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 하늘이 빵구난 듯이 눈이 온다.
광주는 원래 따뜻해서 눈이 오더라도 조금,
그리고 금방 사라져버리는데...
요 며칠간 쉬지 않고 눈이 내린다.
그래..내가 누나랑 바뀐 것도 그렇고!
세상이 미친거야~! 수원이 누나 말대로 종말이 다가온다구~!
그렇다면 나도 수원이 누나가 속해있는 얄발타샬라발타교(범우주 친선종교?)에
들어야하나? 흠..ㅡㅡ;;
다행히 폭설때문에 수현누나의 대학 수업은 모두 휴강~!
하지만 대명문 서현고!! 폭설로 당연히 휴교 하리라 생각했던 우리학교는
광주의 50여개 인문계학교가 모두 휴교하는데도 불구하고!
10시까지 등교!!짜자잔~^0^
미.틴.거 아냐?ㅡㅡ
므흐흐...하지만 내 대신 누나가 갔단 말씀~!
둘이 바뀐 게 이런 면에선 참 긍정적이란 말이지.
으휴..아침엔 빙판길은 아니어서 괜찮았는데...지금은 오후 3시.
눈이 무릎까지 쌓인 도로엔 차는 커녕 사람도 안보인다.
수현누나 집에...돌아올 수 있는걸까...?
- 휴우. 춥다! 수민이 너 여기서 뭐하냐?
말하기 무서운 우리 누나..ㅡㅡ;;
- 아니 눈이 너무 폭력적으로 내려서~ 내가 지구를 지키려고......
그냥..집에서 굴러다니기도 그랬고...수현 누나 모습을 해가지고
평소에 하는 온라인 게임을 할 순 없는 노릇이고...그렇다고 수현 누나처럼
조용히 책 읽는다거나...무식한! 체력단련을 하기도 싫었기에...
이도저도 뭐라고, 단정할 수 없는 마음으로 밖으로 나왔다.
그냥 하얀 눈밭을 구르면 기분이 산뜻해질 것 같았달까..
- 수원이 너무 닮아가는거..너도 알지?
수원 누나가 자주 쓰는 '폭.력.적.'이란 말을 하자 언짢은 듯 표정이
굳어진 수현 누나. 그나저나 버스가 다니나? 생각보다 일찍왔네..
폭설때문에 점심을 먹고 2시에 종례했댔는데(누나가 문자로 알려줬다-
어차피 일찍 끝내줄 거면서 왜 오라고 하냐고 대체!!) 한 시간 만에 오다니..
아까 수원 누나는 우리 학교까지 거리 절반밖에 되지 않는 곳에서 놀다
버스타고 집에 들어왔는데 4시간이 걸렸었댔다.
- 아, 그런데 누나 어떻게 왔어? 버스 안다닐텐데..
- 어? 음..버스 정류장에 서있었는데 앞에 대형 냉동차가 지나가길래..
도로로 뛰어들어서 그대로 냉동칸 문고리 잡고 왔어. 생각보다 빠르더군.
- ..........
저런 무서운 소리를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내뱉는 큰 누나.
그나저나..내 몸...어디 내 몸 무사하니!
여기도 보고~ 저기도 보고~ 거기도? 보자! 악~! 내 몸 가지고 대체 무슨짓을 한거야!!!!
- 야~야! 괜찮아. 속도가 별로 빠르지 않았어. 그냥 보통 남자아이들
전력질주 하는 정도? 꽤...재미있더군.
윽..그런 소름끼치는 소리를 덤덤하게 읊조리다니..헉..저 눈빛!
저 인간..필시 내일도 냉동차 또는 그 어떤 운송수단이든..
오늘과 비슷한 방법으로 움직일 생각을 하고 있나보다.
- 누나...ㅠ.ㅜ 제발 ....나 살고싶어...
- 알았어. 내일은 학교 휴교래. 걱정하지마. 당분간은..
- 당분간은 무슨! 절대 안돼!! 안돼!! 다시는 그러지마!!ㅡㅡ^
나는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건만..필사적으로 외치는 나에게
재미있는 놀이 하나를 놓쳤다는 뚱한표정을 지어보이는 누나..내 얼굴ㅠㅜ
- 아참! 누나 아까 승연누나한테 문자왔어. 지금 누나꺼 핸드폰 줄게~
어쩔 수 없었다. 학교에서 내 핸드폰으로 친구놈들이 연락하면 받아야할테니..
내키지 않지만 우린, 핸드폰도 바꿔서 다닐 수 밖에..
이제 둘 다 집에 있으니 문자만은 맘대로 주고 받을 수 있다는거야~
윽...드퐁아..형님 보고싶었지?
- 어디..줘봐......쿡...쿠쿡..하하..
