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 내가 어떻게 되어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영웅이니 애도를 표하는 수밖에…
웅장한 장례식이 한 프리스트의 기도문을 끝으로 파하려
하고있었다. 이들에게 가족은 없었지만 이들을 위해 울어주는
이들은 너무나 많았다. 나라의 왕족과 영웅들만 묻힌다는
수도 성 뒤뜰에 마련된 묘지 터에 모인 귀족들만 하더라도
발 딛을 틈이 없었고 저 바깥에는 수많은 민중들이 이들의
죽음에 슬퍼하고 있었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이들을
잡아 족치려고 했었던 행동들은 온데 간데 없이 말이다. 그
렇다. 단 2년 전만 하더라도…
불과 2년 전 「미치광이 마법사 캔들키프와 그의 이상한
실험 결과물 버서커 후렌들리」가 떴다하면 그 마을은 체
10분이 되기도 전에 쑥대밭이 된다는 말이 있었다. 그야말로
그들의 악명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고 그들의 목에 걸
려있던 현상금도 정말이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금액이
었다. 그것 때문에 많은 바운티 헌터들이 이들을 잡으려는
모험에 동참하였고 꿈을 꾸다 사라져갔다. 한순간의 꿈처럼
그렇게나 많은 수의 나라의 인재들이 저기 관속에 조용히
쉬고 있는 둘에게 목숨을 내놓고 저 세상으로 사라졌다.
아무래도 저들 둘은 편히 쉴 수는 없을 것 같군. 그 동안
했던 짓을 보상하는 가장 큰 일을 했다해도 그들 손에 죽
어간 자들이 가만있지 않을 테니…
그들의 가족들 또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덕분에
무덤지기인 나는 용돈 좀 톡톡히 챙길 수 있겠지만 훗.
1장. 광귀{狂鬼} #1
"이야! 좋아! 좋아! 계속해! 으헤헤헤"
키가 거의 190cm가 넘을 정도의 중년의 사내가 춤추는 창
녀의 허리춤에 돈을 끼워 넣어주며 말했다. 창녀는 굉장히
기분 좋다는 듯이 잘 흔들지도 않던 엉덩이를 연신 이쪽
저쪽 흔들어 댔고 그녀의 춤에 완전히 넋이 나간 사내들은
엉덩이에 시선을 때지 않고 눈알을 이쪽 저쪽 굴리느라 쉴
틈이 없었다.
펍의 주인 라자르는 그 광경을 보며 연신 혀를 내두르며
한숨을 쉬며 빈 컵을 행주로 계속해서 닦고 있었다.
"왜 그래 라자르? 예전보다 장사가 잘돼서 좋긴 좋잖아. 다
좋은 게 좋은 거야. 잊어버려 옛일 따윈 허허허."
테이블에서 얌전히 술잔을 비우던 한 노인이 그의 한숨소
리가 듣기 지겨웠는지 한마디 던졌지만 라자르는 한숨소리를
한번 더 내고는 노인에게 대꾸했다.
"에휴 그놈의 상인 전쟁이 뭔지. 예전의 아늑하고 평안했던
펍의 분위기를 이렇게 바꾸어 놓다니. 저 놈들의 저 한심
스러운 웃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소름이 돋는 게 아닙니까?
그렇다고 이렇게 하질 않으면 용병들에게서 돈을 얻어 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에휴. 실리가 먼저냐 마음이 먼저
냐의 문제에서 매일같이 한숨만 쉴 뿐입니다. 에휴."
노인은 라자르의 한탄 섞인 대답을 들으며 그냥 길게 헛
웃음을 칠 뿐이었다. 계속해서 용병들의 실실거리는 웃음소
리와 교태 섞인 창녀의 비명소리가 펍 안을 울릴 때쯤 펍의
정문이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곳으로 통해 들
어온 중년사내의 모습을 본 라자르의 눈은 놀란 토끼 마냥
커졌고 노인도 그 모습을 보고는 뒤를 돌아봤다.
180cm가량 되는 건장한 키를 갖고 이리저리 상처가 많이
나있는 그는 수많은 전투를 접해본 용병인 마냥 느릿한 걸
음걸이로 테이블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가 한발자국 내밀
때마다 라자르의 눈은 놀라움에서 분노로 서서히 바뀌어져
갖고 끝내는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이 자식!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오는 게냐! 썩 꺼지지
못해! 레이첼! 물 좀 바가지에 떠 가지고 나와! 저 더러운
녀석이 밟은 펍 바닥 좀 청소하라고! 어서 꺼져!"
