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벌어지는 일과 관련해 대체로 맞는 말이지만 일본 언론이 떠들면 상당히 기분 나쁜 것이 사실입니다.특히 인구문제를 다룰 때 그렇습니다. 일본은 한국보다 인구문제에 있어 그렇게 긍정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출산도 이미 일본에서 먼저 일어난 일이고 고령화 나아가 초고령화는 지금 일본이 한국보다 더 심각합니다. 물론 한국도 초고령화속도가 엄청나게 빨라 뭐 좋다고 그것도 일본을 초월할 상황이지만요. 인구 문제에 있어 세계 최고의 문제점을 갖고 있는 일본인데 그런 일본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언론에서 이번에 한국의 인구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었습니다.
제목은 바로 '한국 국가 소멸 위기감'입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1면과 3면에 걸쳐 한국의 인구 상황과 한국 정부의 대응책을 다뤘습니다. 이 신문은 한국 통계청이 2022년에 5,167만명이었던 인구가 50년 뒤에는 3,652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면서 한국은 지금 단순한 출산율 높이는 방안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민자 수용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현 정권을 지지하는 보수층에서 이민자 수용 정책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이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이 한국의 인구 문제를 다루지 말하는 법은 없습니다. 아마도 일본 입장에서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의 한국이 어떤 인구 해결 움직임을 보이는가대해 관심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아픈 손가락인 저출산 문제를 다루는 것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훈수를 두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일본에서 이래라 저래라 훈수를 두는 것같아 기분이 씁쓸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한국의 인구문제를 걱정하고 우려하는 것은 일본만이 아닙니다. 전세계 대부분 나라의 언론들이 다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지금 한국의 인구문제는 한국에 그치지 않고 전세계적인 문제가 될 수 있고 어떻게 조치하느냐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얼마전에 미국의 대표 신문인 뉴욕타임스에서도 한국의 인구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제목은 '한국은 소멸하는가' 입니다. 소멸이란 없어진다는 말입니다. 다시말해 한국은 없어지는가라는 주제이지요. 나라가 없어지는 것은 타국의 식민지화가 되어 나라 이름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런 경우가 아닌 나라의 국민 스스로가 벌이는 자살극이란 의미가 담겨 매우 마음이 아픕니다. 뉴욕 타임스는 한국의 인구 감소를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야기한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CNN도 한국이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때문에 충분한 군인 수를 유지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학자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 주립대 명예교수는 다큐멘터리 한국의 초저출생에서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0.78명 이라는 사실에 한국은 완전히 망했다고 언급하면서 그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평생 들어본 적도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탄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더욱 떨어져서 이제 0.78명에서 0.72명입니다. 이미 2020년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는 앞질러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이른바 데드 크로스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에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법을 제정한 뒤로 출산율을 높이는데 무려 380조원 이상을 투입했지만 추락을 전혀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라가 없어진다는 충격적인 사실에도 놀라는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관심밖입니다. 그냥 내 생전에 없어지지 않으면 된다는 요상한 극이기주의적인 사고에 빠져 있습니다. 국민 스스로가 벌이는 자살극이라는 말입니다. 이런 국민적인 생각속에 정치권은 그냥 말로 때웁니다. 국민들 그리고 유권자가 관심밖이니 정치인들도 나 몰라라 합니다. 선거 공약으로 내세워도 전혀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한국의 교육이 개혁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교육이 당사자들 아니면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신이나 자식들이 당사자일 경우 사생결단으로 임하다가 그것이 해결되거나 지나면 언제 그렇게 했느냐는 듯 무관심하는 것이 바로 한국인들입니다. 인구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지금 먹고 사는데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니 관심밖에 머무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무관심속에 우리의 자녀 그리고 손주들이 활동할 그시기에 한국은 소멸되고 마는데 그것이 왜 관심밖이어야 하는지 참으로 우려스럽습니다.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정치가들이 관심을 갖습니다. 국민들이 외쳐야 합니다. 적극적인 출산율 제고 정책에 나서지 않으면 표를 주지 않겠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치권도 경제계도 관심을 갖고 접근하게 됩니다. 출산률 최저국에서 지금은 평균 이상이 된 프랑스나 일본은 바로 국민들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언론이 그것을 다루고 공론화시키고 그것을 정치권이 제도화하고 앞장서서 이끌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처럼 국민들이 아파트에 갖는 관심의 1/10만 쏟아도 출산율 제고는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이 무관심한 사이에 나라는 정말 없어지고 맙니다.
2024년 2월 1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