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요. 이제는 떼어낸 상처도 다 낳았으니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죠."
"허리를 좌우로 움직일 때 통증 같은 것은 없나요?"
간호원은 감정 없는 어조로 물었다.
"며칠 전에는 조금 느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현철은 언제나 같은 어조로 표정 없이 말하는 간호원을 보며 물었다.
"환자가 많은가요?"
"네. 그전보다요."
간호원은 짧게 대답하고 돌아서서 문 손잡이를 잡고 말했다.
"점심식사 후에 선생님이 어떤 말씀이 계실 거예요 "
"오늘은 퇴원을 할 수 있겠지요? "
"아마, 선생님이 말씀하시겠지요."
키가 작은 간호원은 고개를 약간 끄덕이면서 말하고 나갔다.
퇴원할 생각을 하니 병원에서 주는 점심을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지고 원장이 부르기 만을 기다렸다.
현철은 다시 선경의 사진을 배 위에 올려 놓고 보고 있었다. 그리고 창문으로 하늘을 보고 있다가 문 여는 소리에 창밖의 나무를 보던 것을 멈추고 문을 향해 돌아보았다.
베이지 색 양복 정장을 입고 밝은 표정으로 형이 들어왔다. 현철은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사진을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형을 쳐다보았다.
"어떠냐, 오늘은 퇴원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것 같던데? "
"응. 원장 선생님이 곧 들어올 거야."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사진을 들고 현일은 보았다.
"음, 역시 미인이야! 이런 여자가 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안나갔지? 나갔으면 틀림없이 진은 되고도 남았을 텐데."
현일은 정말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현철이가 얼른 말을 받았다.
"그러니까 내가 이 고생을 해가며 비계살을 빼지 괜히 고통을 받으면서 수술을 하겠어? "
"잘했어, 나중에 살이 다시 찔 망정 일단 내사람을 만들 때까지는 뚱뚱하다는 느낌을 주어선 안돼."
현일은 명령하듯이 말하면서 사진을 현철에게 돌려주었다. 노크소리가 나자 현철과 현일은 동시에 문쪽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문이 열리 간호원이 들어왔다.
"옷을 갈아입으시고 원장님실로 오시랍니다."
말하고 돌아서는 간호원의 뒷몸매를 보면서 현철은 신이나서 말했다.
"옛, 명령대로 하겠읍니다."
현철은 옷을 갈아 입고 현일과 함께 원장실에 들어가자, 원장은 챠트를 걸어놓고 두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어때요? 몸이 날아갈 것처럼 움직이기 편하지 않습니까?"
타원형의 안경을 쓴 원장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물었다.
"네, 그래요. 제 몸이 이렇게 가볍게 움직여보기는 처음입니다."
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흰 벽에 붙어 있는 검은색 필름에 회색 모형이 찍힌 엑스레이 사진을 가리키면서 설명했다.
"자 여기를 보십시오. 좌측이 수술 전의 모습이고 우측이 지금 모습입니다. 얼만큼 지방질을 떼어냈는 지 아실 것입니다"
현철과 현일은 벽에 걸린 사진을 보았다. 수술 전에는 상반신이 도라무통 같았는데 지금은 헬스한 사람처럼 허리와 겨드랑이 까지가 삼각형 빗변처럼 경사져 있었다.
"어디 몸무게를 볼까요?"
원장은 체중계를 가리켰다. 현철은 올라가 숫자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다가 61이라는 숫자가 나오자 내려왔다.
"몸무게가 35킬로그램이나 줄어습니다. 앞으로 식사를 절제하시고 음식도 가려드시면서 저녁에는 가급적 육식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렇게 까지는 살찌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운동을 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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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은 챠트를 접으면서 말했다,
" 알겠습니다, 그런데요. 봉합한 흉터는 정말 생기지 않을까요?"
현철은 걱정이 되어 물었다.
"아무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컴퓨터로 수를 놓는 것처럼 촘촘히 봉합을 했으니까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여지껏 부작용이 생긴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네, 안심했습니다. 걱정이 돼서요. 다음에 살이 또 찔 때는 그 때도 지방 제거를 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마음을 푹 놓으십시오. 거리를 걸어다니는 여성들도 돼지 넓적다리 같이 살찐 비계살도 감쪽같이 지방 제거를 하여 날씬한 다리를 뽐내며 걸어가고 있지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습니다. 아니 자세히 본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흔적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현미경을 가지고 보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더군다나 스타킹 신으면 감쪽 같지요. 그 분들도 또 살이 붙으면 두 번 세 번씩 지방질 제거 수술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원장은 웃으며 말했다.
"그랬군요.원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 알 것만 같습니다."
옆에 있던 현일이 현철을 보며 말했다.
"퇴원하시고 거리을 활보하고 다니는 여성들을 한 번 자세히 보십시오. 걷는 모습이 어딘지 부자연스러운 것은, 무거운 몸 자세로 걷다가 날씬해지니까 본인이 아직 습관이 안돼서 그렇지요. 보는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데 괜히 본인이 어색하게 생각하니까 그런 겁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지나면 곧 몸에 균형이 잡혀가게 됩니다.