라자르의 고함에 사방에서 눈길이 방금 들어온 중년의 용
병에게로 쏠렸다. 용병은 자신에게 시선이 모아지자 잠시
움찔했지만 다시금 평온을 유지하고는 한발. 한발 라자르가
있는 곳으로 옮겼다. 라자르는 더 이상 그 장면을 보고있지
못하고 펄쩍 뛰며 그에게로 달려갔고 끝내는 그를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가려 했다. 하지만 라자르의 힘은 그 용병의
힘에 밀리었고 라자르는 헥헥 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자 버
렸다. 용병은 주저앉은 라자르의 시선에 맞추려고 허리를
숙였고 라자르의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잠시 지나가던 길에 목 좀 축이려고 들렸을 뿐입니다. 아무
용건 없으니 술이나 파시죠."
"네놈에게 팔 술은 없어! 썩 꺼져! 이봐 용병들! 당신들
중에 이 놈을 끌어내는 사람에게는 내가 오늘 하루 공짜로
술을 주겠어! 이 놈을 흠씬 두들겨 패주는 사람이 있다면
여자까지 대주겠네!"
라자르의 외침에 용병들은 솔깃했는지 저마다 자신들이
자랑하는 무기들을 들고는 실실거리며 중년의 용병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잠시 주위를 살핀 뒤 턱수염을 만지며 테이
블에 앉자 아까 노인이 마시던 술잔을 뺏어 들고는 여유롭게
한잔 넘겼다. 이런 모습을 본 다른 용병들은 자신들을 무
시하는 투가 맘에 안 들어 열이 받아 전부 얼굴이 붉은 색
톤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달려 들려할 때 그들을
저지하고 아까 그 190cm의 거구의 용병이 앞으로 나섰다.
"이봐 우리 같은 용병으로서 이러지 말자고. 용병세계엔
용병들만의 법칙이 있는 것 아닌가? 주인 양반과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상관 안 해 그냥 사고만 일으키지 말고 조
용히 나가 줬으면 해 알겠어 친구?"
거구의 말도 무시하며 그는 계속해서 술잔만 비우고 있었고
그 모습에 화가 난 거구의 용병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술병을 들어 그의 머리로 내리쳤다.
「퍽-」
요란한 유리 파성이 들리며 술병이 중년의 용병의 머리를
치고 지나갔지만 중년의 용병은 머리만 힘에 밀려 아래로
수그릴 뿐 다시금 평온을 유지하고 술잔만 기울일 뿐이었다.
약간 놀란 시선을 보낸 거구의 용병은 다시금 침착함을
유지하고 중년의 용병에게 말했다.
"이거 완전 바보 아니야? 흐흐 맞고도 가만히 있다니 정말
바보로군. 아마 이놈 마누라도 바보 아니면 저기 있는 창녀
같은 몰지각한 년일 꺼야. 제대로 된 년이 이런 놈에게 시
집을 갔겠어? 하하하!"
거구의 용병의 말에 펍 안에 있던 다른 모든 용병들은 서로
배를 잡고 뒹굴었다.
"그만 두지 못해? 내 딸년이 어쩌고 어째?"
고함소리가 튀어나온 것은 의외로 중년의 용병 쪽이 아닌
펍의 주인 라자르 씨의 입에서였다. 약간 당황한 듯한 거
구의 용병이 라자르 씨에게 사과를 하려고 할 때 갑자기 펍
안에 이상한 기류가 덮이기 시작했다. 약간 붉은 색 톤의
기류가 방안에 가득 차고는 이내 중년의 용병 쪽으로 쏘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중년의 용병의 비명소리가 펍 안에 삽시간에 퍼지며 긴장
감이 돌았고 펍 안의 모든 용병들은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긴장감에 닭살마저 돋고 있었다. 이윽고 중년의 용병
쪽으로 쏘아 들어가던 붉은 색의 기류가 사라지자 중년의
용병에게서는 뭔지 모를 중압감마저 들기 시작했다.
「크르르….」
"뭐…뭐야?"
그들은 긴장감을 감추려고 아주 큰 동작으로 자신들의 검을
뽑기 시작했고 하나하나 검광이 펍 안을 소용돌이 칠 때쯤
중년의 용병에게서 말이 튀어나왔다.
