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두개의 큰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와의 전쟁입니다. 하긴 정말 거대한 무역전쟁을 하는 미국과 중국도 있지만 말입니다. 러시아 우크라 전쟁은 2년이 되어가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은 4개월이 지났습니다. 두 전쟁이 모두 이상한 상황으로 흘러가는 양상입니다. 러시아 우크라 전쟁은 뜨뜻미지근하게 시간만 허비하는 모양새이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은 그 자체의 문제를 넘어서 중동대전의 위기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듯한 모습입니다. 더욱 요상한 것은 전쟁을 치르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의 정치적 리더들의 행보입니다. 도대체 그들은 이 전쟁에서 무엇을 노리고 있는가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전쟁은 그야말로 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 너무도 중차대한 대사건입니다. 자국의 모든 것을 걸고 오로지 자국의 영토보존과 국민들의 희생을 극소화하는 차원에서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대전제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전쟁을 자신의 야욕이나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편으로 삼지 않아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은 불문의 진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두 나라의 리더들의 행보에는 사심을 버리고 오로지 자국의 승리만을 추구하는 그런 모습은 많이 퇴색된 상황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전부터 자국의 군수품은 거의 부재한 상태였습니다. 군사강국인 러시아에 비해 비교가 되지 않는 군사력이었습니다. 오로지 미국과 나토국들의 지원만을 기댄 그런 상황입니다. 나토국들이 군사장비를 조달하고 우크라는 군인들만 동원하는 그런 전쟁이었던 것입니다. 자국의 힘이 아니라 타국의 원조로만 이뤄지는 전쟁이 수월할 리가 없습니다. 우크라 대통령인 젤렌스키가 하는 일은 미국을 비롯한 나토국을 다니며 군수품 구걸을 하는 것이 전부이었습니다. 젤렌스키는 나라를 이끄는데 수가 그다지 높아보이지 않습니다. 고수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의욕만 앞서지 전략과 지혜가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전쟁이란 무엇입니까. 가급적 하면 안되는 것이지만 일단 전쟁이 일어났을 때 자국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이기든 지든 최선의 결정해야 하는 것이 지도자의 최대 덕목입니다. 승리를 했지만 그야말로 온통 국토가 폐허로 변하고 국민들 상당수가 희생을 당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승리가 아닐 것입니다. 더더구나 패배를 했을 때는 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바둑을 예를 들까요. 고수들은 오래 바둑을 두지 않습니다. 몇 수만 둬보면 대충 승패를 압니다. 그것이 고수들입니다. 주구장창 앉아서 몇시간 바둑을 둬 승패가 결정된다면 시간 허비에다 체력 손실도 심합니다. 그게 바로 하수들의 경우입니다. 고수들은 상대의 수를 보고 이 전쟁의 승패를 미리 짐작합니다. 그래서 더 희생을 막기위해 돌을 던지는 것입니다. 나라간의 전쟁도 마찬가집니다. 빠른 결정이 국민들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전쟁후에도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우크라 대통령 젤렌스키는 전체적으로 감안할 때 이길 가능성이 별로 없는 전쟁을 참으로 오래 끌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나토국들은 이미 휴전을 권했지만 젤렌스키는 절대 반대했습니다. 자칫 휴전에 동의한다면 젤렌스키의 대통령 재선 가도에도 먹구름이 낄 것을 우려해 차일피일 휴전을 늦추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는 전쟁전부터 군대내 부정부패가 상대적으로 많은 나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 분위기가 전쟁중에서 계속됐고 군 고위급들이 직위해제되거나 사법처리를 받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젤렌스키는 갑자기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총사령관을 해임시키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습니다. 그 총사령관이 해임된 것은 그가 러시아 우크라 전황을 다소 부정적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그것이 대통령 측근들의 분노를 샀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크라에서 대통령 젤렌스키에 비해 총사령관의 지지율이 더 높다는 것도 젤렌스키가 총사령관을 해임한 근본 이유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결국 젤렌스키는 그동안 전쟁을 수행하는데 최선을 다한 총사령관을 제거하면서 자신의 입지와 지지율을 높이려 한 것이 아니냐는 공격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총리인 네타냐후의 요상한 행보도 정말 만만치 않습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은 지난해 2023년 10월 7일입니다. 이스라엘은 그들 특유의 고슴도치 전술에 의해 자신들이 적의 공격을 받았을때 10배 100배 보복을 한다는 원칙에 따라 팔레스타인 지역을 초토화시켰습니다. 급기야 미국의 대통령 바이든이 확전을 말리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누가 봐도 보복을 충분히 했지만 이스라엘 총리인 네타냐후는 전쟁을 멈출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더욱 공격해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의 씨를 아예 말리겠다는 각오입니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자국에 대해 공격해 오는 것을 엄청나게 우려하고 자국이 조금이라도 침해를 받으면 응분의 조치를 취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가 타국의 침략을 받는 것을 좋아할까요. 특히 나라없이 수많은 시간을 보내온 이스라엘 국민입장에서는 능히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자국이 침략을 받고 그에 따른 대응 보복 공격을 할 경우 나라의 지도자에 대한 지지도는 높아지게 되는 것은 당연할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스라엘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이스라엘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5%가 전쟁이 끝난 뒤 네타냐후는 물러나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이것은 이번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과 무관하게 네타냐후를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는 것은 물론 엄청나게 싫어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1월 26일 이스라엘의 지도자급 인사 40여 명이 서명한 총리 퇴진 서한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들은 네타냐후가 전쟁의 책임과 그동안의 내정 실패등을 이유로 내세웠습니다.
이번 전쟁은 자신의 입지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으려 했던 것이 바로 네타냐후의 전략이었습니다. 전쟁이 있기 전에도 네타냐후는 이미 정치적인 위기속에 놓여 있었습니다. 네타냐후가 지난해부터 강력하게 밀어붙인 '사법부 무력화 입법'때문입니다. 자신의 정치적 위치를 강화하기 위해 견제기구인 사법부를 무력화시키려는 것 말입니다. 국민들은 네타냐후가 사법부 탄압 등 강압정치를 독재화로 가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네타냐후가 퇴진해야 한다는 대규모 시위가 수개월간 이어졌습니다. 네타냐후는 실제로 각종 부패 혐의로 여러 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정치적 극한 위기에 몰린 네타냐후는 너무도 절묘하게 일어난 팔레스타인 하마스 공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을 과격하게 끌고가서 국민들의 시선을 나라밖으로 돌리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지금까지 4개월동안 지리한 전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중재에도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는 네타냐후의 본심을 전세계는 이제 파악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국민들의 시각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빨리 전쟁을 끝내고 네타냐후는 물러나라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전쟁을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지도자치고 그 결과가 좋은 적이 없습니다. 전쟁은 나라의 명운을 걸고 모든 것을 쏟아부어 이뤄지는 국가내 통합된 행동입니다. 그런 너무도 중차대한 일에 정치 지도자의 사심이 포함되어 있는데 무슨 전쟁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그리고 이제 전세계의 국제정치 전문가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분석하는데 어떻게 혼자만의 꼼수가 통하겠습니까. 요즘 지구상에 행해지는 두 전쟁의 핵심 리더들의 행보속에 그 전쟁의 미래가 보이기도 합니다.
2024년 2월 1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