날씬한 것은 태어날 때부터 체구가 작고 뼈도 굵지 않아야 하지만, 늘씬한 것은 다르죠. 늘씬한 것은 신체적으로도 크고 뼈도 가늘지 않지만 운동, 즉 에어로빅을 한다든가 아니면 다이어트하면서 지속적인 체조를 통하여 몸을 고루 다듬었기 때문에 늘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날씬하면 몸이 약한 느낌이지만 늘씬하고 금발이라면 체격이 좋은 남자들은 그런 여자가 옆을 스치고 지나가면 코를 킁킁거리며 여자의 향기를 맡으려고 하지요. 그리고 뒷 모습을 다시 보게 되는 이유입니다. "
원장은 몇가지 차트를 꺼내 보여주면서 그림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었다. 자신이 수술했던 지난 사례를 보여주면서 오랜 전통이 있는 정말 뛰어난 수술 솜씨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현철과 현일은 감사의 인사를 하고 원무과에 가서 계산을 끝내고 병원을 나서자 근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고생 많았다."
현일은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
"휴, 이제 병원을 나서니 살 것 같군."
"날아갈 것 같지 않냐? "
"두말하면 잔소리지. 내몸이 이렇게 가볍다니, 날아갈 것처럼 몸이 가벼워, 근으로 따지면 몇 근이야 그러니까 35킬로면 1근이 600그램이지?"
"글쎄."
현철은 궁금한 듯이 커피를 가져오는 아가씨에게 물었다.
"아가씨, 우리가 먹는 고기 한 근이 몇 그램이죠?"
그러자 아가씨는 웃으면서 말했다.
"600 그램 입니다."
"한 근에 600그램이미까 35킬로그램이면 자그만치 6근이야 하고도 남아 으으...지겨워"
현일은 킥킥거리며 웃었다.
현철은 6근이나 되는 살을 자신의 몸에서 떼어냈다고 생각하니 신음을 하면서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었다.
"수술할 때, 어떻든?"
현일은 엄살 많은 현철이 어떻게 통증을 참았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말도 마, 수술대 위에 누워서 간호원들과 원장이 나를 빙 둘러서 허리를 만지는데 내가 마치 돼지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지 뭐야. 세사람이 내 주위를 빙 둘러쌓고 칼로 내 몸에서 싹뚝! 하고 칼질을 할 것을 생각하니 이러다 죽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 때문에 소름 같은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있어야지 어휴."
현철은 진저리를 내면서 말했다. 다시는 생각하기도 싫다는듯이...
"그랬구나. 나는 네가 아파서 소리를 꽥 지를 줄 알았는데..."
"수술을 막 하려는데 내가 신음을 하고 몸을 벌벌떠니까 의사가 간호원에게 마취 를 좀더 시키라는 거야. 그리고는 가물거리며 까무라쳤지."
"마취를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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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니까."
"아니, 왜? "
"소름이 돋는 것을 보니 마취가 덜 됐다는 거지. 아마 마취가 덜 들어가면 살을 떼어 낼 때 발광을 하면 큰일이거든. 그 때까지는 의식이 또렸했는데 간호원이
마취 주사를 놓자마자, 그 후부터는 나는 의식을 잃어버렸어."
"너무 긴장을 하니 마취의 효력이 듣지 않은거지."
"응, 그랬나봐."
"자식아, 그러니까 이제 고기를 조금씩만 먹고 식생활 개선을 해봐. 뭐냐 생돈을 이천만원
날리고 몸은 몸대로 골고 어디가 다쳐서 치료한 것이라면 할 수 없다지만..."
현일은 나무라듯이 말했다.
"근데 형, 음식점에만 가면 고기냄새에 환장을 하겠다니까. 남들은 술 담배를 끊을 수 있다
지만, 술 담배는 끓을 수 있어도 고기만큼은 못 끊을 것 같아."
"다 어머니 때문이야. 밭농사를 하느냐고 어디 고기를 마음대로 실컷 먹을 형편이 됐었냐? 그러니 어려서부터 걷어 먹이느냐고 막내인 너만 계속 고기를 먹게하고 내가 좀 뺏어 먹으면 엄마한테 꾸지람 들었잖냐. 형이 동생 것을 빼앗먹는다고. 그래서 이런 결과가 생긴 거야."
"형, 이십일을 병원 침대에서 있으면서 꽃등심에 커피와 술 생각이 얼마나 나는 지 말도 못해. 우리 한국관 가서 모처럼 포식 한 번 하자, 응?"
"수술한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벌써 고기타령이냐?"
현일이가 망설이자, 현철이가 벌떡 일어나 카운터로 가더니 계산을 마친다.
할 수없이 현일은 따라 나섰다.
두사람이 한국관에 들어서자 지배인이 정중하게 인사하며 인사말을 건넨다.
"어서오십시오. 사장님, 왜 한동안 안오셨습니까? 혹시 저희 집 고기가 맛이 없어서 안오신 것은 아니지요?"
지배인은 살피는 듯이 말하고 손을 들어 안내를 했다.
"아, 해외에 일이 좀 있어서 못왔습니다."
현철이 얼른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사장님께서 저의 집을 오지 않으실 리가 있겠습니까? 않으시지요. 그런데 얼굴이 조금 안되어 보이시는데요."
"아, 고기를 못 먹어서 그렇습니다. 외국에 잠시 있다 보니 입에 맞아야지요."
현건이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
현철을 정색을 하며 말하자 현철은 형에게 눈을 깜박거렸다. 지배인은 직원에게 꽃등심 두근을 많이 드리라고 주문을 하고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현철은 허겁지겁 입에 넣고 술을 들이키듯이 마셔대고 있었다. 그 먹는 모습을 보던 현일은 보다못해 말했다.
"야! 체하겠다. 안 빼앗아 먹을테니 좀 천천히 먹어라."
현철이가 게걸스럽게 먹어대니까 현일은 먹다 말고 젓가락을 놓았다.
"형, 왜 벌써 젓가락을 내려놔?"
"배부르다. 많이 먹어라. 나는 먹을 만큼 먹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