"피…피해라. 시간이 별로 없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거구의 용병은 「미친놈!」소리와 함께
검을 위에서 아래로 크게 휘둘렀다. 그의 투핸디드소드가
중년의 용병의 몸을 자를 듯 날카롭게 쏘아져 내려갔다.
「캉!-」
굉장히 큰 소리로 검날끼리 부딪히는 파성이 들리며 거구의
용병의 검이 중간에 막히었다. 놀란 눈의 거구의 용병과
인간이기 거부하는 표정의 중년의 용병의 표정들이 교차하며
약간의 숨통을 조이는 시간이 지나고는 끝내 순식간에 거
구의 용병은 중년용병의 검에 몸과 목이 나뉜 체 숨을 거
두고 말았다.
순식간에 190cm의 장신이 쓰러지자 더 이상 다른 용병들이
앞으로 나서질 못했다. 살길을 찾아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도망 다니던 7-8명의 용병들은 가지각색의 비명을 지르며
중년용병의 검에 목숨을 잃어갔다. 죽음의 사자처럼 그는
철저히 주위에 있는 모든 걸리는 것들을 파괴하였고 그 모
습이 마치 피에 열광하는 광귀(狂鬼)를 연상시키기에는 충
분했다.
삽시간에 모든 용병들이 검 한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쓰러지고 이제 그의 표적은 라자르 씨와 노인으로 압축되
었다. 검을 길게 늘어뜨리곤 구부정한 허리로 서서히 그들
에게 다가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라자르 씨와 노인장은 두
려움에 치를 떨었고 급기야 그의 앞에 절을 하며 사정까지
했다.
"이봐! 후렌들리! 왜 이러나 자네! 제발. 제발 장인인 나를
용서하게 내가 잘못했네 내가 잘못했어! 아니. 이 노인네가
원흉이야. 그때 내 딸을 네게 넘기지 말라고 한 것이 이
노인네였으니까! 제발 살려주게 후렌들리! 사정하겠네."
"뭐라고? 이 양심도 없는 자식! 늙었다고 깔보는 게냐? 어디
저 녀석에게 죽기 전에 내 손에 죽어봐라!"
갑작스럽게 시작된 둘의 싸움에도 불구하고 후렌들리는
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티격태격 싸우고 있던 둘은 「이제
죽었구나-」라고 생각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버서커Berserker네 버서커야? 크헬헬헬. 이런 미치고 팔
짝 뛸 일이 있나? 버서커네! 그 신화에만 나오는 옛이야기가
되어 버린 버서커야 버서커! 크크큭 버서커라고 크크큭!"
「크르르-」
후렌들리와 라자르 그리고 노인은 소리가 나는 정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화려한 파스텔 톤의 로브를 입고있는
한 60대 정도로 보이는 노인이 서있었다.
1장. 광귀{狂鬼} #2
"으헤. 정말 신기한 거 다 보는군. 버서커까지 나오다니.
크크크. 이제 정말 세상에 종말이 닥치려나? 으흠. 연구 감
이야 연구 감."
다른 사람의 기척에 후렌들리는 올렸던 검을 거두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인간 같지 않은 얼굴에서 알 수 없는 희
미한 미소가 떠올랐고 그는 몸을 돌려 그 60대의 노인에게로
다가갔다. 그가 다가가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노인은 자신의
하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혼자 계속해서 중얼거리고 있
었다. 그때 라자르가 그에게 소리쳤다.
"이봐요! 당신 실력 있는 마법사 같은데 제발 우리 좀 살
려주시오! 살려만 준다면 뭐든 다하겠소!"
"어? 나한테 말하는 겐가? 크크 그래 난 좀 실력이 있지
으할할할! 지금까지 단 한 명의 마법사도 성공하지 못한걸
했거든 으히히히! 그래 난 6서클 마스터라고 움홧홧홧!"
꼴사납게도 마법사 노인은 허리에 두 손을 덴 체로 허리를
꺾으며 웃기까지 하는 여유로움을 보였다. 후렌들리는 계
속해서 검을 길게 늘어뜨리고 허리를 구부정하게 구부린 체
「크르르-」거리며 계속해서 마법사 노인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긴장감이라는 게 하나도 없는지
마법사 노인은 허리를 꺾다가 아프다는 시늉까지 했다.
