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희야, 정숙아,
서울에서 아구찜 할 때 불르라니까 ,,나도 방학인데.. 맛있엇겟다..침이...
그래도 난 오늘 친구네서 맛있는 저녁 대접을 받았으니 다행이군..
재희야 ,,서울에 왔구나..수고했다. 다음주 정도에 서울에 올줄 알고 전화한번 할려고 했었는데...
이젠 며칠동안 잘 쉬고 2학기 준비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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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얘들아
난 오늘 서울에 올라왔다. 지난 주에 대학원 강의를 무사히 마치고 모든 일을 접어 두고 부랴부랴 서울에 왔다. 왜냐?
오늘은 금강산에 다녀온 그므수기와 재희네 집에 아구찜 먹으러 가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엄청 부러울껄~~
1시에 재희네 집에 가기로 했는데, 내가 청주에서 늦잠을 잔 덕에 (핸드폰 배터리가 닳아서 알람이 울리지 않음), 제 시간에 맞춰 당진에서 출발한 금숙이가 괜한 시간을 많이 기다려야 했지.
막 출발한 버스를 소리쳐 잡아 타고 (반공소녀 목소리만은 살아 있었다!) 많이 기다릴 금숙이와 재희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 서울 터미날에 도착. 재희를 만나기로 한 시간이 조금 넘어서 겨우 금숙이를 만났다.
재희네 집 가는 길을 알아놓으라고 했더니, 수유역까지는 알아서 오라고 했다나... 그 때부터 아구찜을 향한 우리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고, 사실 그렇게 아구찜을 먹기가 어려운 지는 예전에 미처 몰랐다.
누가 여자들이 공간감각력이 떨어진다고 했던가? 예외인지, 아니면 그 연구결과가 잘못된 것인지, 지도를 보는 나를 무색하게 만들만큼 금숙이는 그 뛰어난 방향감각으로 오거리에서도, 로타리에서도 갈 길을 직감으로 찾아 갔다. 서울외곽도로를 이용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는 게 압구정과 종로라 그 복잡한 시내 거리를 모두 다 관통하며 지나가야만 했다. 서울타워도 지나가고 그 옛날 유명하던 신라호텔도 구경하고, 대학로도 들러서 예전의 추억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작은 것에 감탄하며 재미난 여행을 계속했다.
거기까지는 좋았지? 금숙이의 감각에 놀랐고, 나침반까지 준비한 그 수학교육전공자의 철두철미한 성격에 감탄을 금치 못할 무렵, 드디어 여행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의정부가 보고있던 지도에 나오지 않아 도봉구로 가는 길 대신에 하계역으로 가는 길을 잠깐 잘못 탔더니, 그 길이 그렇게 길 줄이야... 하지만 심심하진 않았다. 왜냐? 거기엔 서울드림랜드가 있었기 때문에... 잠깐 들러볼까? 서로 서로가 위로하며 고픈 배를 움켜잡고, 금숙이가 속초에서 사온 딱딱하게 굳은 오징어로 허기를 채우며 내가 좋아하는 놀이공원을 멀리하고 다시 돌아돌아 수유리로 향했다.
우리를 너무 많이 기다렸을 것 같아서 재희에게 전화를 하고, 아구찜이 아니더라도 그 찜 안의 콩나물이라도 남겨달라고 애원하며 강북구청을 행했다. 하지만 우리의 여행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정확히 어느 방향에서 오는 지 제대로 의사소통이 안 된 탓에, 무조건 좌회전을 하라는 재희의 말을 듣고 좌회전을 했는데, 바로 거기서 직진을 했어야 하는 걸... 광산그린부페를 그렇게 열심히 찾은 것 새삼 처음... 정말 기둥 하나는 그린 색이던걸... 마지막 신호등 하나까지 체크하며, 무려 서울터미날에서 출발한지 두 시간 남짓이 되어서 재희네 집에 도착...
마지막도 멋있었다. 재희는 이층 난간에서 우리를 내다 보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 집은 아닐거라며 직진! 끝내 재희의 전화를 받고 다시 후진...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끝이 나고, 그 다음은 약속했던 투루맘을 찾아 수퍼를 전전긍긍... 재희네 집 갈때는 꼭 큰 수퍼에서 미리 투루맘을 사 놓을 것...
좀 화가 났을 법도 한데, 재희는 우리를 기쁘게 맞아 주었다. 고맙게시리. 오히려 감자를 직접 갈았는데, 자꾸 후라이팬에 달라붙는다고 불평만 할 뿐... 4시가 넘은 시각에 오늘 처음으로 곡기를 본 우리들은 맛은 일단 뒤로 하고, 허겁지겁 먹기에 급급... 아구찜도 맛있었고, 잡채도 맛있었고, 감자전도 식으니까 더 맛있었다.
재희야! 금숙이랑 나랑 엄청 고마워 하는 것 알지?
큰 아들 승민이와의 한참 승부도, 젖먹이 둘째 아들 승준이와의 눈맞춤도 우리의 기인 여행을 풍요롭게 했다. 처음에는 한참이나 수줍음을 타던 승민이, 제 아빠가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자 얼마나 활발하게 돌아다니던지... 그리고 끝내 약간의 정이 든 내게 뽀뽀하자고 당당히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재희야! 앞으로 잘 생긴 아들 간수 잘해야 겠다!
6시가 넘어 자리를 뜨려는 우리에게 재희 시아버님은 그렇게 얘기했다. 방학인데 (그러고 보니 우리 모두 그렇고 그런 선생이다!) 하룻밤 자고 재희네 뜯어먹고 가라는 넉넉한 말씀까지! 밖에까지 나와서 헤어짐을 아쉬워 하는 승민이와 승준이를 뒤로 하고, 다시 우리는 깜깜해지기 전에 우리 집에 도착하고자 길을 재촉했다. 오는 길은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나름대로 한번도 헤매지 않고 무사히 도착!
재희는 조금 괴로울지 모르겠으나, 아구찜이 생각나면 재희네 집에 들름도 괜찮을 듯! (강추!) 서울에서만 2시간 남짓 걸린 여행이었지만 꽤 괜찮은 여행이었음을 동기 여러분께 보고 올림. 이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