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시 모음 7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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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뱅이
김동원
-어느 잡부의 하루-
성님
사시가내 좀 줘유
사시가내가 머여
아, 거시기
착 꼬부라진 자(尺)
어이 박씨
삼육가와 몇 장 올려
스빠나 하구
시방두
일제의 잔재,
그 의식 속
해방은 멀었는가...
성님
시마이 하구
쏘주 한잔 합시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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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풍경
김동원
하늘이 내려앉은
눈밭에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
이웃집 염생이가
얼렁 삼키고
시침 뚝
능청을 부리더니
매에
매에 울적마다
하얀 연기가
폴
폴
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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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잃은 아이들
김동원
하교 길
조잘조잘 지나는 바람 속
얘
너, 어디에서 태어났니?
응, 나
우리 동네 산부인과, 넌?
미국 어디더라
엄마 말로는
원정 출산이라던데...
ㅋㅋㅋ
쟤는요
하늘 이래요,
웬 하늘?
울 엄마가 그라시는데요
제주도 비행기속에서
낳았다던데요
ㅎㅎㅎ
요즈음
욕조에서 난
용궁도 있다던데,
허기사
달에서 태어나면
고향은 외계인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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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 터
김동원
물오리 때로 자맥질하는
강 뚝 을 걷네.
직립으로 몸 부비며
나울대던 갈대밭
까만 재 바다 되어
새 손 맏이 봄 난장 섰는데
다문다문 둔치에
남겨둔 갈대밭으로
인기척에 놀라
화드득 날아든 까투리 눈에
언 듯 알겯는 소리,
소리
건들바람 가슴 베는 강가에서
히죽이 웃는
주천 아라리를 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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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김동원
예야
섧게 울덜 마라
밤새워 떨지두 말구
작별이란
이미
네
사주 속에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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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김동원
당신이 떠나실제
두고 간 정
不眠(불면)의 기나긴 밤은
靑天(청천)에 뜬
별들에게 물어봐도
예나 늘 그 자리
저 건너
舍人岩(사인암) 물에 뜬 달에게
寄別(기별) 전해보건만
모르쇠
날러는 모르쇠
여울물 살래살래
고개 저으며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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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눈
김동원
거
누구요
사락 사락
치마 자락 끄는
귀엣 소리
潛心(잠심)한 호수에
던져진 돌팔매
자박 자박
겨울 떠난 빈자리에
봄 오는 소리
거
누구 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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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장난
김동원
배꽃
눈부시게 날던 날
열여섯
초경 치른 누이
살품 서 솔솔 풍기듯
베라자근 한
꽃 내
향내
봄밤은 그리
넘쳐흘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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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 향토 마을에서
김동원
새벽 안개 자욱한
풍류산 골짝에
까마귀 우니
마음은 앞에서
바람을 가르고
애들이랑
어깨 무거운 아내 뒤
늘 빈손이 부끄러운
내 모습...
풍류산 :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도원리 앞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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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무렵
김동원
정자나무 그늘
책을 보는 내 옆
넙죽 엎드려 뒹굴던 말자
꽤나 무료했던 게야
장난기가 동해
지나가는 벌을
덥석 물려고 하였것다
화들짝 놀란 벌
"괘씸한 놈 맛 좀 봐라"
콧잔등에 침을 팍
얼결에 기절 초풍을 한 말자 좀 봐
케갱 캥캥...
덩달아
책을 저 만큼 팽개치니
먼 일 났는가
길 가던 개미가
허리 잘쑥잘쑥 웃으며
빗겨 가는
한나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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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의 노래
김동원
늘, 길보다
마음이 더 아득한
두고 간 情
아쉬운 기나긴 밤을
청천에 뜬 별을
밤새 헤아려 봐도
예나 늘 그 자리
개울건너
저 사인암,
이마에 걸린 달에게
기별전해 보건만
모르쇠
나는 모르쇠
달 여울 살래살래
고개 저으며
흘러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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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사랑해
김동원
그 한마디
끝내 못한
바보 멍청이
쓰다가 받다가 다 닳아
허공을 떠도는
바람이어도 좋을,
언저리만 맴돌다
제풀에 쓰러지는
머저리,
빙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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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者의 눈물
김동원
해 걸음에
빗소리 하도 정겨워
논길을 걸었습니다.