"이..이봐 라자르. 되..된통 걸린 것 같아. 저 마법사 왠지
어디서들은 적이 있는 것 같거든? 그래 확실해. 저자는 루벤
남부에서 악명을 떨쳤던 6서클 마스터이자 미친 마법사
캔들키프야!"
노인의 말을 들은 라자르는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나도록
침을 삼켰다.
"저..정말입니까? 저.. 저자가?"
두 사람의 대화를 무시한 체 후렌들리는 계속해서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가 다가오는 것을 그때서야 눈치 첸
캔들키프는 굉장히 요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섰다.
캔들키프가 아무 일도 아닌 듯 앞으로 다가오자 후렌들리는
잠시 움찔거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캔들키프는 파스텔
톤의 로브를 휘날리며 그에게 뛰어 들었고 후렌들리의 목에
감기며 귓가에 상당히 사랑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이봥∼ 버서커야∼ 내 실험체 해줘라∼ 으흐흐흐 해줘
실험체 으흐흐흐."
정신이 말짱한 자가 들었으면 정신계 마법보다도 더 당황될
수 있을 정도의 타격을 입었을 게 뻔하지만 이미 버서커가
되어 버린 후렌들리는 그런 것에 상관하지 않고 캔들키프의
아랫배를 있는 힘껏 쳤다.
「캉-」
그의 주먹에 맞은 캔들키프는 상당히 요란한 몸 동작을
해대며 뒤로 날아가 벽에 쳐박히고 말았다. 그 광경을 지켜
보고 있던 라자르와 노인은 캔들키프가 당한 것보다 더 이
상한 점이 있는 듯 서로 얼굴을 보며 말했다.
"퍽이 아니라?"
날아가 벽에 거꾸로 쳐 박힌 캔들키프는 자신의 꼴사나운
모습엔 상관하지 않고 배에서 뭔가를 끄집어냈다. 강철로 된
철판이었는데 아마도 그것 때문에 그런 소리가 난 것 같
았다. 캔들키프는 뭐가 좋은지 실실거리며 일어나 옷매무새를
다듬은 후 후렌들리를 향해 소리쳤다.
"이 멍청한 것아! 한번만 정확하게 말하려니까 잘 듣도록
하게나! 네놈이 나의 실험체가 된다면 어디 가서 굶어죽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또한 살아나기만 한다면 부귀영
화도 누릴 수 있게 해주지! 그래! 살아나기만 한다면 네놈이
원하는 것은 다가질 수 있다니까? 거기다가 이 실험은 이
위대하신 대마법사 캔들키프님의 정신적 수양을 쌓는 기
회를 줄 수가 있고 또한 발전해서는 이 세계에서 또다시 너
같은 놈들이 돌아다니는 꼴을.. 음 그래 돌아다니는 꼴을
더욱더 많이 볼 수 있다는 거야! 기쁘지 안냐? 물론 실험이
라는 것도 간단하네! 그냥 톱으로 몇 군대 자른 뒤에 그에
맞는 조사를 좀 하는 것이지. 때로는 마법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것도 별 것 아니야 이런 저런 저주를 몇 개 걸어서
그에 병합된 새로운 버서커가 탄생할 수 있는 지만 연구
하면 그만이거든! 어때 한번 해볼 만 하지? 그러니까 내 실
험체 해줘!"
상당히 긴말을 삽시간에 해낸 캔들키프는 어지럽다는 듯이
벽을 잡고 헥헥거렸다. 하지만 그렇게 긴말을 했는데도 후
렌들리는 단 한마디도 알아듣지를 못했다. 그냥 그에게 단
한마디를 던졌다. 한자. 한자 딱딱 끊어서.
「버. 러. 지. 크르르-」
말을 내뱉은 후 후렌들리는 검을 치켜들고 캔들키프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검을 높이 들고 밑으로 크게 배기를
시도했다.
"쉴드."
캔들키프의 간단한 쉴드 시전에 후렌들리의 검은 간단하게
막혀버렸다. 아까 와는 분위기가 완전 달라진 것처럼 캔들
키프는 아무런 말이 없이 눈을 부라리며 후렌들리를 쏘아
보았다. 후렌들리가 뒤로 몸을 퉁겨 비켜나자 캔들키프가
음침하게 깔린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버..버서커 네놈이.. 네놈이 나를 감히 놀려? 이 지상 최
고의 대마법사 캔들키프님을? 누구도 나를 놀리지는 못해.
