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17일(日)
야콘 모종을 준비할 때가 되어 갑니다.
건조장으로 사용해 오던 비닐 하우스를 정리합니다.
우선 환기가 잘 될 수 있도록 하우스 양 옆을 말아 올리고
안에 걸어 말려 두던 시레기를 걷어 내었습니다.
가을에 고추를 말렸던, 그리고 무말랭이와 고구마 줄거리 등
호박고지를 말려 두던 건조대도 하우스 밖으로 들어냈습니다.
메주를 띄울 곳이 마땅치 않아서
원적외선 고추 건조매트 위에다 일전에 메주까지 띄웠더니
그 무게에 눌려서 군데군데 매트가 눌어붙었네요.ㅠㅠ
불이 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가을에 다시 쓸 수나 있으려는지 원…
고추 건조매트를 둘둘 말아 드러내고
매트 밑에 깔았던 스티로폼도 드러내는데
아니, 이게 웬 일입니까!
스티로폼 밑면에 미로처럼 갉아낸 길이라니요…!
하, 요 놈의 쥐 녀석들…
눈처럼 하얗게 쌓인 스티로폼 알갱이들이
바람에 이리 날리고 저리 불려 쌓입니다.
건조장의 방습과 보온을 위해 바닥에 깔아 놓았던 보온덮개를
쥐 녀석들이 갉아 모아 포근한 둥지를 삼았네요.
하기사, 미처 주워내지 못한 하우스 안에 흩어진 콩이며 들깨며…,
겨우내 식량이 부족하진 않았을 겁니다.
스티로폼을 밖으로 들어내니
보온덮개솜 뭉치 둥지며 스티로폼 알갱이들을
바람이 다시 이리저리 불어 작은 회오리지며 몰아갑니다.
어……어?………!
회오리져 뭉친 눈같이 하얀 스티로폼 알갱이더미 속에
뜻밖의 바람을 맞고 꼬물꼬물 엉켜 우왕좌왕하는 새끼 쥐 형제들…!
눈도 안 뜬 젖먹이기 때문인지 주둥이가 돼지를 닮아 있네요.
뭉툭하니 영낙없는 돼지입 입니다.
아, 참. 멧돼지 새끼들이 저렇게 생겼지요, 아마.
얼마나 잘 먹었는지 윤기가 반지르르하니 예쁜 새끼 쥐들.
메주를 띄운다고 가온중이던 건조 매트 밑에
보온성 좋은 스티로폼을 쏠아내고
그 밑에는 보온덮개를 쏠아서 뭉쳐 두니
새끼들을 위하여 어미쥐들에겐 이보다 더 좋은 보금자리가 없었겠네요.
게다가 주위에 먹이도 널려 있겠다.
지난 겨울에 하수구를 타고 올라와
겨우내 개수대 밑에 시끄럽던 쥐들이
올 겨울 들어 흔적조차 없던 까닭이 있었구만요.
기르자니 성가신 말썽장이들이요,
그대로 얼어 죽게 내버려 두자니 너무 예쁘고 가련한 생명들,
아직 어미 젖을 먹어야 할 녀석들이라 기르기 쉽지 않으리란 핑계를 위안삼아
어미가 발견하면 알아서 하라고
깻단 더미 밑에 놓아 둡니다.
쥐띠 해 벽두에 쥐들의 수난이라니…
여린 생명들을 손바닥 위에 올려 놓는 돌천지의 망설임을 보며
얼핏 因緣과 自由, 獨尊이란 것들이 전경에 스쳤다 사라집니다.
생명은 살라(生)고 주어진 명령(命)이라지만,
생명지상주의는 자칫 생명에 도리어 역행하는 길,
그래서 스승은 통 밖을 벗어나야 통을 굴린다 하고,
현실법 그대로가 불법이라고도 하신 걸까요....
상황윤리를 말하는 유가의 중도의 길이 인연법과 다르지 않은 건가요......
굳이 들리지 않는 답 듣지 않고
다가든 일을 합니다.
20평 하우스 바닥을 빈틈없이 깔았던 천막천을 걷어 내고
보온덮개도 걷어 내고
또 땅바닥에 밀착되어 방수와 방습역할을 했던 비닐까지 걷어 내서
모두 컨테이너에 옮겨 놓고서야 건조장으로 쓰던 하우스 정리가 다 끝났습니다.
이제 비닐 하우스는 육묘장으로 쓰일 채비를 해야 합니다.
첫댓글 오랫만에 모처럼 주말 일기를 써 올립니다.^^* 어느새 새 농사 준비로 바쁠 시기가 되었네요.
올 농사 준비 시작하셨네요. 난처한 표정의 돌천지님을 상상하니 웃음이 납니다.^^* 먹을것이라고는 얼어터진 늙은호박 몇덩이 있는 저희 농막에도 서생원이 방바닥에 구멍을 뚫어놓았더구만요. 아궁이에 불 때면 어쩌려는지...^^*
갓 태어난 새끼들은 어떤 동물이건 귀엽고 측은하지요. 하지만 쥐를 살려 두시면 글쎄요... 좀 걱정 됩니다.
생명이야 다 소중합니다만은 쥐 ,,,요것이 벽틈의 스티로폼을 뜯어내며 길을 냈는지 ,,,천정에서 봄부터 ,,에휴 주변 쥐잡기가 최우선 되어야,,ㅎㅎ고생 하셨습니다`~`
쥐다~ 쥐다~ 맛좋고 영양좋은 쥐다아~~ (음.. 아닌가???)
저희 농장에 많던데 잡아다 구워드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