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베트남 이름 쯔엉
요즘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한 강원FC는 새 외국인 선수로 베트남 출신 쯔엉의 영입을 공식 발표해 화제다. 베트남으로서는 K리그에서의 그는 EPL축구에서의 박지성이나 손흥민 같은 존재다. 그는 지난 시즌 인천으로 임대돼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었다. 베트남에 자동차 공장이 있는 전북 현대도 마케팅 효과를 노리고 쯔엉을 영입하려 했지만, 출전 기회를 주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 영입을 포기했다. 하지만 강원은 베트남 최고 축구스타 중 한 명인 쯔엉에 많은 출전 기회를 보장해 경기력과 함께 상당한 마케팅 효과도 기대한다는 구상이다.
그의 영입은 여러 가지 포석이 있다. 강원은 쯔엉의 영입을 통해 베트남 축구팬의 강원도 방문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통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연고지 강원도의 관광 활성화를 최우선 효과로 제시했다. 쯔엉의 활약, 그리고 이를 보러오는 베트남 축구팬의 증가를 통한 국내 기업의 홍보 효과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베트남과 FTA도 발효된 만큼 두 나라의 무역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며 강원을 홍보창구로 활용할 경우 구단 수익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강원은 경기장 내 LED 광고판을 설치해 스폰서의 광고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강원도 내 외국인주민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주도하는 베트남 출신 주민의 문화적 이질감 해소를 돕는 역할도 쯔엉에 맡겨질 전망이다. 강원도 내 베트남인의 수는 2011년 3258명에서 2015년 6153명까지 크게 늘었다. 이런 효과는 결국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강원의 생각이다. 강원은 쯔엉의 이적 후 페이스 북에 베트남 팬의 방문이 크게 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런 반응이 베트남 내 강원뿐 아니라 K리그와 한국을 향한 관심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에 와보고 싶어 하는 나라 1순위는 베트남 사람들이고 이어서 태국이 차지를 했다.
강원은 베트남 대사관에서 쯔엉의 입단식을 개최할 정도니 사뭇 기대가 큰 모양이다. 강원이 특정 선수의 입단식을 여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강원은 올겨울 정조국, 이근호 등 톱 클래스급 선수들을 싹쓸이했지만, 따로 입단식을 열진 않았었다. 쯔엉은 최근 베트남 축구협회가 주관하는 시상식에서 49.1%의 득표율로 최고 인기 선수상을 받은 선수이니 베트남의 입장에서는 그런 대접은 우리가 박지성이 영국에서 그렇게 대접 받기를 바라듯 많은 자국 적 긍지가 되지 않겠는가 싶기도 하다.
베트남의 르엉 쑤언 쯔엉 축구선수. 그런데 나는 쯔엉이라는 이름으로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도 된다. 세상은 달리지고 있으며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영원한 적도 없으며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그런 격 넘치는 제법 차원 높은 의미까지 곁들여 해보는 터다. 축구를 말하다 느닷없이 적과 동지를 들먹이다니. 그러기에 몇 번 이글을 쓸까 말까 망설이기도 했다. 날로 증대되는 따사로운 햇살에 괜한 흠집을 내는 것도 같아서다.
앞서 남베트남 사이공이 함락되었을 때 한국 대사관 직원 몇몇은 미처 베트남을 빠져 나오지 못했었고 그 대표적인 사람이 이대용 공사라고 말했었다. 그들이 잔류한 후의 상황을 말하자면 이렇다. 당시 사이공의 마제스틱 호텔은 북한 공작원 3명이 503호와 504호에 자리를 잡고 상주하는 곳이었는데 북한에 포섭되어 활동하는 사람도 있어서 우려한 상황은 바로 발생되었다. 한국 교민의 동향을 밀고 받은 북한 공작원들은 이 정보를 월남 비밀경찰인 안닝 노이찡에 넘겼다.
안닝 노이찡의 세 명의 담당들, 광대뼈 키다리 튀기 등의 세 명은 북한 공작원들에게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국인 교민들을 들볶았다. 말이 들볶은 것이지 당사자들에게는 목숨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공포 분위기가 매일 같이 계속 되었는데 말을 듣지 않으면 즉결 재판과 즉결 처형을 하겠다는 위협은 버티기 힘든 정신적 고문이었다. 교민들을 집중 취조했던 공산 월남 요원들은 먼저 안희완, 서병호씨를 체포하였고 뒤이어 면밀한 수사 끝에 1975년 10월 3일 이대용 장군도 마침내 체포하였는데 안희완, 서병호씨 등이 이미 수감되어 있던 치화 형무소로 끌려가서 구금되었다.