버러지라고? 으흐흐. 그래 버러지의 맛을 좀 보여주지."
캔들키프는 소매에 손을 넣더니 곧 로드하나를 끄집어내
었다. 굉장히 이상하게 꼬인 문양이 새겨져 있는 신비스러운
로드였다. 그는 그걸 자신의 가슴위로 올리더니 시동어를
외기 시작했다.
"공간의 흐름이여. 바람 속에 묻어있는 마나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너의 의도에 따라 나에게 공간의 흐름을 깰 수
있는 힘을 전하라. 플라이."
그의 시전에 따라 그의 몸 전체에 투명한 구체가 생겨났고
이윽고 그는 위로 솟아올랐다. 지붕을 뚫고 하늘 높이 올
라간 그는 다시금 시동어를 현란한 몸 동작과 함께 외기
시작했다.
"죽음의 지대에 갇혀 버린 구름이여. 그대들의 모든 위력을
차원을 넘어 보여주기를. 그대들이 원하는 복수의 파티를
벌이도록. 데쓰 포그Death Fog."
그의 시전이 끝나자 그의 발 밑에서부터 초록색의 구름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마을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
했다.
"아야얏. 지붕이 있는걸 깜빡했군.. 정말 아픈데 흐음."
캔들키프가 기다리기 지루했는지 공중에서 떠 있는 상태
에서 머리를 만지며 말을 했다. 그가 말하고 있을 때에도
초록색의 음침한 구름은 계속해서 마을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
"으악! 저주다! 신의 저주다!"
"악마가 내려온다. 악마가 내려온다!"
초록색 구름을 본 마을 사람들은 이리저리 뛰기 시작했
고 구름은 그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듯 속도를 올려 마을로
내려왔다. 갑자기 빨라진 구름의 스피드에 대처를 못하고
마을사람하나가 구름에 말려들었다. 구름에 말려든 사람의
피부는 이내 부식하고 그는 고통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죽
어갔다. 그가 그렇게 죽자 사방에 공포감이 퍼지며 마을 사
람들은 있던 자리에서 그냥 주저앉고 말았다.
"시..신의 저주야. 역시 전쟁은 하면 안됐어.."
@
"에잉 기다리기 지루하네. 뭐로 할까? 그래 그거야!"
그가 무엇을 또 정했는지 온정신을 집중하였다. 아까보다도
더 땀을 많이 흘리는걸 보니 마치 굉장한 파괴력을 지닌
마법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불이여. 화염이여. 그대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당
신의 동료들과 이 땅의 모든 이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기를.
파이어 볼."
그가 굉장히 힘들게 시동어를 외우자 세 개의 파이어 볼을
만들어 내었다. 세 개의 파이어 볼은 마치 유성처럼 공중
에서 쏜살같이 초록구름을 향하여 달려들었다. 이내 세 개의
파이어 볼과 초록색의 구름이 맏다았다.
「파앙- 쾅!」
굉장한 파열음과 함께 초록색의 구름은 파이어 볼의 위력을
50배나 불렸다. 초록구름이 거대한 불덩이가 되어 마을에
떨어져 버린 것이다. 불덩이가 사라지자 불과 3분전의 마을의
모습은 온대간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됐어! 나이스! 으하하하! 나의 위력을 봤겠지 버서커 놈아?
뭐 그놈이 아깝긴 하지만 그냥 없던 일로 하면 되지. 으
흐흐. 아니 그놈이 나에게 욕했던걸 없던 일로 했으면 그놈을
죽이지 않았을 것 아니야? 으아아악! 아니지. 아니야 잘했어
캔들키프 아무 것도 모르는 놈에게 위대한 대마법사의 위
력을 가르쳐준 건 잘한 거야. 으흐흐 잘 받겠다 수업료. 크
할할할! 수업료는 네놈 목숨이야! 으흠. 이제 어디로 간 다냐..
아악! 이런 저 마을에서 내가 돈 좀 거둬 드리려고 했는데
저렇게 다 불타 없어졌으니 이제 어떡하나.. 으읔 아참 비
상금이 있었지? 으흐흐. 또 다른 마을로 렛츠고!"
자기도 헛갈릴 듯한 말을 내뱉던 미친 마법사 캔들키프는
그렇게 유유히 하늘로 사라졌다. 그의 광적인 행동으로 인해
삽시간에 없어진 마을의 잿더미 속에서 살아남은 자는 아
무도 없는 것 같았다.