나에게 핸드폰을 건네 받고 와있는 문자를 읽다가 웃음을 터뜨리는 수현누나.
대체 무슨 문자이지? 나도 살짝보자.
[ 자갸~눈 많이 온다 그치? 이글루 만들어줘~이글루 만들어 놓으면 내가
후레쉬 맨 눈사람 1호부터 5호 다 만들어서 땅굴파고 찾아갈게~-멍멍이]
멍멍이라 함은..승연 누나다. 으휴..또 헛소리 하는구나! 이글루는 무슨...
- 훗. 들어가. 까딱하단 동상걸리겠다. 아...그리고 올라가서 모종삽 좀
밖으로 던져. 남의 집으로 안들어가게 조심히~!
우리집은 아파트 19층..그 위에서 모종삽을 던져도..괜..찮을까?
근데 모종삽은 왜ㅡ.ㅡ?.....ㅡ0ㅡ!
- 누나...설마...
내 말을 가볍게 한귀로 흘리며 승연 누나에게 답장을 보내고 있는 누나.
[멍멍아..너 내가 이글루 다 만들었는데..후레쉬맨 안만들어오면..알.지?]
인간..진정 이글루를 만들 셈이다...우오오..그래도 우리 누나 저 정도까진
아니었는데...역시 승연누나의 바보바이러스에 점점 감염되는거야~!!!
~*~*~*~*~*~*~*
'지이이잉.'
아...아직 핸드폰이 매너 모드로 되어있구나.
[수민아 모종삽 다 만들었으면 이제 그만 던져줄래..ㅡㅡ - 큰 누나]
헥...헥...이제 17층..문자 답할 힘도 없다.
젠장 ㅠ.ㅜ 폭설때문에 엘리베이터 두 대가 모두 고장났다.
우리집은 앞서도 말했지만 19층 밖에 안된단 말이지. 이제 도착!
- 헉...헉...수원..누..아니 수원아! 모종삽 좀 줘.헉..헉.
너무 힘든 나머지 수원 누나를 누나라고 부를 뻔 했다. 에효..
평소에 쪽도 못쓰는? 수원누나한테..반말치는 재미가 요며칠 쏠쏠하단 말이지~
- 엉? 모종삽은 왜? 눈에다 꽃심어? 악~! 너무 폭.력.적.이야~!
내가 밖에 나가기 전까지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 편지를 품에 안고서
우리 동규씨 냄새가 나느니어쩌느니 떠들어대던 수원누나.
아직도 그 편지를 품에 안은 채 쫑알거린다.
으휴..광주 최고 바람둥이면서.
그래도 이번 남자친구 진짜 좋아하긴 하나보다.
어지간해서 2주를 안 넘기는 인간인데...벌써 1년이 다되어가니..
아..모종삽! 어서 갖다줘야해!! 자기 몸이라도 때리는 인간이지 않는가!!
- 맞고 줄까? ㅡㅡ
수현이 누나의 평소 말투를 따라서 해봤는데...먹히려나?
내가 들어가서 찾을 수도 있지만 양말까지 눈에 젖어 집안에 들어가기도
좀 그렇고, 집에 들어가면 다시 계단을 내려갈 마음이 사라질 것 같다.
- ......................
아무 말도 안하고 갑자기 입을 쩌억 벌리고 베란다 밖을 내다보는 작은누나.ㅡㅡ;;
- 수원아 뭐하니....? 모종삽 달라니까.
- 아...초음파 발사! 여기 괴물여자가 한마리있는데..나한테 폭력을 휘두르려 한다고..
내힘으론 도저히 이길 순 없고...어떡하면 좋겠냐고 교신보내고 있었엄.
- 누구? 또 외계친구들한테 말이냐?
ㅡㅡ..가끔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초음파를 쏜다고 하는 수원누나.
얄발타샬라발타교에 들어갈까 잠시 고민했던거...취소다.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난!...적어도 사람답게 죽고싶다.ㅠㅜ
- 엉!^0^ 안녕~외계칭구들아~ 깐따~르 또르삐야가 맞지말고 그냥 좋게 모종삽주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내뱉고서 창고에서 모종삽을 찾느라 부스럭거리는 작은누나.
에효...수현누나 이글루 절반은 만들었겠다ㅡ.ㅡ날 갈아마시겠다 할터인데...
'지이잉.'
앗! 나의 아기고양의 문자..ㅠㅜ 역시 비정상의 세계에서 날 구원해주는 내 천.사.
