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8일 공석중인 법무장관에 김성호(56)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이 지명했다.
당초 문재인 전 민정수석이 유력한 법무장관 후보로 거론됐지만,노 대통령은 여론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반발을 고려해 문 전 수석 임용 의지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날 김 내정자 지명과 함께 이미 사의표명한 조창현 중앙인사위원장의 후임으로 권오룡 행자부 제1차관의 승진 기용했다. 또 기획예산처차관,방위사업청장 등 12개 차관급 인사도 단행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7일 한명숙 총리와 오찬을 갖고 후임 법무장관 인선 문제를 논의한 데 이어 유력후보로 거론된 김 처장을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관계자는 “6일 당정협의를 통해 후임 법무장관 인선에 대한 결정이 내려졌고,7일 오후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김 내정자를 만난 것으로 안다”며 “인사추천위원회를 8일로 하루 연기하면서까지 추가 검증 작업을 벌였다”고 밝혔다.
경남 남해 출신인 김 처장은 1972년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대검찰청 중수부 과장과 서울지검 특수 1·2·3부장을 거쳤다. 이후 춘천 청주 대구 지검장을 역임하고 지난해 7월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에 임명됐다.
김 처장 내정 소식을 일선 검사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비검찰 출신인 강금실,천정배 장관에 이어 또다시 검찰 출신이 아닌 문 전 수석이 유력한 장관 후보로 거론돼 오다 특수부 검사 출신인 김 처장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로서는 검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김 내정자 기용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며 “검찰 밖에도 있었던 만큼 밖에서 본 검찰상을 바탕으로 검찰을 잘 이끌어 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처장은 그동안 검찰이 강력하게 반대해온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과 대립각을 세울 수 있다는 조심스런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김 내정자는 2004년 1월 당시 부패방지위 사무처장으로 임명돼 지난해 7월 명칭이 국가청렴위로 바뀐 뒤에도 계속 현직을 유지하며 정부 차원의 부패방지 종합시스템을 확립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부패방지법 및 시행령을 개정해 선진국 수준의 신고자 보호 장치를 구축하고 신고자 포상도 대폭 확대하는 등 실질적인 개선책을 내놓는 데 주력했다.
본인을 비롯한 청렴위 직원들이 지난해에만 각종 매체를 상대로 기고 125회,인터뷰 58회를 하는 등 대국민 홍보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대외적으로도 국제투명성기구(TI)의 국가별 부패지수 조사,홍콩에 본부를 둔 정치경제리스크컨설팅(PERC)의 아시아 부패지수 조사 등에서 눈에 띄는 상승을 이끌어내 한국 청렴도의 국제적 평가를 제고시켰다는 평이다.
전반적으로 기획력과 추진력,조직 장악력이 뛰어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직무 관련 골프에 대해 충분한 준비없이 금지령을 내리고 공공기관내 동문회와 향우회도 ´혁신 저해 사례´로 금기시해 논란을 빚는 등 "너무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호경 노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