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릴 수 없다.
애초부터 정해져 있던 사랑이어서
비록 그 사랑이 금기라고 할지라도
말릴 수 없다.
운명. 이기에
★
신기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날 감싸고 있던 두통이 말끔히 가셨다.
전화 벨이 울린 건 잠에서 깬지 10초쯤 후였다.
"여보세요?"
"정연초!"
약간 고조된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정도는 알아차렸다.
"현성아.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별거 아니야. 연초 네가 또 약속 잊어버릴까봐! 오늘 두 시 시네마 앞에서 알지?"
친절한 현성이는 또 내가 자신과의 약속을 잊을까봐 전화한 모양이었다.
"응! 물론 기억해. 그럼 그 때 보자."
"자, 잠깐만!"
". . . . . .?"
현성이는 뭔가 말하려는 듯 주춤거렸다.
"뭔데, 그래."
"아니다! 오늘 만나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그러니까 꼭 나와야 해.연초야."
"으응."
현성이의 전화를 받고 나서 약속때 입을 옷을 한번 입어보았다.
약간 긴 스커트에 위의 스웨터, 그리고 그 위에 털가운을 걸쳐서 거울에 비춰 보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딩동.
집안의 고요함을 한번에 날려버리는 현관문소리.
"누구세요?"
얼른 뛰어나가 문을 열었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 .
"어? 이게 뭐지?"
사람이 서있었을법한 자리에는 사람 대신 오도카니 작은 상자가 있었다.
열어서는 안되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위험함을 느꼈지만, 판도라가 그랬듯,
나도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다.
'이게 뭘까?'
오후 1시. 약속까지는 아직 한시간이나 남았다.
열어볼까, 말까.
책상 위에서 고민을 하고 있던 중 상자 귀퉁이에 붙어있는 쪽지를 발견했다.
< 아름다운 판도라에게 바칩니다 -R- >
R?
아무래도 R이란 사람이 보낸 것 같은데, R이 누구지?
더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작은 상자를 살짝 열어보는 순간, 내 입에서는 탄성이 나왔다.
"우와!"
상자 안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목걸이가 들어있었고, 난 목걸이를 꺼내들었다.
'현성이와의 데이트때 하고 나가도 될까?'
목걸이를 목에 한번만 걸어보고 싶어져서 거울 앞에 섰다.
아름다운 목걸이를 목에 거는 순간.
"으아아아악!!!"
작디 작은 목걸이 속으로 , 아니. 어느새 내 눈에 보이는 경치가 바뀌어 있었다.
"여기가 . . . 어디야?"
★01.타계와의 만남
-주천국
벌떡.
나는 옷을 탁탁 털었다.
여긴. 마치 궁궐같이 으리으리한 집이었다.
아니, 정말로 궁궐같았다.
여기는 어디인거지?
나는 저 멀리 연못가에 무사로 보이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그 남자에게로 다가간 나는 남자에게 말을 했다.
"실례합니다만, 여기가 어딘지요?"
그 남자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쨍그랑.!!
그 남자는 들고 있던 진검을 떨어뜨렸다.
"죄, 죄송합니다. 놀라셨나요?"
나의 물음에 조용히 칼을 줍고는 나를 한번 스윽 훑어보는 무사.
"소화. . . "
"예?"
"중전마마 납시오!"
중.전.마.마?
저,정말 사극인거야?
조선시대라도 온 건가/
"서기후, 이리로 오게."
남자의 이름은 기후 인듯. . .
나는 중전마마의 등장으로 더욱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중전마마는 기후라는 남자 옆에 있던 나를 보고는 그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너, 너는!!!"
옆에 있던 중전마마의 몸종인 듯한 여인도 놀라 말했다.
"소화. . 소화애기씨!"
그러고보니, 아까 저 기후라는 남자도 날 향해 '소화'라고 중얼거렸지?
혹시. . 타임슬립같은 건가?
"이 얼굴 하며, 자태하며, 게다가 이 목걸이는 소화의 것. 필시 소화로다!"
중전마마는 갑자기 날 와락 껴안으셨다.
"제, 제가 누구라고요?"
"소화. . 너는 아마도 소화의 후생인 듯 하구나. 목걸이가 널 이리로 데려왔구나."
[추풍전]
"추풍전이 제일 좋은 전각이라 하시었잖습니까? 소화애기씨."
". . . . . ."
너무 혼란스러워. 지금쯤 현성이와의 약속에도 늦었겠지.
"아기씨?"
계속 말을 거는 중전마마 곁에 있던 몸종.
나는 그 아이에게 이름을 물어보았다.
"저, 이름이 뭐에요?"
"애기씨도. . .! 말씀 낮추세요! 홍기빈입니다."
"소화. . 님."
뒤를 돌아보니 아까 연못가에 서 있던 무사가 다가왔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공주님."
고, 공주. . !
이럴때보면. .사극에서 어떻게 하더라? 아!! 시종들을 나가라고 하지?
"기빈. . ! 은 물러가주세요."
"말씀 낮추시라니까!"
밝게 웃으며 기빈이 나가자 무사 기후가 말을 했다.
"전. . 공주마마의 호위무사였습니다. 공주께서는 시대의 구원자셨죠."
"구.원자. ?"
"공주께서 지금 목에 거신 그 목걸이는 보통 목걸이가 아닙니다."
그런 것 쯤은 예상했었다.
나는 기후의 말을 기다리며 눈을 깜박였다.
"공주님은. .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공주님이 지금 이렇게 나타나심으로 해서,
목걸이, 나라뿐만 아니라 공주님 자신도 위험해지게 됩니다. 그러니까. . ."
"떠나십시요."
. . . . .!
"도데체 어떤 ,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에요? 설명을 해야. . "
"공주님. 여기는 주천국이라는 곳으로 땅과 하늘의 공존을 막는 곳입니다.
그 목걸이는 사악한 기운을 모두 봉인한 저주의 목걸이입니다.
그러나, 공주님이 그것을 보호하시는 이상은 절대로 사악한 기운이 나오지 않습니다."
보호. .봉인. . . . 사악한 기운. . .전부 판타지틱해.
"이해 안가시겠지만, 제 말을 따르세요. 공주님."
"기후. . 라고 했나요? 미안해. 나 때문에 이런 일 벌어졌잖아요."
. . . . . .
말이 없는 기후.
"내가 책임져야 될 것 같아요. 게다가 난 현세로 돌아가는 방법은 몰라요."
"아니요! 꼭 아셔야 합니다!! 돌아가셔야 해요."
기후의 완강한 표정. 나는 막무가내인 기후에게 슬슬 화가 났다.
"난 . . 의무감같은 걸 느끼고 있어요. 왠지. . 여기가 좋아."
정말이었다. 고향에 온 것 같은 편안한 느낌.
"당신의 집이니까.. . "
".. . . "
"소화, 당신의 집이니까요."
소화를, 환생한 소화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기후의 마음은 아주 불안했다.
'공주님. 당신이 죽었다 깨나도 이길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왜 모르십니까?
당신이 사랑한 그 남자. . . 그 남자만은 당신이 이길 수 없을테니까.'
"나. . 기후를 도울게요! 그래서 평화유진가 뭔가 한다니까요!!!"
기후의 마음 속에는 알 수 없는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첫댓글 재미있어요>-<더 많이 써주세요
ㅎㅎ 목걸이로 타임슬립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