[저기..수민이 오빠 큰 누나..사범대랬죠? 수학교육과..-정민정]
내가 '대한민국에서 젤 샤방한 내 천사 아기고양이 민.정.♡'이라고 해놓고 싶은걸
이름등록이 8자가 한계인 바보 드퐁때문에 '아기고양이민정♡'이라고 눈물을 머금으며
저장을 해뒀건만...맘대로 바꿔놓은 큰 누나ㅡㅡ 모종삽 정조준해버릴까 우띠.
[춥지~우리 민정이~~감기 안걸리게 조심해~근데 왜?]
우리 민정이ㅠㅜ이제부턴 내가 뜨겁게 사랑해줘야지~
문자보관함을 검사해봤더니...역시 수현 누나..
민정이의 문자에 모두 깔끔~한!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응, 아니, 그래, 글쎄..별로.' 그나마 제일 긴 말은
'수업 시작한다. 있다 이야기하지.'
ㅡ.ㅡ 세상에!!이게 뭐냐고요!!!
말을 말자..그나마 내가 신신당부해서 답장이나마 보내준 것..ㅠㅜ
[아...말투가...갑자기;;;기말 성적도 그렇고, 이제 2학년 올라가니까
수학과외 좀 받아볼까해서요- 정민정]
에...수현 누나 수학 가르치는 솜씨 좋긴하지만..
요즘 자기공부 한다고 하던 과외 다 그만뒀고..
더구나..나랑 몸이 바뀌었는데 어떻게 하냐...치...가만...있자..오호...
그래~! 이 기회야~ 으흐흐흐 역시 신은 나의 편!!오호 쾌재라~~^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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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눈 와요^0^~
너무 많이 와요..ㅠㅜ 끄어어(테레비 봐요~! 광주전남대설경보..울이집 무너지면
수원-로니엘님집 서울-스바루님집..어디로 갈끄나..므흐흐 ㅋㅋ)
광주는(전라도 광주임다!) 따뜻하거든요?
그래서 눈 와도 진짜 금방 녹고 그래요..
봄 가을도 점점 없어지고..수상해요 수상해!!
여러분도 나의 종교로~ 사이비를 믿느냐~!!!
ㅡㅡ 죄송함다.
눈이 온다 제정신이겠습니까 미.틴.필.자.인데...
그리고 이야기 중의 냉동차잡고 온 사건...
제 남동생이...3시간 전에 집에 그렇게 왔어요..ㅡㅡ;;
버스 안다니는데 어떻게 왔느냐고 했더니..자랑스럽게~
덕분에 오늘 땡땡이치려했던 '어느 날 갑자기'를 쓸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지만..ㅡ.ㅡ 그래도 역시 좀 때려야겠어요.쓰.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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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1.
[ 중편 ]
//Project 중편// 어느 날 갑자기.(3)
내눈속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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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21 22:29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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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 뭔가 일어나려는데요? 수민이보단 수현이가 멋있어요-_-ㅋㅋㅋ 냉동차사건이 실제 일어난 일이에요? 센스만점이신데요 (로니엘님수원사시는구나+_+저도 수원인데..) 크킁 잘봤습니다~^ ^
울이집 무너지면 수원으로 가야겠구려.ㅡ.ㅡ으흠..제 남동생이 수민이 놈이랑 똑같아요~!글 속에선 수현이가 냉동차타고 왔지만...남동생 놈 친구 둘이랑 같이 50톤짜리 냉동차에 매달려 왔다니까요.30분간..ㅠㅜ안되겠어..역시..정신차릴만큼 때려야햇!!
쿡쿡, 핑크님도 수원이세요!!!!!!!!??? 오오+ㅁ+ 만나고 싶어라!! 수원 어디사세요?? 저 영통사는데!!!!
이런이런~내 설도 결국 대화창이 되고 있는거야..ㅋㅋ좋아~가는거야~
오옷 영통ㅋㅋㅋ알죠
므흐흐...입교하신다구요? 자..일단 사체포기각서 부터..스윽~(사체포기각서란..신체를 포기함을 뛰어넘어..사체마저 포기한다는 우리 조직의 커헉..)
ㅎㅎ 아흑~ 요즘 연말이라 그렁지.. 하는거 없이 바쁘다는.. 퍽!! 바쁜척 -_-;; 오늘도 역시 잘읽고 갑니다~ 글은 썼는데.. 수정을 안해서;; 핑계중-.-* 피곤하그 지치는데~ 재밌난 소설 읽으면서 기분이 많이 가벼워지네요 후훗~ 앞으로 이런식으로 건필~ 아자아자!! 오늘은 아마도 올리지 않을까 싶어용 -,.-;; 아마도;
재미있다고 해주셔서 감샤~새벽4시에 뭐한거여요~!!ㅠㅜ 몬살아~키커야해요!!잠을자자 잠!!
재미난 소설로~ 나의 피곤을 풀어준 당신!! 축복 받을거에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