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는 늘 만남보다 이별을 떠 올리게 한다.
바다는 그 를 대하고 서 있는 사람에게 한 번도 가보지도 않고 알 수도 없는 그 어딘
가를 꿈꾸게 만든다.
이제 바다의 강제가 더 이상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다.
서해를 가로 질러 발해만을 향해 떠나야할 일정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강제 개항으로 열린 개항의 상징적인 항구
멕시코 선인장 농원으로 우리네 민초들을 떠나보냈던 항구
하와이 사탕수수농원으로 가장 진취적인 조상들을 떠나보냈던 항구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결혼할 조선 처녀들을 모아 떠나보냈던 항구
쌍고동이 울어대던 이별의 인천항구
중국과의 교통에서 가장 중요한 해로였던 당진과 화성을 이웃하여 21세기 대중국교역량
의 상당수를 취급하는 신중국교통로 인천항을 출발하여 떠나는 역사로의 여정이 기다리
는 인천항에서 바라보는 서해는 더 이상 꿈을 접으라고 강제하는 바다가 아니라 어서
오시라 편안한 여정을 빌어주마 기원하는 어머니의 포근한 바다이다.
배가 항구를 떠나자 수큐류가 뒤집어 놓은 바다속 갈 길 잃은 물고기를 잡고자 함인지 어디선가 갈매기 떼가 배를 뒤 쫓아 날아온다.
미리 준비한 새우깡을 날리며 그들이 보이는 묘기에 환호한다.
이미 그들도 새우 맛을 내는 새우깡 스낵에 길들여져 아 주 열심히 날개짓 하며 날아 오른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 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가? 뒤에 올 누군가는 아마도 갈매기들이 그들의 야생성을 잃고 관광객의 새우깡에 목을 매다는 것을 통탄하겠지 오늘의 나는 보지 못하고.....
배는 바다에 곧 지워질 흔적을 남기고 뭍에서 점점 멀어진다.
갈매기들도 자신의 비행거리를 벗어났는지 한 순간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렇게 우리도 뭍에서 점점 멀어지고, 멀어질수록 여정에 대한 꿈은 깊어간다.
해가 서해로 지면서 가져간 붉은 색으로 사위는 어둠속에서 청색을 돋보이게 한다.
일제에 의해 강제 개항된 인천. 서울의 관문이라는 그 이유 하나로 한국 최초라는 개항 문물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데 저 멀리 보이는 팔미도 등대도 한국 최초의 서양식 등대이다.
서해에서 뜨는 일출을 보려고 아침 일찍 일어났다.
서해에서 뜨는 해라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서해에도 동쪽은 있으니 해가 서쪽에서 뜬다는 착각은 하지 마시라.
. 일출을 보는 즐거움은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장엄함이나 경건함 새 생명의 탄생과 같은 감동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나는 해 뜨기 전 해를 기다리는 삼사십 여분의 시간 동안 동쪽하늘을 바라보며 자신을 온전히 자연 속에 던져 넣는 몰입의 시간이 좋다.
언제 우리가 살면서 자연을 이렇게 지극정성을 가지고 바라본 적이 있는가?
자신의 존재감조차 잊어버린 채 오롯이 다른 것을 기다려 본 적이 있는가?
동쪽하늘에 떠 있는 구름들은 많은 모양으로 스스로를 변화시키면서 해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준다.
순간 비천상의 천의를 보이기도 하고 고분벽화의 용과 기린의 모양도 보여준다.
우리가 찾아가는 고구려의 사람들도 똑같이 하늘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지금 보는 이 하늘이 혹시 고구려의 그 사람이 보던 바로 그 하늘이 아닐까?
자연에 가까운 세상에 살면서 잃지 않은 순수의 그 마음과 그 눈이 바라본 하늘의 구름이 비천문양의 원천은 아닐까?
용은 봉황은 그들의 몸에서 나오는 신묘한 기운을 표현한 무늬들은 모두다 하늘민족의 후예인 그들이 바라보았을 저 하늘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구름이 보여주는 여러 형상들을 보면서 수많은 상념이 지나간다. 어쩌면 우리가 찾아가려는 고구려는 집안이나 환인 단동, 백두산이 아닌 바로 우리 마음속에 이미 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늘은 솟아 오르는 태양이 신새벽의 푸르름을 밀어내고 바알갛게 물들이고 있다.
저색 저 붉은 색은 어디서 보았는데?
