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어릴 적 시골에 살 때는 전기도 없었고 차나 버스도 없었다. 마을 앞에 있는 치도에는
화물차가 하루 한 두대 먼지를 폴폴 날리면서 지나갔다. 짐을 실은 차가 저수지 둑 비탈길을
오를 때는 힘이 없어 끙끙 거리며 슬슬 기어가면 우리는 뛰어가면서 차 뒤를 따랐다. 엔진배기
가스 냄새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내 나이가 여나무 살이었지 싶다.
약 70년이란 무심한 세월이 흐른 지금 세상은 많이도 바뀌었다. 흙담 단칸 초가집은 마흔평
고층 아파트로 바뀌었고 짚내키로 닦던 구린내 나는 통시는 수세식 화장실로, 짚내키는 향기
나는 크리넥스 화장지로 바뀌었다. 자전거도 없었던 집에서 차도 있게 되었고 집을 나서면
버스나 택시 더구나 지하철은 공짜로 탈 수 있다. 게다가 경전철 동해선을 타면 울산까지도 가고
얼마 안 기다리면 부전역에서 마산까지도 갈 수 있을 것이다. 정치만 빼면 참 좋은 세상이다.
어제 외손주 생일(3월15일)이라고 시장에 나가서 굴비 몇마리를 사고 반찬 몇가지를 장만하여
우체국 택배로 부쳤다. 딸내미 가족이 내려 올 때마다 바다 냄새가 나는 생선을 식탁에 올렸더니
맛이 있다고 잘 먹었다. 서울에 올라가서도 외할머니가 해 주시는 생선이 맛이 있다고 몇번이나
들먹였다고 한다.
우체국에 가면 택배상자도 팔지만 우선 집에서 손쉽게 포장을 해야겠기에 아파트 재활용장에
내려가서 스티로폴 상자를 주워 와 그 속에 내용물을 넣고 미리 얼려 놓았던 아이스 팩도 넣었다.
택배상자를 카트에 싣고 500여m 떨어진 우편취급국으로 가서 테이프로 재포장해서 부쳤다.
주소도 내가 쓸 필요가 없었다. 전에 보냈던 기록이 있어 수취인과 발송인 전화번호만 알면 컴퓨터
에서 출력해 붙인다. 요금은 작은 상자 하나에 4500원이다. 영수증도 스마트폰으로 보내준다.
어제 오후에 보낸 택배가 어디쯤 배송되고 있는지 궁금해서 새벽에 컴퓨터로 우체국 택배 배송조회
를 검색했더니 한밤중인 23시17분에 동서울 우편집중국에 도착되었다고 나왔다. 그렇다면 금일중으로
배달될 것으로 보인다. 네살백이 외손주 녀석 생일 이전에 배달되어 외할머니가 보낸 생선을 생일상에서
맛볼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시골 살던 남산양반은 부인이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틀면 물 나오고, 틀면 영화가 나오는 이 좋은 세상 왜 먼저 가느냐고 통곡했었다지...(수도,TV 지칭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