1장. 광귀{狂鬼} #3
캔들키프가 유유히 사라지고 난 조금 뒤에 비가 왔다. 계속
해서 불타고 있었던 마을은 조금이라도 하늘에 보상을 받는
듯 빗물에 불씨하나 남김없이 꺼졌고 크게 일던 연기와
먼지도 사라졌다. 불과 10분전만 하더라도 루벤지역에서 5
번째로 크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전쟁과 범죄에 꿋꿋이 잘
버텨내며 성장해온 마을이 단 한순간 어느 노인의 광적인
행동으로 모든 것이 날아가 버렸다. 모든 집들은 다 붕괴
되었거나 불타버렸고 그나마 마을에 쉼터였던 광장마저도
원래 없었던 듯이 깨끗이 사라졌다. 물론 라자르의 펍도 마
찬가지였다. 캔들키프의 목표물이었기 때문에 그 피해가 다른
건물들보다는 더욱더 심했다. 그 누구도 살아남은 자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생명의 존귀한 목소리가 비가
내리자 하나둘 들리기 시작하였다. 그 엄청난 폭팔 속에서도
살아남은 끈질긴 인간들이 있던 모양이었다.
하나둘 모습을 나타낸 인간들은 살아났다는 기쁨도 잠시
자신이 일생동안 모았던 재산이 한순간의 재로 변하자 모
두들 허탈해하며 무릎을 꿇고는 흐느끼고 말았다.
마을의 허망한 모습의 동쪽에서 거의 구를 듯이 달려오는
무리가 있었다. 모두들 붉은 색 톤의 로브를 입은 것으로
보아하니 루벤지역에 유일하게 있는 불의 신 메라의 프리
스트들 같았다. 그들은 마을 앞에 서서 굉장한 허탈감을 토
해냈다. 그들의 선두에 선 자가 그들의 허탈감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혼잣말을 하였다.
"이런. 늦었군. 마나의 요동을 느끼자마자 달려왔는데."
"렌돌스님. 이미 늦은 건 늦은 겁니다. 한시 바삐 생존자를
물색해 치료를 하는 것이 저희에게 주어진 임무인 것 같
군요. 모든 것은 메라님의 뜻일 겁니다."
"그래요. 그러토록 합시다. 그리고 한스님과 데프퀸님은 마
나의 흔적을 찾아 가보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만약 범인을
만나더라도 절대 두 분께서 움직이지마 시고 이곳으로 달
려와 보고해 주도록 하십시오. 이 정도 파괴력을 자랑하는
마나를 다루는 마법사는 굉장히 위험한 인물로 생각됩니다.
어서 어서 움직이세요!"
한스와 데프퀸이 떠나자 남은 프리스트들은 마을로 움직였다.
마을 입구에 다다르자 멀리서 본 것보다도 훨씬 잔인하게
폐허가 되 버린 마을을 보고는 그들은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서로의 얼굴을 한번씩 번갈아 가며 보며
의지를 다진 뒤 움직이려 할 때 갑작스럽게 왼쪽 풀숲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는걸 듣고는 렌돌스가 그곳을 향해
소리를 쳤다.
"누..누구십니까!"
"프..프리스트?"
예상외의 어린아이 목소리가 들리자 그들은 긴장감을 풀고는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어린아이 하나가 이곳저곳
상처를 입은 체 풀숲에 숨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 어
린아이는 렌돌스의 얼굴이 보이자 갑작스럽게 렌돌스의 품
으로 달려들며 울먹였다.
"엄마가 흑 엄마가 저기 있어. 흑 난 이상한 초록색 구름이
몰려올 때 이쪽으로 숨었어. 앙앙!"
앞뒤가 맞지 않게 울음을 터트리며 어린아이가 말하자 렌
돌스는 목뒤까지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그.. 그래 걱정 말아라. 우리가 왔으니까. 꼬마야 알겠지?
걱정 마. 이런 사내가 눈물을 흘리면 쓰나. 그래 그래 걱정
마. 멋들 하십니까? 빨리 빨리 움직이십시오!"
자신과 아이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어두운 표정을 짓고있던
프리스트들에게 렌돌스가 소리치자 그들은 알겠다고 끄덕
이며 이미 폐허가 된 마을 쪽으로 달려갔다. 그들이 달려가고
난 후 렌돌스는 아이에게 차근차근 물었다.