비 가림 챙기면 제 먼저알고
시늉할까 그냥 나서니
그새 비는 그치고
긴 가물에 들풀마저 고개 숙이니
지난해 세상 뜨신 울 엄니
지난 세월입니다
농심은 풀이 죽고
그나마
빈 논바닥 흙먼지
폴 폴 폴
명치끝이 아픕니다.
장대 끝 매달지 못한
농자천하지대본
밑구녕에
활 활 활
불 총을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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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분 호드기 소리
김동원
명덕이랑 노마 청용이
골목쟁이 양지바른 울타리 옆에서
말 타기 할 때
살구낭구 뒤서 뛰어나온 곡담 인회
해방 놀 때 쥐어박고 싶드라 그쟈
청래가 은행낭구에서 떨어져
다 죽어 갈 때
마곡까지 뛰어가
축구 연습하던 형한테 기별하고
용래랑 방걸이 얻어먹은
아이스께끼 엄청 맛 나드라
쌍둥이와 언눔이
영희내 배서리 갔다가
학표 성냥만 안 켰으면
들켜 혼줄은 안 났을텐데,
답사리 밑 숨겨든 배
유용 아부지가 횡제 했었지
뒷집 지화랑 아부지
벤또 싸 메고
국사봉지나 수름산 다래 따러 가던 날
지천인 다래에 혼이 빠진 너,
메누리 삼고 싶구나.
그 말씀
얼굴 빨개지던 그리운 사람아
용희랑 복자 말숙이 춘옥이
윤옥이네 사랑방서 풍감 묻기 할 때
호롱불 끈거 청용인지 명덕인지
시방도 아리송한데,
옥녀가 불러준 동숙의 노래
반할만도 했었지
양래랑 명덕이
중전 도랑에서 고기 잡으러 갔다가
을마나 배가 고프던지
참 먹으려 밭머리 숨겨든 밥 방댕이째로
흠처 먹을 때 고느머 고추튀김
왜 그리도 맵던지
춘금이가 장춘체육관에서
복싱 시합할 때
지화랑 노마 언눔이
소리소리 지르니깐 옆 사람들
모두 비켜가데,
메달 목에 척 걸고 자장면 먹을 때
명덕이는 뻬갈로 위하여 했었제
범바우 가제서리
슴지바우 음달 부헝이
고느머 부형이
왜 그리 섧게도 울던지
집터거리 늙은 감나무
시방도
벌건 홍시 매달고
끄떡 끄떡
졸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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銅錢타령
김동원
나라꽃은 무궁화
일원짜리다
십원이면
다보탑이 내 것이고
오십원이면
황금물결 출렁이는
어하 둥둥 풍년이로고
백원을 뒤집으면
세종대왕이 근엄하시고
오백원
학이 훨훨 창공을 차고 나니
태평성대로다
그렇다
그럴까
그런대
개도 안 먹는 돈에
나나 아내가
벌 벌 떨어야 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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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사가 지난 길
김동원
뿌리째 거덜 내려는 듯
밤새 폭우는
분노를 삯이지 못해
아우성을 치더니
제풀에 주저앉고
청산은 보란 듯
도도만 한데
아!
비수보다 더 날 찬
너와 나의 이기심
하늘도 치를 떨어
짐승아
이마 위에 하늘을 두고
네 죄를 시방도 모르느냐
가람이 역류하데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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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김동원
50년 엮은 얘기 책
삼일 밤 낮 읽으며 내내 울었소
칠천만이 울고
하늘을 빗겨 날던 새도
지축이 흔들리게 통곡을 하였소
귀먹은 오마니
백발 된 자식
서로는 얼싸안고 하 기막혀
울지 말자 울지 말자
울기도 아까와 목 메이고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만이 진실 이였소
누구냐
긴 50년
칠천만 가슴에 말뚝 박은
너는 정녕 무엇이더냐
용서해주자
탁 터놓고 용서해주자
오마니
아바지
손에 손잡고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잡은 손 꼭 잡고 더는 울지도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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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情의 肖像
김동원
우렁이
제살
몽지리 주고
달랑
빈껍데기
오!
울 엄니
빈껍데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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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김동원
시꺼먼 광목 빤스
가랑이 사이
척 늘어진
고놈이 밉잖든
친구
불알친구야
그때,
그 골목쟁이
무궁화 꽃
시방도 피어 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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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1
김동원
-참어라-
바람 솔솔
소나무 아래 모두 모여
뽕 나무가
뽕
했걸랑
대나무가
떼끼 놈
참나무가
얼렐레...
