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직장(딸기탐탐) 24-31, 7번비밀항우스풀뽑고쓰렀습니다
딸기탐탐에 출근하면 3번 비닐하우스 앞에서 시작한다.
전성훈 씨가 처음 출근해 바구니를 씻던 수돗가 앞이 3번 비닐하우스인데,
일이 끝나면 수돗가 빨랫줄에 목장갑을 널어 두고 퇴근한다.
그러니 출근하면 거기서 목장갑을 걷는 것으로 하루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3번 비닐하우스 오른쪽이 4번, 4번 오른쪽이 5번… 하는 식으로 비닐하우스 몇 동이 나란히 있다.
오늘 전성훈 씨는 7번에서 일했다.
빗자루와 쓰레받기, 흙 담는 통을 챙겨 들어간다.
한쪽에 자리를 잡고 시작하려니 잡초가 눈에 들어온다.
일찍이 바닥 쓸 때 잡초도 뽑으면 좋겠다고 김혜진 대표님이 일러 주었다.
처음에는 한 칸씩 쓸어 가면서 뽑았는데, 그러자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빗자루를 손에 쥐었다 놓았다 해야 해서 번거로웠다.
그래서 방법을 궁리했다.
오늘은 한 줄 쓰는 것을 미루고 한 동 전체 바닥에 난 잡초를 뽑기로 했다.
전성훈 씨에게 빗자루와 쓰레받기는 원래 있던 데 두고 풀부터 뽑자고 했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잡초만 뽑는 일이 처음이라 그런지 전성훈 씨가 어색해했다.
‘바닥을 청소하는 데 도구가 필요하다’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계속 빗자루를 챙기려 했다.
“성훈 씨, 여기 풀 있죠? 잡초요. 이 잡초 먼저 뽑으면 어떨까요?
제가 통 들고 따라갈 테니까 성훈 씨가 한 바퀴 돌면서 이렇게 보이는 잡초 뽑아 주세요.
이렇게, 이렇게요.”
눈앞에 보이는 것 하나를 뽑고 흙 모으는 통에 담으며 말했다.
전보다 명확하게 이해하는 듯했다.
통을 들고 전성훈 씨를 따르며 앞에서 놓치고 지나간 잡초를 마저 뽑았다.
느리다고 생각했는지 나중에는 통을 가지고 가더니 자기 옆에 두고 이동하며 일했다.
그러다 무게를 줄이는 게 좋겠다고 여겼는지 통은 입구에 두고 비닐만 챙겼다.
확신하지 못한 채 추측하고 짐작하는 건 전성훈 씨 생각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떤 뜻인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함께하다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퇴근길, 김혜진 대표님에게 보낼 메시지를 쓴다.
옆에서 내용을 알리고 전성훈 씨가 입력한다.
‘퇴근합니다’, ‘퇴근하겠습니다’, ‘퇴근해 보겠습니다’, ‘가 보겠습니다’ 같이
의미는 같지만 다르게 할 수 있는 말 여러 개를 제안하면 그 가운데 하나를 전성훈 씨가 선택해 입력한다.
띄어 쓰지 않아도, 맞춤법에 오류가 있어도, 다른 문장이 자연스러워 보여도 애써 고치지 않는다.
전성훈 씨가 고르고 입력한 문장 너머 담긴 뜻을 생각하는 까닭이다.
‘대표님안녕하세요’, ‘성훈출근했습니다’, ‘7번비밀항우스풀뽑고쓰렀습니다’, ‘퇴근해복겠습니다’.
출근해서 퇴근하기까지 네 개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돌아온 김혜진 대표님의 답장 하나.
‘성훈 씨,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요. 고마워요.’
2024년 11월 19일 화요일, 정진호
성훈 씨의 일이 여러 가지네요. 희한하게 그 많은 종류의 일을 성훈 씨가 다 잘 감당하고요. 감사합니다. 성훈 씨가 할 만한 일을 고려해 주시는 농장 대표님과 성훈 씨가 할 수 있는 것 헤아리며 살피고 거드는 정진호 선생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성훈 씨의 의지와 능력도!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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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명확하게 이해'하신 후에는 점점 편한 방법을 찾으시네요. 일하는 지혜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퇴근 인사하시며 전성훈 씨 무척 뿌듯하셨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