿌리고 교량이나 길거리에 붙여 일단 노준의와 석수의 목숨을 보존하고자 한 것이었다.
대종은 양산박으로 돌아가 두령들에게 사실을 자세하게 알렸다. 송강은 듣고서 크게 놀라 충의당에 두령들을 소집하였다. 대소 두령들이 서열에 따라 자리에 앉자, 송강이 오용에게 말했다.
“애초에 군사는 좋은 뜻으로 노원외를 산으로 초청하여 뜻을 함께 하고자 한 것인데. 이제 생각지도 않게 고통을 당하게 하고 또 석수 형제까지 함정에 빠졌으니, 어떤 계책으로 구하면 좋겠소?”
오용이 말했다.
“형님은 마음 놓으십시오. 제가 재주 없지만 한 가지 계책을 내놓겠습니다.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북경의 돈과 식량을 취하여 산채의 비용으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내일이 마침 길일이니, 형님께서는 두령의 절반은 산채를 지키게 하고 나머지 절반은 함께 북경성을 치러 가도록 하십시오.”
송강이 말했다.
“군사의 말씀이 옳소.”
송강은 철면공목 배선을 불러 파견할 군병을 배정하여 내일 출발할 준비를 하라고 명하였다. 흑선풍 이규가 말했다.
“내 쌍도끼가 오랫동안 실력 발휘를 못했는데, 이제 북경을 친다는 애기를 듣고 아주 기뻐하고 있습니다. 형님이 저한테 졸개 5백 명을 주시면, 북경으로 달려가 양중서를 다진 고깃덩이로 만들어 버리고 이고와 부인을 붙잡아 만 조각을 내 버리겠습니다. 그리고 노원외와 석수를 구하는 것이 내 소원입니다.”
송강이 말했다.
“아우가 용맹하기는 하지만, 북경은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네. 양중서는 채태사의 사위이고, 또 수하의 이성과 문달은 만 사람도 당할 수 없는 용맹을 지니고 있어 가벼이 대적할 수 없네.”
이규가 소리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