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결혼식과 손님 접대로 분주하였던 이번 여름에는 매일 가던 수영장에 거의 가지 못하였다.
지난 주말 겨우 정신을 차리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 수영장에 갔다.
아직도 여름방학 중인지라 아이들을 데려온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은 간단하게 하고 가야지 생각하면서 스팀룸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얼른 나가야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옷을 갈아입고 가방 속에 열쇠를 찾으니 안보였다.
복도로 나와서 야외 모임에 간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순간 얼른 차가 있는지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차장에 나가보니 차는 그대로 있었다.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사무실 직원과 혹시 누군가 열쇠를 가져온 사람이 있는지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다시 밖으로 나와 보니 차는 이미 사라지고 말았다.
차 열쇠와 집 열쇠가 함께 사라진 것이었다.
얼마 전 통신회사 요금이 많이 올라서 스마트홈이라는 경보장치를 해지하려고 하였었다.
딸아이에게 부탁하여 놓았었는데 다행히 요금을 인하해준다는 답을 듣고 해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얼마나 다행인지
경보장치가 없었다면 우리는 그날 밤 한숨도 자지 못하였을 것이다.
소 읽고 외양간 고친다고 남편은 현관 잠금장치며 개러지 잠금 등을 다시 손보았다.
아들은 부랴부랴 달려와서 위로해주었다.
어렵고 힘든 일을 당하고 보니 새삼 가족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덩그러니 남은 자동차 열쇠 하나
우리 가족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던 그 자동차 소렌토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