"꼬마야. 꼬마야. 아저씨가 몇 가지 물어볼게. 대답해 줄 수
있겠지?"
"흐흑. 응"
"누가 그랬는지 봤니?"
"아니 너무 높은.. 흐흑. 높은 곳에 있어서 자세히 못 봤어.
그의 발에서 이상한 초록색 구름이 나오더니 마을 아저씨
들을 터트렸어. 무서웠어 너무 무서웠어. 으앙."
"알겠다. 알겠어. 그만 뚝 그쳐야지. 아저씨들이 달려갔으니까
사람들을 모두 구할 수 있을 꺼야."
"정말?"
아이가 울음을 그치며 물어오자 렌돌스는 약간의 당혹 감이
들었다. 대체 어떻게 저 폐허 속에서 사람들을 다 구할 것
인가? 다만 살아있는 사람 한 명이라도 더 구해내길 빌 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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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시간 가량의 메라의 프리스트의 빠른 구조활동으로 약
30명 정도의 마을 주민을 구해낼 수가 있었다. 이리저리
찢기고 상처 난 그들을 일단 임시 막사를 지어 그곳으로
옮겨놓고 치료를 하였다. 정말이지 그렇게 참혹할 수가 없
었다. 아무리 메라의 수석 프리스트들이라 할지라도 이런
광경은 처음 접해 보는 것이라 당혹 감을 감출 수는 없었
지만 그들을 살려내는 것이 먼저였기에 그런 내색은 하지
않고 구조활동에만 몰두하여 구조활동은 성공적일 수가 있
었다. 렌돌스가 열심히 치료를 하고 있는 도중 한 프리스트가
그의 귀에 대고 말을 하였다.
"이상한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그에게서 이상한 기운이 느
껴지는데 마나나 마성 같은 것은 아닙니다. 한번 만나보시
겠습니까?"
"그래 빨리 안내하게. 이번 일에 대하여 뭔가 알고있는 자
같은 느낌이 드는군."
프리스트의 안내를 받으며 한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180c
m의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있는 그는 후렌들리였다. 그 정
도의 마법을 온몸으로 받았을 텐 데도 정말 상처하나 없이
이젠 기운도 완전히 차려 막사 안에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그를 렌돌스가 막았다.
"잠시. 잠시만. 물어 볼 것이 있소."
렌돌스의 물음에 후렌들리는 떠날 채비를 하던 것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가만히 그를 지켜보다가 땅바
닥에 철푸덕 앉자버렸다. 렌돌스는 물어보라는 뜻인 줄 알고
그도 땅바닥에 앉은 다음 입을 열었다.
"당신에게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대체 뭡니까? 이
사건과 연관이 있소?"
"버서커의 저주를 받았소."
렌돌스의 물음에 차갑게 한마디 던진 후렌들리는 자신이
입고있던 하드리더의 안쪽에서 담뱃대를 꺼내어 물고는 그
곳에 불을 붙였다. 그 모습이 무지 맘에 안 들었지만 렌돌
스는 참고 다음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버서커라니.. 신화 속에서만 나오는 옛이야기가 된 줄 알
았는데.. 흠. 하여튼 이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좀
아는 게 있으십니까?"
"그냥 잠깐 지나가던 차에 들린 것뿐이오. 아무런 연관 없소."
후렌들리는 무심한 말투로 대꾸하며 담뱃대를 입에 갖다대
고는 깊숙이 빨아 들였다. 렌돌스는 더 이상 참기 힘들어
약간의 강한 어감으로 말을 했다.
"거짓말하는 것 다 압니다.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겁니까?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당신을 메라의 신판대위에 올릴 수도
있는 사람이오. 더군다나 버서커의 저주를 받은 당신은 모든
신관들의 동의하에 파멸될 수 있다는 것도 모르오? 자 바른
데로 말하시오!"
후렌들리는 렌돌스의 약간의 협박성 담긴 말에 피식 웃으며
간단하게 대꾸를 했다.
"버서커는 정령이오."
"네?"
"버서커는 정령이라고 했소. 난 악마의 저주를 받은 게 아
니오. 버서커를 부르는 정령술사라면 또 모를까. 그러므로 난
당신들의 재판 대에 설 이유도 파멸 당할 이유도 없소. 질
문을 끝나셨소? 그럼 난 가보리다. 더 이상 여기에 있으면
민폐만 끼치는 꼴이 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