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의 위치..

[20세기 소년]

일하면서 어떻게든 사람과의 관계는 쌓입니다. 외주자들과의 만남. 직장 동료들과의 만남. 때로는 그들에게 야박하게 굴기도 하면서 속쓰라려 하기도 하고. 아무 계산없이 마음을 열어 주고 함께했던 사람이, 그는 내 행동을 관찰하고 그에 따라 계산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씁쓸하기도 하고...

정말 힘든 것은 사람이 마음이 아닌 일과 이익을 가늠하면서 사람을 만나야 하고 협상해야 하고 계산해야 한다는 것을. 그것이 쌓이면 참 못 견디게 속상해진다는 것을.

물론 일하는거는 가끔씩 즐겁지만...

그러나
 
관리자의 위치라는 것은, 사람을 관리한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미숙한 내게 가끔은 참으로 싫은 일입니다...

슬럼프는 그 슬럼프를 의식하는 순간 슬럼프에 빠진다고 합니다. 슬럼프에 빠진 야구선수는 투수가 던진 공이 탁구공처럼 조그맣게 보인다고 합니다.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선 연습밖에 없다고도 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어떤 계기가 오면 그것을 벗어나게 된다고 합니다. 전혀 엉뚱한 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찾아올 때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타격의 슬럼프이지만 수비연습이라도 죽으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긴 지금의 상황을 특별한 이유도 없이 찾아오는 슬럼프에 빗대기엔 좀 무리가 있습니다만....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길버트(조니 뎁)는 희망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 사방이 꽉 막힌 인생을 가쁜 숨 몰아쉬며 살아갑니다. 길버트에게는 삶의 무거운 책임감, 부담감만 존재하지 그가 누릴수 있는 삶의 권리는 작은 것 조차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런 답답함을 어디다 쏟아놓을 곳도 없습니다. (이런 삶을 극중 길버트는 ‘음악없이 춤추는 생활’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자동차가 고장나 마을에 머무르게 된 캠핑족 소녀 베키(줄리엣 루이스)가 그의 앞에 나타납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하지만 다시한번 주어진 삶의 무게에 무릎을 꿇어 버립니다.

계기는 엉뚱하게도 혼자서는 걸음조차 걷지 못하는 거구,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찾아옵니다. 어머니의 시체를 집안에 둔채 낡은 집을 불태우고 다시 찾아온 캠핑족 베키를 따라 정신지체아 동생 어니(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데리고 미지의 세계로 떠납니다.

............................그리고 모든 것에서 벗어납니다..

일본에 가기전인 7일안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예상할수 없지만 모든 것들이 엉켜있는 복잡한 서울을 잠시 떠났다가 돌아오면 다시 그 모든 것들과 당당히 맞서 싸울수 있는 전투력이 생겨나 있기를 기대합니다. 몇발짝 뒤에서 관조할수 있는 여유와 얼음물에 시원하게 세수를 한 듯 신선한 신심으로 그 지리멸렬함 따위는 기억조차 없게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잔뜩 실타래처럼 엉켜있을때는 당연한 얘기지만 두가지의 대응방법이 있습니다. 더욱 더 전투력을 발휘해서 덤벼드는 경우와 잠시 손을 놓고 그것을 잊어버린 다음 다시 차근차근 접근하는 것입니다. 여전히 정신지체아 어니는 책임져야할 굴레로 남지만 캠핑족 베키가 찾아와 준다면 그 정도의 무게는 감당해 내기에 충분한 삶의 긴장일 뿐입니다. 상당히 민망한 푸념 잠시 늘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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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음악 틀어놓을께요..

사유의 목소리를 가진 Thomas Edward Yorke.

그의 고요한 읊조림이 그저 좋다.

늘 여운을 주며 깊이를 느끼게 만드는 심연의 whistle....

여기에 무엇을 더 바라리요?

그저 차분하게 앉아 그의 음색에 빨려 들어갈뿐.

A heart that's full up like a landfill,
a job that slowly kills you,
bruises that won't heal.
You look so tired-unhappy,
bring down the government,
they don't, they don't speak for us.
I'll take a quiet life,
a handshake of carbon monoxide,
with no alarms and no surprises,
no alarms and no surprises,
no alarms and no surprises,
Silent silence.
This is my final fit,
my final bellyache,
with no alarms and no surprises,
no alarms and no surprises,
no alarms and no surprises please.
Such a pretty house
and such a pretty garden.
No alarms and no surprises,
no alarms and no surprises,
no alarms and no surprises please..

 

내 마음은 마치 쓰레기 매립지처럼 꽉 차 있어요,
일자리란 것은 당신을 서서히 죽이고 있고,
마음의 상처는 치유될 수 없어요

당신은 무척 지치고 불행해 보여요,
국가는 당신을 실망시키죠,
그들은 할 수 없어요,
우리를 위해 말해줄 수 없어요


난 조용한 삶을 갖을 거예요,
냄새도,형체도 없는 기체와 조용히 손 잡아요..


공포도, 놀라움도 없이,
공포도, 놀라움도 없이,
공포도,, 놀라움도 없이....


조용한 침묵


이것이 내 마지막 발작이 될거예요,
내 마지막 불평이 되겠죠


공포도, 놀라움도 없이,
공포도, 놀라움도 없이,
공포도 놀라움도 없게 해줘요.


그렇게 예쁜 집에서, 그리고 그렇게 예쁜 정원에서..

공포도 놀라움도 없이,
공포도, 놀라움도 없이,,
제발 공포도, 놀라움도 없게 해줘요

그리고 언젠가 이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네요...

다시 한번 그들의 3집 ok computer 같은 음악을 다시 들고 나왔으면 좋겠네요..

외로운 사람들을 치유하거나 아님 더 심화시키는 그들의 음악을 다시 들어보고 싶네요..

[피아노의숲]

공감이 가는 글...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