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독삼(毒蔘)'
[국제신문]2004/02/10 22:43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간된 ‘조선각서(朝鮮覺書)’에는 우리의 인삼을 “이 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색다른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대마도주(對馬島主)가 조선 인삼을 현지가의 4배나 되는 가격으로 일본에 넘긴다고 적은 것은 그 만큼 이름값을 하는 영물임을 인정한 것이다. 한국을 중세 유럽에 소개한 문헌에는 인삼이 빠진 적이 없다.
우리 인삼은 당나라 문헌인 ‘명의별록주(名醫別錄注)’에서도 그 효험을 인정하고 있다. 또 백제에서 나는 인삼이 상품(上品)이라고 했다. 같은 시대의 ‘본초몽전(本草夢全)’에서도 고려삼을 최고의 영약이라고 적었다.
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지금 세계 인삼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과 미국이다. 거래 인삼의 90%가 이 두 나라에서 재배된 것이고 우리 인삼 점유율은 고작 3~4%에 불과하다. 재래의 재배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우리 인삼의 질이 갑자기 떨어질 리가 만무한데 뭣을 잘못해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값싼 인삼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 인삼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던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 관영 CCTV가 국가질량검사총국 발표를 인용해 중국 인삼의 주산지인 지린·랴오닝성 인삼 생산업체의 제품을 표본 조사한 결과 맹독성 농약성분이 다량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검출된 맹독성 농약성분의 함량이 그들의 기준으로도 4배나 초과한 것이라고 한다. 또 성장촉진제를 과다 사용해 일부는 인삼 특유의 성분이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이는 인삼이 아니라 ‘독삼(毒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세계 인삼시장 규모는 200억 달러에 이른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로서는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서 중국 미국 인삼이 어떻게 터주 인삼 위에 ‘군림’하게 됐는지 그 원인을 찾아 실추된 고려인삼의 명예회복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