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일본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있었던 국가였습니다. 바로 1차대전때 영일동맹으로 맺어져
협력해 싸우기도 하였고 사회시스템과 정치제도, 기술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을 주고받은 나라였습니
다. 그러나 2차대전때 영국과 일본은 서로 대적하였고 적대국으로 여겨 철천치 원수로 서로를 국
민들에게 선전하며 싸우기까지한 국가였습니다. 여전히 2차대전당시 일어난 전투들에 대해서는 미궁으로
남아있는 사건들이 많습니다. 진주만공습의 경우 루스벨트가 공격예고를 번번이 무시하였고 일본이 그대
로 밀고들어올 수 있도록 방치까지한 일까지 있었습니다. (지금 전세계의 음모론자들과 회의론자들이 줄
기차게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중 하나입니다.) 아마 영국을 비롯한 연합국들과 일본의 국민들 역시 프리메이슨
의 탐욕에 희생된 처연한 존재들입니다. 아마 전범들중에서도 프리메이슨 비밀결사에 가입된 이들은 그대로
면죄받았고 결사에 가입하지 않은 이들만 그대로 사형에 처해집니다. 마치 영화속의 데이빗 보위와 류이치 사
카모토는 강인하게 보이려하지만 사실은 한 줄기 풀처럼 약한 이들만 그대로 포로,주민,전범으로 희
생당한것은 아닐까요?
아래는 영화의 줄거리입니다. 지루하시더라도 스크롤을 내리며 감상해주시길 바랍니다.
전장의 크리스마스
원제 : Merry Christmas Mr. Lawrence
1983년 일본, 영국 합작
감독 : 오시마 나기사
원작 : 로렌스 반 데어 포스트의 '씨와 씨뿌리는 자'
출연 : 데이비드 보위, 톰 콘티, 사카모토 류이치
기타노 다케시, 잭 톰슨
'교사형' '감각의 제국' 등으로 알려진 일본의 이단아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 1983년에 발표한
'전장의 크리스마스'는 일본과 영국의 합작영화입니다. 따라서 출연배우와 스탭들도 양국에서
골고루 배분되었습니다.
1942년 일본군 주둔지인 자바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본군과 영국군 포로들간의 이야기입니다.
포로수용소를 관리하는 요노이 대위(사카모토 류이치)와 수하의 하라 상사(기타노 다케시)
일본말을 할줄 알며 포로와 일본군의 중재자역할을 하는 로렌스 대령(톰 콘티)과 포로로
잡혀와서 극적으로 사형을 면한 잭 셀리어스 소령(데이비드 보위) 이렇게 4명이 주요
핵심인물입니다.
일본군의 포로수용소에서 생활하는 영국인들, 그들은 괴상한 사무라이 정신으로 무장한
일본군의 동양적 사고방식이 낯설고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포로들의 지휘관인 힉슬리는
이런 일본군의 태도를 우습게 여기며 무시하는 인물입니다. 반면 일본문화를 접했고 일본말을
할 줄 아는 로렌스는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일부분 이해하며 그들과 공생하며 잘 지내려는
인물입니다. 일본군 상사 하라 상사는 이러한 로렌스와 격의없는 친분을 갖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영국군 장교 잭 셀리어스가 붙잡혀서 군사재판을 받습니다. 재판장에서 그를
본 요노이 대위는 처음부터 호감을 느끼고 사형을 당할뻔한 그를 거짓 총살극을 벌여서 살려주고
포로수용소로 데려옵니다. 강직한 군인이자 자신에 대한 주관이 강한 셀리어스 소령은 수용소의
지침에 고분고분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행동하다가 몇 차례 곤욕을 치루는데 이러한
행동은 셀리어스 소령에게 연민을 함께 갖고 있는 요노이 대위와의 갈등으로 치닫습니다.
로렌스의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셀리어스 소령이 등장한 이후 포로수용소에는 불안한 갈등이
몰아치고 로렌스와 셀러스, 요노이, 하라 간의 묘한 관계가 얽히게 됩니다.
데이비드 보위
포로인 로렌스와 일본군 상사 하라는 격의없이
지내는 사이로 로렌스는 일본말을 할 줄 알고 일본의
문화도 이해하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이다.
일본감독 오시마 나기사는 놀라울 정도로 철저한 '중립'을 지키며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대탈주, 콰이강의 다리, 제 17포로수용소 등 미국에서 만든 포로수용소를 소재로 한 수작
영화들이 많이 있지만, 아마도 현실적인 부분에서는 전장의 크리스마스가 가장 적합한
영화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헐리웃의 포로수용소영화와는 달리 낭만적이거나
그런 면이 없고 서로 완전히 다른 문화를 접한 동서양의 사람들이 겪는 이질감과 갈등
차이 등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을 이해못하고 할복자살 같은 야만적 행위를 비웃는 영국군,
반면 장교의 비굴함과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서양문화를 낯설어 하는 일본군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차이,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과 전쟁.