찌하 형무소에 들어갔었던 그 외 한국인들이 몇 명 있었지만 그들은 얼마 후에 모두 석방되어 한국으로 돌아갔고 이대용 장군 등 한국 외교관들은 베트남에 반대 행위를 했다는 죄목으로 재판도 없이 갇혀버렸다. 형을 선고 한 뒤에도 안닝 노이찡의 광대뼈 일당은 쉬지 않고 이대용 장군을 압박하며 북한 망명 신청서나 협조 동의서에 싸인 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하지만 이대용 공사는 막무가내 협박에 끝까지 저항하여 안닝 노이찡 정보요원들이 고개를 흔들며 포기하게 만들었다. 이대용 장군이 완강한 것을 알게 된 북한 대사관의 요원들은 이 장군을 면담하는 것조차 포기하고 평양에 이를 보고했었다. 그런 이대용 장군은 앞서 돌아온 당시의 비화를 소개한 바와 같이 월남 억류 5년간의 세월을 마치고 꿈에 그리던 고국에 돌아 왔다.
그리고 세월이 더 흘러 2002년에 놀랄 일이 발생했다. 광대뼈, 키다리와 함께 3인조 월남 비밀경찰의 한명으로 이대용 장군과 교민들을 괴롭혔던 한국어의 달인 튀기 쯔엉이 주한 대사가 되어 한국에 온 것이다. 참 이런 기구한 운명의 장난이 있을까. 어제의 적이 오늘은 친선외교의 주역이 되어 한국을 찾아 온 것이다. 그런 쯔엉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원래 베트남 성씨는 특별나기는 한데 그래서 쯔엉도 그럴 테지만 지금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을 지키는 국가주석은 ‘쯔엉 떤 상’ 이란 분인데 우리의 경제인들과 자주 만나고 경제협력은 나날이 증대되고 있으며 한류 열풍 또한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것이다.
2017년을 관통하는 현재, 중국의 경제성장이 어느 단계에 도달하고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등 국력 수준이 커지면서 중국은 이제는 미국과 맞장 뜨려고 하고 있다. 일대일로 등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동맹, 기축통화 가입 등의 정책을 통해 이제는 패권 국가로의 야심을 숨기고 있지 않다. 다른 한편으로는 남중국해 영토 분쟁 등 제국주의적 침략 본성도 이제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은 본격적으로 중국 견제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일본 한국 필리핀 베트남을 엮어 중국을 견제하는 벨트를 만들고 있다. 미국과 베트남간의 관세 및 일반 세율에 대한 협상이 완전 타결되면 중국은 그야말로 쌍코피가 터질 상황이다. 미국의 '포위전략'과 중국의 '진주목걸이 전략' 어느 것이 더 승산이 있을까.
미국의 우방으로서 월남을 향했던 우리, 그 바람에 돈도 벌고 경제 개발도 가능했던 우리다. 쯔엉의 변천사가 마치 한국과 베트남 관계인 것 같이만 느껴진다. 베트남이 쯔엉의 의식으로 살고 우리가 또 이를 달게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그런 베트남의 의식을 존중한다. 요즘 한국의 위치가 참 교묘하고 애매하며 좌불안석으로 앞으로의 향방이 사뭇 걱정된다. 지금의 한국을 사람들은 명과 청 조선의 관계로 대비하여 보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소현 세자나 광해군을 그런 점에서 달리 생각하고도 있다.
어찌 선택을 할지 쉽지 않겠지만 내가 축구를 민족주의적 관점으로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듯 우리의 길도 이를 우선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축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베트남의 박지성!! 쯔엉 선수 파이팅!!! 강원 FC도 파이팅이다. 그리고 어제를 잊고 오늘을 즐겁게 맞는 베트남도 화이팅이다. 그들 덕분에 우리 농촌에서도 나날이 즐거움이 늘고 있다. (2017 1 25 여행을 떠나기 전.)
Down By The Sally Garden - Mary Du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