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성지곡수원지 마루를 달려오는 가야지 일요 전사들, 찰라의 순간 선두로 달리던
女風 달하니 샘을 놓쳤네요
백양교 근처 늦깎이 단풍나무를 지나며
달리마 샘이 찰칵
달리마 샘이 사로잡은 성지곡의
2023 단풍 秀作
12월, 학교는 학년말 업무로 바쁘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체육 수업하고 영교시와 방과 후에 아이들 육상 지도하느라 내 책상에 앉아 있지 못하는 성격인 탓에 학교 일거리를 집에서 주로 처리하는 습관이 들었다. 이런 탓에 성적 처리가 급해지면 비싼 수강료를 내고 다니는 밤 운동도 빠지고 밤 늦게까지 일에 매달리기도 한다. 그래도 가야지 정기 훈련에는 왠만하면 출석하여 운동에 동참하려고 노력한다.
직장 생활이란 업무를 수행하고 일정한 보수를 받는 일이어서 그만두지 않는 한 좋든 싫든 소정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 학교 근무도 매양 보람을 느끼고 즐거운 날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례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나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는 식의 거짓말로 정직을 내팽겨치는 아이들과 한바탕 실랑이를 한 날은 온몸의 맥이 쫙 빠진다. 이런 날이면 정년이나 명퇴를 하고 학교 현장을 벗어난 분들이 부럽기도 한다. 정년 퇴임을 하고 작년과 올해 기간제 교사로 학교 현장에 계속 몸을 담고 있는데 내년까지 하고 나면 연령 초과로 이 일에서도 자격을 잃게 된다. 할 수 있을 때까지 해 보자고 단단히 마음을 먹지만 마음 한켠에는 24시간 하루를 내 하고 싶은 대로 오롯이 쓸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올해 마지막 한 달과 내년 한 해가 쏜살같이 지나가고 2025년을 맞이하고 싶다. 나로서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해방의 첫 해가 될 것이다.
도량이 좁은 나의 작은 그릇을 채운 스트레스를 비우기에는 달리기가 제격이다.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어 던지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주로에 나서듯이 달리기로 한바탕 몸을 쓰고 나면 눈 녹듯이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스트레스 해소에는 정신과 의사의 처방이나 의학 강연보다 달리기가 훨씬 효과가 좋다. 원할한 신진대사로 노화를 늦추고 정신적 불안이나 우울의 굴레에 빠지는 위험에 노출되지 않으려면 런닝복 한 벌 가방에 넣고 가까운 운동장을 찾아가 세상 근심 다 잊고서 무심하게 달려볼 일이다. 자신이 달리고 있는 그 공간이 바로 정신과 육체 건강의 전당이 될 것이다.
우리 가야지의 훈련 전당은 아시아드 보조경기장과 성지곡수원지다. 종교를 믿는 신자들이 절과 교회, 성당을 찾아가듯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훈련장으로 향한다. 우리들이 수요 훈련이나 일요 훈련에 하루라도 빠지면 숙제나 할 일을 하지 않고 넘긴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예배를 거르지 않는 독실한 신자들의 신행을 이해할 만하다. 우리들 스스로 走敎에 신념을 바치는 오래된 스포츠의 신봉자들이라고 치부해 보자.
오늘 일요일 성지곡 훈련에도 열성 회원 7명이 지붕도 벽도 없는 숲속 천혜 훈련 도량에 모였다. 목탁 대신 두 발로 땅을 치고 합장 대신 두 팔을 앞뒤로 흔들며 온몸으로 정성 들여 달렸다. 고승의 다비에서 수습한 사리보다 값진 무욕의 땀이 이마에 잡혔다가 사라진다.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 분비물이라 그 누구에게도 불편이나 부담을 주지 않는다. 한여름은 물론이고 한겨울에도 달리기를 하고 나면 이마에서 훈장처럼 빛나는 땀이 있어 달리는 맛이 난다.
