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朝鮮칼럼 The Column
[朝鮮칼럼] 누가 ‘무전공제’를 두려워하는가
장대익 가천대학교 창업대학 석좌교수 · 진화학
입력 2024.02.16. 03:20업데이트 2024.02.16. 08:34
https://www.chosun.com/opinion/chosun_column/2024/02/16/DZIPXH6B6FFSVLQUNZFS3762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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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시절
신학기마다 가출 학생 꼭 나와
대학 무전공제 성공하려면
학제·교과과정 혁신이 먼저
대학의 재정 인센티브 수단이거나
교육부의 대학 통제도 옳지 않아
미래의 일자리 누구도 몰라
학부모의 발상 전환 반드시 필요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 회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무전공·무학과 제도 강제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3/뉴스1
“교수님, 저 최근에 가출했었어요.”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시절, 매년 봄 학기 초에 학생들로부터 심심치 않게 듣던 말이었다. 그들은 왜 집을 뛰쳐나와야 했을까?
교육부는 내년부터 입학 정원의 20% 이상을 ‘무전공’ 전형(이하, ‘무전공제’)으로 선발하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에 전국 대학교의 인문대 학장단은 학과 쏠림 및 기초 학문 위기 심화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수도권 대학 총장단은 교육부 이주호 장관에게 속도 조절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장관의 의지와 교육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무전공제 확대는 학생의 전공 선택권 보장과 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는 것이다.
일단, 대학의 고객인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세상에서 가장 치열한 입시 전쟁을 치른 우리 학생들은 자신이 어떤 공부를 왜 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볼 겨를도 없었다. 대부분은 그저 성적순으로 정해진 대학과 학과로 쓸려 온 상태다. 무전공제는 기본적으로 입학생이라면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원하는 때에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고객 중심적 서비스다. 학생들의 욕망은 명확하다. 어쨌든 대학 문턱은 넘었으니 이제부터는 우열 경쟁이 아닌 개성이나 다름의 기준으로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택하게 해달라는 것.
그렇다면 전공 쏠림 현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인간은 대개 대세를 따른다. 게다가 자기 인생에서 큰 영향을 주는 부모와 주변 친구들의 조언을 한 귀로 흘리기는 쉽지 않다. 누가 뭐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전공 선택의 다양성을 품은 무전공제를 구현하려면 특별한 ‘교육적 개입’이 있어야 한다. 전공 쏠림은 마치 자유낙하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어서 그것을 막는다는 것은 다른 방향의 힘이 작용함을 의미한다. 그게 바로 교육적 개입이다.
이 대목에서 무전공제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36%의 학생들이 지난 15년 동안 경영·경제학을 선택했다”와 같은 비판 기사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왜냐하면 그 내부를 잘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완전히 다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 정도로 쏠림을 막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 별 고민 없이 대세를 따르려는 학생들에게 굳이 도전적 질문을 던지며 자신만의 선택을 할 수 있게끔 밀착 지도를 했으니까 그나마 얻을 수 있는 다양성이라 해야 옳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세상에 얼마나 다양하고 흥미로운 지식의 세계가 있는지도 펼쳐 보여야 했다.
획일적이고 수동적인 학생들에게 다양성을 가르치고 경험하게 하며 능동적 주체로 성장하게끔 돕는 일은 여간 고단한 게 아니다. 특히 높은 연구 성과를 최우선적으로 요구받는 현 대학 사회에서 이런 교육의 비전과 실천은 인기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적 입력이 없이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권만 보장하는 식의 무전공제는 전공 양극화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지난 15년간 국내의 대다수 자유(율)전공학부와 광역(계열)모집 전형이 겪은 실패의 길이었다. 실제로 학생 전원이 경영학을 선택하는 바람에 결국 자유전공학부 자체를 폐지해버린 대학도 있었고, 광역 모집을 시행했다가 극심한 전공 쏠림을 경험하고는 몇 해 만에 다시 학과별 모집으로 돌아선 대학들도 있다. 따라서 무전공제 확대 비율보다 더 본질적인 물음은 무전공제의 기대 효과를 얻기 위해 대학이 구체적으로 어떤 학제 및 교과 과정을 혁신할까이다. 그리고 결국 그 실행을 담당해야 하는 교직원들을 어떻게 동기부여를 할 것인가이다.
무전공제의 성공적 확대를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도 작지 않다. 부모는 여전히 자신의 시대에 가장 잘 나가던 전공을 최고로 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의 인기 전공이 불과 10년 만에 시들해질 수 있는 게 세상의 변화 속도이다. 그러니 학생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자. 그들은 봤지만 부모는 모르는 세계가 있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잘 준비된 무전공제는 국내 대학 사회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 이것은 어쩌면 요지부동의 대학 서열과 계층화된 학과 서열의 공고한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무전공제가 정착되면 학생들은 적어도 자기 대학에 들어온 친구들은 능력 면에서 자신과 다를 바 없으며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이 확장되어 각 대학의 울타리를 넘는다면 더 많은 학생이 서로를 존중하고 교류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대학은 무전공제를 재정적 인센티브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반대로 교육부는 그것을 대학에 대한 통제 전략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대학과 학생의 미래를 위한 좋은 혁신의 씨앗이 되게끔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부모의 생각 전환도 필요하다.
전공 선택 때문에 가출한 학생들을 향한 내 첫마디는 늘 이것이었다. “멋지다!”
libedu
2024.02.16 07:48:04
공고한 전공, 학과를 그대로 두고 무전공 제도로 간다는게 순서가 바뀌었지. 그러니 기존 학과, 전공을 철옹성으로 만들어 그 속에 웅크리고 있던 교수들이 호도독 반대하는거지. 학생들의 전공을 제물로 삼아 기존 빨대를 붙잡고 부들부들대는거지. 학부과정은 대학-학과자체를 없애고 100% 자유학예, 전공은 대학원 과정에서. 이게 바로 미국 고등교육의 성공 공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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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현
2024.02.16 07:41:04
SKY 중 한 대학의 경영학과 재학생이 1년에 450~500명이었다. 법대가 없는데 우수한 학생들이 다음 학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거지 경영경제 선택한 것이 무슨 잘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