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본당에서 '회의'를 하게 됩니다. 사목회의, 구역장 회의, 꾸리아 회의, 직운회의, 세대별 모임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회의는 '시작기도, 안건토론, 공지 사항, 건의 사항, 사제 강복'의 순으로 진행됩니다. 구역장 회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회의가 진행됩니다. 시작기도, 복음 나누기, 안건토의, 공지사항, 건의 사항, 사제 강복'의 순으로 진행됩니다. 복음 나누기는 33년 전 서울대교구는 '2000년대 복음화'라는 주제로 2000년을 복음화의 차원에서 맞이하려고 준비했습니다. 2000년대 복음화의 핵심 과제는 '복음 나누기'였습니다. 2000년대 복음화는 '말씀과 함께, 말씀을 통하여, 말씀의 힘으로' 시작하자고 하였습니다. 저는 1993년에 복음 나누기 프로그램을 배우기 위해서 필리핀으로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당시 연수에서 복음 나누기는 'Seven Step'이라는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복음 나누기가 7개의 단계를 거쳐서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일 단계는 회의에 주님을 초대합니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 중에서 자유롭게 주님을 초대합니다. 천주교 신자는 암송 기도에 일숙해서 자유롭게 하는 기도를 어색해 하지만, 주님을 초대하면서 회의의 주체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 단계는 복음을 읽는 것입니다. 세 번 정도 복음을 읽습니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말씀이 하느님이셨다고 했습니다. 복음을 읽으면서 복음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합니다. 신앙인으로 지내면서 말씀을 가까이 하지 않았음을 알게 됩니다. 삼 단계는 침묵 중에 말씀을 묵상하는 겁니다. 엠마오로 가는 중에 제자들은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성경 말씀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집으로 모셨고,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생각하며 가슴이 뛰었습니다. 사 단계는 마음에 와닿은 성경 말씀을 3번씩 선포하는 겁니다. 복음이 이제 나의 마음 안에 머무는 단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복음 선포의 사명을 주셨습니다. 사도들은 담대한 마음으로 복음을 선포하였습니다. 그 복음이 오늘 우리에게까지 전해졌습니다.
오 단계는 마음에 와닿은 성경 말씀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밭에 묻혀있는 보물과 같다. 농부가 그 밭을 발견하면 가진 것을 팔아서 밭을 산다." 복음 나누기는 말씀이라는 밭에 묻혀있는 보물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서로가 찾은 보물을 나누다 보면 모임이 풍성해집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다." 말씀이 바로 세상의 빛과 소금입니다. 육 단계는 공동체의 나눔입니다. 공동체가 하였던 일, 공동체가 하는 일, 공동체가 할 수 있는 일을 나눕니다. 본당의 공지 사항도 알려줍니다. 공동체의 의견을 본당에 알려주기도 합니다. 칠 단계는 마침 기도입니다. 참석한 인원 중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복음 나누기는 초대 교회가 살았던 신앙의 삶입니다. 30년이 지났지만, 달라스 구역모임에서 복음 나누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합니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수면은 늘어났습니다. 노화를 방지하고, 젊음을 유지하면서 더 오래 살 수도 있을 겁입니다. 그러나 부유한 사람은 오래 살고, 가난한 사람은 일찍 죽은 '부익부, 빈익빈'의 세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품격보다 자본의 이익을 먼저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독서는 우리가 신앙의 차원에서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악인이라 할지라도 저지른 모든 죄를 버리고 돌아서서, 주님의 규정을 준수하고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의인이라 할지라도 자기 정의를 버리고 돌아서서 불의를 저지르면 그것 때문에 죽을 것이라고 합니다. 젊은 피를 수혈한다고 해도, 좋은 미생물을 주입한다고 해도, 유전자를 변환시킨다고 해도 하느님의 규정과 하느님의 뜻을 거스른다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없습니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서 생로병사의 과정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하느님의 규정과 하느님의 뜻을 따른다면 우리는 모두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삶의 길이도 분명 중요합니다. 남들이 사는 만큼의 수명을 누리는 것도 감사할 일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삶의 의미와 가치입니다. 내가 남들에게 원하는 만큼 남들에게 베푸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강은 바다에 이르듯이, 우리의 삶은 하느님의 품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것이 참된 행복이며, 영원한 생명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묵상하면서 하루를 보내면 좋겠습니다.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