머라 그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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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2
김동원
할배 무릎 배고
뽕~
했걸랑
떼끼 놈
엉덩이가 얼얼
엄마가
할배 앞에서
뽕~
하길래
떼끼놈 했더니
홍당무가 되었네
가제 눈 좀 보래요
鄕土 抒情의 再照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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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김동원
어허
저기 좀 봐
하얀 두레반에
반듯하게 차려놓은
메밀 적 좀 보게나
양념장 꼭꼭 찍어
농주한잔 곁들이면 어떠신가
이놈의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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夫婦
김동원
하늘이고
땅 이올시다
하늘은
그 넉넉한 빛으로
땅을 적시고
땅은
그로 하여 늘 큰 가슴으로
보듬어 가꾸나니
아!
그리하여
하늘과 땅은
태초에 하나여서
진정
사랑이 넘치는 부부는
강을 이루어 마르지 않고
바다로 흐르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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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의 노래1
김동원
-山門-
오뉴월
따간 햇살에
행여 찌든 내 영혼
바람에 헹구어
말려볼 요량으로
山門을 기웃 거렸더니
웬걸
산사 해묵은 목어
목욕재계부터 하고 오라며
그만
하산 하라
등을 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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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의 노래2
김동원
-명퇴 뒤-
뿌연 새벽길을
달리는 차 속,
아내는
어제 올린 매상을
여적,
꿈속에서
셈하기 골몰하였던지
곤한 잠결에
무심코 끙 끙
앓는 소리
나, 시방
목울대 아프도록
마른침 삼키며
꽉 잡은
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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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의 노래3
김동원
-식당 문을 닫으며-
꼭두새벽부터
동동걸음 치느라
끼니때도 잊고,
장독대 빈 옹가지에
땀 반 눈물 반
채우더니
아! 이젠
어둠만 잘박 잘박
맨발로 걸어 들어오는
자정,
외등은 꺼지고
퍼붓는 잠을
섬으로 진 아내는
아랫목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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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의 노래4
김동원
-아내-
잠결에
아내의 끙끙 앓는 소리
놀라 깨니
발에 쥐가 난다고,
주물러 풀어 주는데
그 곱고
말랑말랑했던 홍시의 꿈,
어느새
삶의 무게에 짓눌려
소나무 껍질이 다 되었구나.
아!
시퍼렇게 날 세우던
내 야무진 꿈에도
이젠 쥐가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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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의 노래5
김동원
-아버지-
별을 앞세우고
별을 등에 지고 사시던
울 아부지
밥술 놓기가 무섭게
들로 뛰시던
봄
여름
가을
손톱이 다 닳도록
주저리,
주저리
흘린
땀
풍년이 되려
작아지는
아!
울 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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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의 노래6
김동원
-퇴직-
금이 간
뚜가리라고 저만치
팽개치던 그 날
장작불로
이글이글 청춘을 불 지르던
이십년 막은 내렸다
무리를 이루던
군상들,
기억 속으로 걸어가고
이제.
혼자인 얼굴
바람이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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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의 노래7
김동원
-정치-
들치면 들칠수록
진동하는 꼬린내
벌어진 입마다
억 억 먹은 신파극
돈이면 귀신도
멋대로 부리는데
지조 팔아 산 명예
장 차관 쯤이야
몰러유 잘 몰러유
후려치면 먹었네유
미꾸라지 한 마리에
거덜 나는 국민정부
남 새끼 손꾸락질
제 눈은 왜 찔러
아서라 새끼 농사
맘대로 안 되느니
개판만도 못한 시상
귀 막고 눈 감을래
공납금에 허리 휘도
울 아부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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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의 노래8
김동원
-근황-
白手여
남들이 흔히 말 하든
나의 두 손이여
누가 무어라 할까만
朝夕으로 눈치만 쌓이고
요즘 身手가 훤해 졌네
빈 인사에도 덜컥 중치가 메이고
빈손의 불편보다
한가한 이 육신의 무게여
아! 백수여
남의 일로만 알았든 내 빈손
하루에도 몇 번씩 씻어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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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어
김동원
친구여!
