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계곡에서의 방생
가뭄에 갇힌 물고기들의 다급한 몸짓
스님·보살과 함께한 작은 생명 구조
석태암 애기소에서 이뤄진 특별한 방생
지난달 30일, 석태암 위쪽 장산계곡을 따라 조성된 체육공원에서 운동을 하던 중 조용한 공원 사이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겨 계곡 아래로 내려가 보니 가뭄으로 계곡물이 빠져 여기저기 생긴 작은 웅덩이에서 물고기가 파닥거리는 소리였다.
파닥거리는 물고기 주변에는 눈만 달린 새끼 물고기도 많이 보였는데, 내일이면 이 웅덩이 물조차 말라 다 죽을 것만 같았다. 가만히 쳐다보다 일단 물고기들을 구조해 물이 많은 곳에 놓아주기로 했다. 그러나 아무런 도구가 없었다.
고민하다 석태암으로 내려갔다. 때마침 스님이 하얀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어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물통과 바가지를 내미셨다. 얼른 받아 다시 장산계곡으로 향하는데 스님과 보살님 두 분이 뒤따라왔다. 스님은 “사찰 앞 애기소에 물이 많다 보니 장산계곡이 이렇게 바짝 마른 줄도 몰랐다”며 함께 계곡으로 들어섰다.
작은 웅덩이에서 파닥거리는 물고기들을 손으로 잡으려니 이놈들이 바위틈으로 숨어 잡을 수가 없었다. 물이 더 많은 애기소로 옮겨주려 한다고 물고기에게 알아듣게 말할 수도 없어 애를 먹는데 스님이 “물을 부으면 바위 틈에서 물고기가 나올 수도 있다”고 조언해 주셨다. 얼른 물을 부었더니 물고기들이 진짜 밖으로 나왔다. 이어서 바가지를 든 보살이 연신 바가지로 물을 퍼 담으니 보일 듯 말 듯 한 새끼들이 많이 잡혔다. 보살더러 “앞으로 방생은 안 해도 되겠다”고 농을 하자 “아버지가 낚시를 좋아해 방생을 계속해야 된다”고 맞받으며 효녀(?) 티를 억수로 냈다.
◇ 곧 말라죽을 물고기 건져 애기소에 놓아줘
물고기가 든 물통을 들고 석태암으로 와 애기소에 방생하자니 철책 울타리를 넘어야 했다. 망설이고 있는데 스님이 “휴지를 주우러 자주 넘어간다”며 철책 울타리를 넘었다. 스님에게 물통을 건네자 이내 수십 마리의 물고기 방생이 이루어졌다. 이것도 방생이라고 두 보살이 흐뭇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장산계곡이 가뭄에 허덕일 때 물가 쪽의 웅덩이를 살펴 작은 생명체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보자. 기분이 생각 외로 좋아진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