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사람 향기 -
권다품(영철)
우리는 벌이나 나비를 통해서, 우리 인간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솔로몬을 찾아온 어느 여왕이 눈으로는 도저히 구별이 힘든 조화와 생화를 구별할 수 있겠느냐며, 솔로몬을 시험했답니다.
솔로몬은 벌 몇 마리로 간단하게 해결했다고 합니다.
솔로몬은 향기가 없고 꿀이 없는 꽃에는 벌이 찾지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요.
이 예는 솔로몬의 지혜를 말하고자 든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사람에게는 꽃의 향기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사람도 겉모습로만으로는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를 것입니다.
겉모습이 잘생기고 예쁘긴 하지만, 조화처럼 사람의 향기가 없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그 예쁘고 잘생긴 외모로서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이기심을 숨기고, 또는 자기 욕심을 위해 남을 해꼬지 하려는 마음을 감추고 사는 사람은 없을까요?
비록 세상이 험하긴 하지만, 따뜻하고 행복한 마음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 아직 많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예쁘고 화려한 꽃이라도 조화에는 향기가 없어서 벌 나비가 찾지 않듯이, 아무리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라도 사람 냄새가 없는 사람이라면 결국 외롭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데, 마음에 사랑이 담긴 사람이라면, 꽃 향기같은 사랑이 사람을 부르고, 그 따뜻한 마음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 아닐까요?
세상에는 온갖 사람들이 많다지요.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자기 위주로 사는 사람이라면,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설사 온다고 해도 사랑이 없고 따뜻한 마음이 없다는 걸 알게 되면 금방 떠나지 않을까요?
나는 어릴 때 시골 산골마을에서 살았습니다.
옛날에는 정들이 도타워서, 집에 친척들이나 손님이 오셨는데, 하룻밤이라도 자고 가지 않으면, 혹시 덕이 없어서 그런가 싶어서 엄청 서운하게 생각했지요.
그래서 옛날에는 "가야 된다." "안 된다. 그냥 가면 서운해서 안 된다." 며 싸우며, 손님을 붙잡기 위해 짐을 숨기기도 하는 참 아름다운 모습들이 있었지요.
당시만 해도 가난하던 시골이라, 손님이 오면 쌀을 꾸고 돈을 꿔서라도 쌀밥을 하고, 마당에 키우던 닭을 잡아 닭고깃국이라도 끓여서 정성껏 대접을 했을 때지요.
그런데, 가족들의 밥상에는, 항상 먹어오던 보리밥에, 군내 나는 김치에, 된장이나 나물 반찬들 뿐이었습니다.
요령있는 엄마들은 손님 상에 올릴 국을 퍼고는 물 한 바가지를 더 부어서 멀겋긴 하지만 자식들에게도 오랜만에 귀한 고깃국물 맛을 보이기도 했지요.
눈치없던 아이들은, 자기 앞에 있는 꽁보리밥에는 마음에도 없고, 사랑방 손님이 숟가락을 언제 놓느냐에만 관심이 있었지요.
하얀 쌀밥과 갈치 반찬 때문이지요.
손님들은 체면 때문에도 그렇고, 자기 밥상만 바라보고 있는 어린 눈들을 뻔히 아는지라, 그 쌀밥과 생선 반찬과 고깃국을 다 먹지를 못하지요.
손님이 밥과 국을 반 그릇 정도씩만 먹고, 그 귀하고 맛있는 갈치도 맛만 보고는 "아이구, 잘 먹었다."며 숟가락을 놓으며 손님으로서의 예의를 표하면, 주인은 "반찬이 시원찮아서 식사를 그렇게밖에 안 드십니까?" 하면서, 맛있는 반찬을 준비하지 못한 민망함을 표하고....
그리고는 "여기 숭늉 올리라."는 말이 들리면, 우리는 그때부터 바쁘지요.
"쌀밥 얼매나 남았노?"
"칼치는 다 뭇나 봐라."
그때만 해도 "아들 아들" 한던 때라, 엄마는 손님이 남긴 하얀 쌀밥이나 반찬들을 어린 아들들에게만 주시면서, 쌀밥먹고 공부 더 열심히 해라."는 말씀을 잊지 않으셨지요.
하루는 중학교 다니던 형님이 밥상머리에서 조용 조용히 말을 했습니다.
"니 저 할배 밥먹을 때 봤나? 나이가 많아서 밥에 침을 질질 흘리고, 밥찌꺼러기가 허옇게 묻은 그 숟가락으로 국을 휘휘 젖다가 퍼 먹고, 젓가락을 그 더러운 입으로 쭉쭉 빨다가 칼치 찝어 먹는 거?"
나는 그 말을 듣고부터는 손님들이 아무리 쌀밥과 반찬을 남겨도, 더러워서 먹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더럽다고 말했던 형님과 누나들은 손님이 남긴 밥과 생선을 서로 먹으려고 숟가락과 젓가락들이 난리를 칩니다.
그때부터 나는 형님이고 누나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할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지요.
거짓말!
그냥 웃기려고, 장난친다고 하는 거짓말이라면 같이 웃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이익을 위해서,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하는 거짓말이라는 걸 알았다면, 그 사람에게 어떤 기분이 들까요?
누구든지, 설사 피를 나눈 형제라도,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면, 그 사람은 욕심만 있고 사랑은 없는 사람일 것입니다.
"사람이 어찌 그렇게 의심이 많으냐?"고 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의심을 만든 사람이 잘못한 걸까요, 속지않고 피해보지 않으려는 사람이 잘못일까요?
한 번 속고, 두 번 속았으면서도 계속 그 사람에게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은 과연 그 사람을 뭐라고 말할까요?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행복을 위해서 산다고 하지요.
행복의 유형도 각자 다를 수도 있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의 행복을 위해 사는 사람도 있다네요.
나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 때문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진짜 행복을 아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살면서, 내 행복을 위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면 참 행복할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 때문에 행복해 하는 것을 보고, 행복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엄마 아빠가 자신의 노력과 희생으로 자식들을 사랑했을 때, 자식들이 느끼는 행복을 보고, 또, 어떤 이성이 꼭 보상을 바라지않고 사랑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 하는 것을 볼 때 ....
만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사랑을 받을 때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난 산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세상은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 산다고 합니다.
좋은 사람 주위에는 좋은 사람이 모이고, 따뜻한 사람 주위에는 따뜻한 사람들이 모인다고 하지요.
깡패들은 깡패들끼리 모여서 무슨 조직을 만들고, 요즘은 사기꾼들도 혼자 사기를 치기도 하지만, 조직을 만들어서 남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끼리 끼리 논다."는 말이 그런 뜻이 아닐까요?
마음을 보는 사람은 착한 사람을 만날 것이고, 예쁜 여자, 잘생긴 남자의 외모를 보는 사람에게는 아픔이 따를 것 같고....
나는 외모가 아무리 예쁜 여자라도, 눈동자 굴리며 '저 남자 돈이 얼마나 있을까, 저 남자를 만나면 내게 어떤 도움이 될까'를 생각하는 여자가 있다면, 내 성격에는 도저히 그런 여자를 못 만나겠더라고요.
그런 여자들이 나같은 남자를 쪼잔하다고 할 지는 모르겠지만, 설사 그런 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나는 그런 여자한테는 마음이 안 갈 것 같더라고요.
세상이 인간을 그렇게 만들어서 그렇다고요?
인간들이 요렇게 더러운 세상을 만든 건 아니고요?
어이, 그런 인간들아, 쫌 꺼지라. 콱 마.....
2023년 1월 25일 아침 7시 27분 수정
권다품(영철)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