내 사랑이여
정월 대 보름엔 길 떠나 보게
기적 울리는 중앙선 열차를 타 보면
이미 본전은 건진게야
눈 쌓인 제천 역에 당도하면
의림지를 찾으시게
빙어 축제 망우리는 시름을 감아 돌고
천년 노송 읍하고 반길 걸세
기맥힌게 또 있지
군불 지핀 아랫목 빙어를 청하면
주모 손끝 투박한 사투리가 녹아나고
빙어 꼬리에 겨울이 익어가는
눈 내리는 대보름
얼음 쩡쩡 우는
의림지 잊지 마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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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김동원
써 놓으면
단 두자이지만
하늘만큼 주고
땅만큼 주어도
모자라는 이
혹여
뉘 묻는 이 있거든
쓰다가 쓰다가
다 못쓰고
남겨두고
가는 거라고 만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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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김동원
어허 참,
얼굴에 주근깨
여태,
못 벗었노
꺼풀 덮인 풋고추
곧추 세워
뒤꿈치 쳐들고
누가 더 멀리가나
꿈을 키우던
오줌싸개
고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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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짐
김동원
산책길
우연히 만난 쇠똥구리
얼레
꾀나 욕심을 부렸구나.
해는 곧
떨어질 텐데
자갈길
서둘러 힘에 겹지만
기억해 두렴
곧 깨어날 새끼를
나도 이제
댓돌 위
신발 가지런히 놓인
곳으로 가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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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김동원
자
옷을 벗어라
地上에 눈 씻고
天上엔 한점 疑惑도 없나니
자
어서
속옷마저도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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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김동원
눈이 오므로
어두웠던 그림자
모두는 덮였다
하얗게 펼쳐 논
새벽 숫눈길
까치가 상형문자로
앞길을 트고 있구나.
ㄱㅁ ㅇㄹㅂ
ㅁㄷ ㅂㅈ ㄷ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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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불
김동원
쉬...
조용히
세월이
하 송곳날이라
시방
눈뜰까 말까
궁리중인데
아!
내 사유의 등때기엔
언제쯤,
우담바라
한 송이 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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歲月
김동원
홑이불 같은
달력 한 장
어허 참!
날더러 어쩌라고
또 보채니 바람아,
낙엽은
자꾸,
자꾸만 발아래
자로 쌓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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歲月의 노래
김동원
이 세상
흐르지 않고
온전한 것 있으랴
물이 흐르고
구름이 산을 넘듯
아!
타는 저녁놀에
눈시울 뜨거워지는
유수와 같은
내
日月이여
땅거미가 질 무렵
성님
한잔 줘유
인생살이 다 그렇구 그런 거라구
쉽게들 말 합디다만
어디
말처럼 살어 지던가유
성님
한잔 더 줘유
아. 예전 같으면 논 한 섬지기면
떵떵거리며 한다하는 집안 아녀유
글쎄올시다
시방 어디
말이나 될 소리던가유
어제 장에
쌀 두 가마 팔어
발바닥 불나게 뒤져
겨우 중간치루
애 옷 한 벌 꾀 입혔구먼유
성님
한 병만 더 시켜유
막소주지만 실컷 먹구
먹머구리처럼 꺼이꺼이 울고 나면
혹 누가 아남유
속이라도 뻥 뚤릴지
성님
한잔만 더 줘유
먼지 홈빵 뒤집어쓰구
쎄빠지게 바둥대야
오만 오천 원
궂은 날 빼구
머한 날 공치구나면
스므날이나 일 합디까
게을러 못 산다구유
남 말이라 막말 하덜 말어유
시방 시절이 사주나 팔자대로 살도록
어디 놔 듭니까
갈래유
한잔만 더 줘유 성님
산만한 근심을 짊어지고
터덜터덜 가고
내
빈 술잔을 넘치는
눈물이여
한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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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낙비
김동원
해질 녘
금방이라도 세상을 요절 낼 듯
천둥 번개를 등에 업고
난리를 치더니
오라
떨어지며 곰곰이 생각해도
여린 꽃망울이
퍽 안쓰러웠던 걸까
땅에 닫기가 무섭게
슬며시
그 옆에 드러누워
어느새
졸졸
아
천둥 번개 치던
내 젊은 날의 성급한 꿈속에
행여 지금쯤
새순하나 당차게 올려 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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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에 꽃불이여!
