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가 없는 피아니스트"
그녀가 처음 피아노를 만나게 된 것은
장애인인 부모님의 고민 때문이었다.
'장애인의 아이'라는 이유로
왕따라도 당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다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던 그녀의 부모님은
자신들은 밥을 굶을지라도
딸을 피아노 학원에 보내기로 했다.
6살의 그녀는
난생 처음 보는 커다란 악기에 푹 빠져 버렸다.
학원에서 몇 시간을 연습하고 집에 와서는
피아노가 없으니까 종이 위에 건반을 그려놓고
'음~음~음' 콧노래를 불러가며 종이를 두드렸다.
피아노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 졌다.
나가는 콩쿠르마다 상을 휩쓸었고,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선화음악콩쿠르에서 대상을 차지해
서울의 명문 예술중학교인
선화예술중학교에 우선 입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렇지만 어려운 집안형편으로는
도저히 학비를 충당할 수 없어
입학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웃으며 괜찮다 말했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그저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일반 중학교에 진학 한 뒤,
낮에는 학교 공부를 하고
밤에는 학원과 교회를 돌아다니며
피아노를 쳤다.
코피까지 쏟아가며 열심히였던 그녀에게
오래 지나지 않아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2009년 4월에
아르투르 루빈슈타인 국제청소년콩쿠르에서
공동 1위를 했고
4개월 뒤에는
복지단체와 음악협회에서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예술 교육의 기회를
마련해주자는 취지로 마련한 콩쿠르에서
당당히 대상을 차지했다.
대상 수상자인 그녀에게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교수님에게
피아노를 배울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3년 뒤인 2012년에
독일에서 열린
에틀링겐 국제 청소년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문지영의 상상력은
17세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워요."
그녀의 연주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한결같이 놀랍다는 것이었다.
"저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저는 독해요.
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면
굉장히 집착해서 이루는
독기를 품고 있는 거 같아요.
겉으로 기교 있고 화려한 피아니스트 보다는
제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담아내는 진실된 음악,
제가 온전히 묻어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그런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제대로 된 피아노 조차 갖지 못했던 그녀가
이제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피아노를 향한 그녀의 열정 앞에서는
어려웠던 가정환경, 낡은 피아노,
그 어떤 것도 결코 장애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