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보며 2024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추억했다. 밀양에서 고기도 먹고, 아버지 댁에서 밥상도 차렸다. 병원에 계신 아버지 병문안을 가기도 했다. 아버지보다는 김민정 씨가 더 사진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아버지께 김민정 씨가 내년에는 어떻게 지내면 좋을지 여쭈었다.
“뭘 어떻게 지내. 그냥 잘 지내면 되지.”
“그래도 아버님이 바라는 우리 딸의 삶, 그런 게 있지 않으세요? 건강했으면 좋겠다거나,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거나, 어디 많이 다니고, 경험을 많이 해 봤으면 좋겠다거나…. 그런 거요.”
“건강이 최고지. 배를 저, 어떻게 해야지.”
“김민정 씨 얼마 전에 건강검진 했는데, 지방간 때문에 다이어트 해야 한다고 그러셨어요. 그래서 요즘은 빵도, 과자도 안 먹고 있어요.”
직원의 말에 김민정 씨가 배를 두드리더니 손을 좌우로 흔든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잘하네.”
“그렇죠? 아버님도 민정 씨 건강하게 잘 지내도록 응원해 주세요.”
“그래, 하하.”
내년에도 매달 아버님을 찾아뵙기로 했다. 점심시간에 도착해서 같이 식사하고, 오늘처럼 장을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아버님도 흔쾌히 좋다고 하셨다. 복지관에 가시는 날이 정해져 있는 것 같았는데, 자주 오다 보면 복지관에 아버지 친구 분들과 인사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내친 김에 아버님께서 거동하기 더 좋으실 때 가까이에 나들이도 가면 어떨까 싶다고 권했다.
“나들이는 안 돼. 너무 추워서….”
“날씨 좀 따수워지면요. 한 4월이나 5월에 가면 어떨까요?”
“그래, 그라자.”
“사진 보니까 밀양 안에 갈 수 있는 곳은 거의 민정 씨랑 다녀오셨죠?”
“네. 네.”
“김민정 씨, 많이 다녀오셨어요?”
“네. 히히.”
“갔다 왔다. 영남루 여기도 가고, 많이 다녔지.”
“그러면 내년에는 요 근처로 가 보면 어떨까요? 오는 길에 보니까 부곡 있던데, 별로 멀지 않더라구요.”
“날 따실 때 가, 따실 때.”
“네, 그럼 그 때 되면 다시 여쭤볼게요.”
싫다고 하시면 어쩌나 했는데 따뜻할 때 가면 좋겠다고 하신다. 다행이다.
민정 씨의 취업은 조금 부정적이기도 하셨고, 긍정적이기도 하셨다. 민정 씨가 일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씀을 거듭 하셨다.
“얘가 일은 무슨 일을 해. 몸 건강이나 챙겨야지….”
“그래도 민정 씨가 일은 안 했던 게 아니잖아요. 사진에도 있지만, 당나귀도 돌보고, 카페에서도 일하고 했으니까요.”
“그래, 그랬지.”
“김민정 씨도 일을 하고 싶은 마음과 하기 싫은 마음이 다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여러 번 여쭈었는데, 다른 말만 하셨어요.”
“일을 하겠나, 얘가.”
“오늘 아버님 말씀을 듣고 민정 씨 마음이 또 변할지도 몰라요. 아버님은 민정 씨가 일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뭘 어떻게 생각해, 일은 무슨 일을 한다고.”
“그래도 또래 친구들처럼 일을 하면 좋지 않을까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찾으면 더 잘할 수도 있구요.”
“뭐이든지 지가 원하는 일을 하면 되지.”
“네, 맞습니다! 본인이 원하는 일을 찾는 게 우선이죠. 김민정 씨, 좋아하는 일을 찾아볼까요?”
“네, 네. 히히.”
아버님은 민정 씨의 취업도, 취미 생활도 민정 씨가 원하는 것이 우선인 듯하다. 정 일을 한다고 하면 어떤 일이든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2024년 12월 19일 목요일, 구주영
구주영 선생님을 '베테랑 신입직원'이라고 하던데, 과연 그렇네요. 아버지와 딸이 내년을 꿈꾸며 희망하며 의논하게 거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버지 뜻, 아버지 말씀을 직접 들어서 기쁩니다. 월평
첫댓글 다이어트, 아버지와 보내는 시간, 구직까지... 모두 수월하다고 할 수 있는 목표는 아닌듯합니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그렇지만 꼭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