아! 강서대묘의 사신도를 물들였던 그 발간색
도착시간이 가까워 오자 동쪽으로 북한 신의주의 육지인지 섬인지 모를 땅들이 보이고 저 멀리 압록강의 하구처럼 보이는 곳에서 황토 섞인 강물이 바닷물과 확연히 구분 지으며 흘러들고 있다. 우리가 갈 압록강 주변지역에 엄청난 비가 내렸다더니 그 영향인가 보다.
배를 동항에 접안시키기 위한 도선(pilot)이 배 가까이로 다가 오더니 배에 밧줄을 묶고 뒤에서 서서히 민다.
배에 접근한 중국 공안의 절도 있는 모습을 보니 이곳이 중국임이 새삼 실감난다.
접안부두에서 통관 사무실까지 왕래하는 셔틀버스를 기다리면서 따이공들이 엄청 큰 짐을 바퀴달린 수레에 싣고 묘기 부리듯 계단으로 내리는 것을 보면서 경탄과 염려의 마음이 인다.
자신들의 몸무게 보다 몇 배나 무거울 것 같은 짐을 때론 둘이서 때론 셋이서 계단을 통해 내리는 것이 정말 위험해 보인다. 한순간의 실수가 있다면 바로 큰 부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것 같다. 그들이 무사히 짐을 내렸을 때 안도의 한숨과 박수를 치고 싶은 마음이 일지만 그들이 하는 것은 야구나 축구가 아닌 생활이기에 자기 삶이 남에게 구경거리가 되었다는 모욕으로 느낄 것 같아 참는다.
내 삶도 누군가에겐 위태로운 외줄을 타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
입국심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데 자꾸 다른 여행사의 단체 여행객들이 새치기를 한다.
그들 중 일부가 먼저 와 있었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끼어드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짜증이 치민다. 그 중 두 놈은 어제 저녁 식당에서도 새치기를 한 인간이다. 에이 인간 말종 같으니라고
입국심사를 끝내고 밖으로 나가니 해가 엄청 따갑다. 하늘이 쨍하고 맑은 게 우리 여행에서 날씨 때문에 아쉬울 것 없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동안 내린 폭우가 이곳의 구름을 모두 몰고 다른 곳으로 갔나 보다. 제발 여행을 마칠 때 까지 이런 날씨가 계속 되었으면 좋을 텐데.
첫댓글 ^^* 역시.. 서두 부터 깊은 감동이 밀려드는 글입니다.. 전 무엇을 보고 느꼈었는지... 아무래도 이번 여행후기는 청한님 후기를 보면서 감탄사 뽑는것으로 대신해야할듯........ 참 좋네요~ ^^ 주현이와 함께 많이 행복하셨을듯...
청아님....끓는 저 라면좀먹고 다시올께요~~~~^^*
ㅎㅎㅎ 그 새치기들 청한님을 괴롭혔군요~인간말종같으니라고...ㅎㅎ 재밌어요~~//그들이 무사히 내렸을때..박수라도치고싶은마음...모욕으로....참는다. 내 삶도 누군가에겐 위태로운 외줄을 타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저..이말 따라하고싶네요. 좋은말 배우고갑니다. 땡큐~입니다.~~^^*
아.........넘..좋으네요......와.....청한님과 같이 가게 된걸 다시한번 감사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알찬 여행도 하고 좋은 글도 읽고 ... 고맙습니다
다시금 곱씹어 가며 읽어내린 청한님의 글...휴~ 호흡좀 정리하겠습니다. 제대로 하늘 보기를 가르쳐주신 청한님~ 고맙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후기를 위해 감정을 아끼겠습니다^^
서서히 따라 나서고 있습니다~..역시..안 가길 잘했습니다~~ㅎㅎ (배아픔을 위로 하느라~ㅎ) 계속 여행이 결국은 객관적인 삶 바라보기 임을 증명해 보여주세요~~~ ㅎㅎ
멋진 글 재주에 바탕이 깔려 있는 깊이 있는 지식의 셈은 어디서 어떻게 솟아나는 것인지....정말 부럽습니다.
청한님의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계속 기대할게요~^^
하늘의 구름 읽기...時空間을 초월한 자연의 언어로 소통하기. 어쩌면...저 머나먼 곳에 있는 나의 前生과 내가 구름 하나를 마주하고 미소 띄고 있을지도 모르겠죠? 청한님 덕분에 답사내내 '구름읽기'로 즐거웠답니다. 물론 대협곡에서의 '바위이름주기'도^^b
아주 감동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자꾸 압록강쪽의 북한 동포들의 모습들이 이런 글을 읽을 땐 자꾸 내 내리에서 떠나질 않는 군요. 하루 속히 통일을 기원하면서 아주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