어제 기사를 보니 어느 젊은 여의사는 왕복 16km 거리의 직장과 집 사이를 매일 달려 연간 누적거리가 3,500km가 넘었다고 한다. 달리기의 매력과 효력에 제대로 맛을 들인 경우다. 우리 가야지 회원들도 분발 발심하여 연간 1,000km라도 달릴 수 있도록 목표를 잡아 실천해 보면 어떨까 싶다. 새해에는 달리기에 진심인 상록회원들이 더욱 많이 나와 가야지가 많은 회원들을 포근하게 품을 수 있는 한 그루 듬직한 상록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가야지는 20여 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민주 동호회다. 기존 회원들은 자부심을 가질 만하고 달리기에 관심과 자질이 있는 동료 교사들은 동반자로 가입을 해 활동해도 후회가 없을 것이다.
오늘 훈련도 한편으로는 치열했다. 5명의 회원은 수원지 주변을 달리거나 추자골 헬스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는데 꾸니 샘과 달하니 샘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1월의 여수마라톤을 염두에 두고 개금약수터까지 다녀오는 강훈을 하셨다. 나는 주차 자리를 찾지 못해 주택 골목길을 2바퀴나 돌다가 재수 좋게 막 빠져나가는 차가 있어 수영장 입구 근처에 주차를 하고 지각을 했다. 어제 종일 집에서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성적처리에 매달린 피로감으로 수원지 주변을 3바퀴만 달렸다. 꾸니 샘과 달하니 샘이 제일 늦게 훈련을 마쳤다. 장거리 산길을 다녀오신 모습에서 기백이 배어난다.
훈련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백양교 근처에서 늦게 단풍이 들어 노란 잎으로 변한 단풍나무를 배경으로 훈련 인증사진을 찍었다. 아마도 올해 성지곡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단풍이 되리라 싶다. 식사는 공원 바로 앞 <초량집>에서 하였다. 오궁 샘이 지난 10월 춘마 풀코스에서 서버4를 달성한 것을 자축하며 한턱을 내셨다. 처음 방문한 집인데 주문한 돼지불백 맛이 밥과 술과 궁합이 맞다. 옆자리에도 다수의 단체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왁자지껄했는데 막걸리가 동이 나 주인이 다시 구해오는 발걸음을 했다. 달리마 샘이 마라톤 영재로 인정하는 오궁 샘의 춘마 走功 덕분에 맛있게 식사를 하였다. 60대 연령에 서브4라니, 아마추어 달리미로서는 꿈같은 위대한 성취다. 모두 부러워하며 다함께 축하를 드렸다. 오전 10시가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데 차내 기온이 18도다. 겨울 같지도 않고, 가을 같지도 않고, 마치 봄 같다. 그렇지만 언제라도 겨울 본색으로 서슬 퍼런 겨울 이빨을 드러낼 수 있으니 감기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 매사에 방심은 금물이다.
常綠會員
丹楓美麗秋一季
常綠節介年年繼
伽倻地亦常綠樹
一場着服易不脫
二十餘年如一日
守作有員成長木
包容我們懷巨木
諸員和睦積情厚
늘 푸른 회원
단풍의 아름다움은
가을 한철이지만
상록의 절개는
연년이 이어진다.
가야지 역시
늘 푸르름을 잃지 않는 나무다.
한번 입은 옷을
쉽게 벗지 않는다.
이십여 년을
하루같이 가야지를
지키고 가꾸는 회원들이 있어
어른나무가 되었다.
우리들을 품어 주는
거목의 품에 안겨
회원들 모두 화목하며
쌓은 정이 두텁다.
첫댓글 오랜만에 꾸니샘이랑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동반주로 개금약수터를 다녀왔습니다. 덕분에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개금약수터까지 갔다온지가 1년은 넘은거 갔습니다. 요즘 평지를 뛸 때도 느꼈었지만 산길 경사지를 뛰어보니 확실히 체력이 약해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더욱 분발을 다짐해 보는 훈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