포로수용소에서는 갈등이 벌어질 수 밖에 없고, 얼마나 이질적인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
들일 수 있는가를 짚어보고 있습니다.
많은 전쟁영화들은 선역이 악역을 통쾌하게 물리치는 내용이 많습니다. 하지만 결국
승자가 선역이고 패자가 악역입니다. 통치자의 욕심과 다른 문화적 국가간의 문화적인
차이와 가치관의 차이로 발발하는 전쟁, 전장의 크리스마스는 선과 악, 승자와 패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문화, 다른 민족간의 이질적인 장벽을 포로수용소의 삶을 통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갈등을 빚는
요노이 대위와 포로들의 수장
요노이 대위를 연기한 사카모토 류이치
연기뿐만 아니라 음악까지 담당하였다.
포로수용소의 문제아가 된 셀리어스 소령을
연기한 데이비드 보위
또한 이 이야기속에는 동성애 코드도 몇 차례 삽입되고 있는데 역시나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과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에 함께 얽혀서 현실적으로도 벌어질 수 있는 내용입니다.
문제아로 볼 수 있는 포로에 대한 연민때문에 평점심을 잃는 책임장교, 그리고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갈등과 문제들... 미국영화 '애욕과 전장'이라는 영화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이 군인이다'라는 말처럼 전장의 한복판에서의 군인이라는 직업은 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으로는 지탱하기 어려운 직업임은 분명하고 그 내부에서는 어떠한 상황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영화의 타이를 롤인 로렌스는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관찰자의
역할이고 셀러스, 하라, 요노이 대위 등 각 문화의 상징적인 인물이 보여주는 행동들이
영화의 주된 핵심들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패전국인 일본의 전범이 된 하라와 승전국
영국의 장교가 되어 재회한 로렌스, 총부리를 겨누고 싸운 적국의 군인들이지만
아무런 감정없이 마치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행동하는 두 사람, 처형을 눈앞에 둔
일본군 전범장교가 영국군 로렌스와의 짧은 만남을 마치고 떠나는 그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라고 티없이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이 굉장히 여운이 남는 엔딩입니다.
이 영화보면서 내내 '저들은 지금 저기서 왜 저러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도대체
왜 특정 지도자의 과대 망상으로 발생한 전쟁으로 인하여 저들이 저렇게 우스꽝스러운
대치와 갈등과 공존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라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전쟁이 벌어지면 삼국지처럼 최고 통치자 둘이 1:1로 붙어서 승부를 가리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드는 건 반전주의자의 부질없는 상상일까요?
배우로서의 기타노 다케시의 젊은 모습
매우 동양적이고 후덕한 외모가 인상적이다.
절대절명의 위기. 그때 앞으로 나선 셀리어스 소령이
요노이 대위에게 퍼부인 키스 한방.
이것으로 요노이 대위는 맥없이 나가떨어진다.
일본군에게 매우 냉소적인 포로들의 대장 힉슬리가 '일본은 곧 패전하게 돼'라고 말하자
'그렇지만 그때까지는 살아 있어야죠'라고 말하는 로렌스의 대답이 꽤 공감됩니다.
전쟁으로 인하여 찬란한 승리의 영광은 결국 통치집단이 차지하게 되고 승전국의
상이군인과 퇴역군인들도 결국 전쟁의 후유증을 겪게 됩니다. 이 포로수용소에서
벌어진 여러가지 '미친 짓'들은 그러한 전쟁의 후유증을 알고 그나마 적절힌 타협과
공존을 모색하던 로렌스와 하라의 방식이 그나마 옳은 것이겠지요.
ps1 : 데이비드 보위, 사카모토 류이치 등 가수 출신의 배우들이 영국, 일본군의 핵심
역할로 등장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사카모토 류이치는 영화음악까지 담당
했습니다. 두 사람이 보여주는 일본과 영국을 대표하는 '꽃미남' 대결이 볼만합니다.
ps2 : 감독이 아닌 순수배우로서의 '기타노 다케시'의 '후덕한 동양적 배우'로서의 젊은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ps3 : 우리나라에서 전장의 크리스마스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영화인데 사실 별로 와닿는
제목은 아닙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라는 상징적인 제목이 사장되는
것이 오히려 불만입니다.
ps4 : 콰이강의 다리의 '현실판'이라고 생각되는 영화입니다.
ps5 : 한국인(조선인)은 일본군중에서 '보초'라는 하급역할로 나오는 것이 매우 씁쓸한 영화
이기도 합니다. 특히 조선출신 병사의 등장히 네덜란드 군인을 성추행하려다 걸려서
문책을 당하는 역할이라서 더 그렇습니다. 당연히 국내 개봉되기 어려운 영화지요.
ps6 : 로렌스 반 데어 포스트의 '씨와 씨 뿌리는 자'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오시나 나기사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마지막에 하라와 로렌스의 대사중에서 '셀리어스가 요노이에게
씨를 뿌렸고 우린 그 곡식을 나누는 것 같다'라는 의미있는 대사가 나오는데 아마도 영화가
아닌 원작을 본다면 좀 더 심도있는 철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