김동원
철쭉꽃
호들갑 떨거든
단양에 들려보게나
風聞처럼
활 활 타는 산
손맞이 손색이 없고
시장기 찾아들면
차부 앞
장다리 식당이 쓸만하이
웃음꽃 쥔댁도 살갑고
손 끝 맵기로
소문이 자자하지
단양 육 쪽 마늘
조선 천지가 다 아는
비아그라 그 아닌가.
혹여
하체가 허 하거든
마늘정식을 권하겠네.
밥 도적은 약조하네만
지갑 거덜 나는거
나는 모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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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김동원
첫잔은 얼떨결에
둘째 잔은 체면치레로
삼 석잔 쯤 되야
간 닢은 넙더데 허니
시상이 아름 허거덩
오오, 요쯤에서
사나이 가슴에 불을 댕기는 거여
지발 몸땡이도 성 찮은데 작작 좀 허시유
까지꺼 마누라 잔소리
울 넘어 호박 터지는 소리여
드더
단참에 쭉 드더
찌울랑한 시상
촌것 찌리
들썩들썩
어깨춤이나 추는 거여
☆★☆★☆★☆★☆★☆★☆★☆★☆★☆★☆★☆★
쉰다섯 살의 동화
김동원
어릴적
구구단도 못 외워
나머지 공부한 녀석
내 살 적이든가
다섯 살
참외서리하다 들켜 혼줄나
닭똥 같은 눈물 뚝뚝 흘리던
개구쟁이 동무들을
기억해 내다니
그 옛적
젖꼭지 물고 옹아리하며
눈 맞춰 낯익히던
보름달보다 더 크게 웃으시던
엄니 얼굴을
기억해 내려 하다니
소풍 날
강 돌 들추다 퉁바우에 쏘여
아린 손 호호 불며
징게미 자리 잡고 놀다가
해질녘
벗어 논 검정 고무신 못 찾아
돌부리 걷어차며 걷던
아린 귀가길,
나도 억울해 죽겠는데
뒤 따라 오다가 챙피해 죽겠다며
등짝을 후려칠 때
씨팔 침을 탁 뱉다가 흘끔 보니
초생 달 반 쯤 눈을 감고
쉰다섯
내 이마를 서늘하게 때리는
성긴 빗방울
눈물 반에 빗물 반 흐르네
☆★☆★☆★☆★☆★☆★☆★☆★☆★☆★☆★☆★
詩人 마을
김동원
古?선생님 사시는
단양군 단성면 제비봉 아래
오늘은 글 도적질 나섰더니
매미 울음도
척 늘어진 한 낮
선생은 출타 중이라
대문은
맷돌로 지둘러 놓고
뒷산 때까치
휘모리장단으로
한 자락 창을 뽑는데
낯익은
방울이 날 반기며
오줌을 찌리는구나.
☆★☆★☆★☆★☆★☆★☆★☆★☆★☆★☆★☆★
아! 내 고향
김동원
강릉 김씨
문화 유씨
남양 홍씨, 청풍 김씨...
두리 둥실 수수 만세
범 바우
웃짝 골
병풍 속
전설을 두르고
소, 대사창
육백년 어우러져
은행나무 아람 버는
오봉산
타는 놀 하 고운
청풍군 북면 사창
내 고향 좋을시고
☆★☆★☆★☆★☆★☆★☆★☆★☆★☆★☆★☆★
옛 기억에 흐르던 강
김동원
내 유년의 강
거슬러 올라가 보면
늘 흙강아지 되어
저지리치다 들킬 때
손찌검이 하도 메워
이붓 엄니로 알았지요
엄니 몰래 살짝
귀띔해 주시던 할머니
“다리 밑에서 주어 왔구먼”
혹시나 하고
기웃거린 거기
예나 다름없이
창백한 낮 달
저 혼자
살랑 살랑 흘러가데요
☆★☆★☆★☆★☆★☆★☆★☆★☆★☆★☆★☆★
오월에 본 하늘
김동원
아내는
식솔들이 남겨 놓은 식은 밥
늘 물에 말아 먹기에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늦은 귀가길
나는 오밤중에도 다소곳 차려준 밥상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벗어 던질 줄만 아는 빨래거리
허리가 휘어도 말이 없기에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철없이 보체는
아이들 투정에 늘 입가에 잔잔한 미소
진정 그래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이제 애미의 짐 벗어 던지고
여자로 살 나이건만
동동거리는 저 뒷모습에서 본
시퍼런 하늘
팔월장마
뿌리째 뽑힌 고목
속이 텅 빈 껍데기
오! 아내는
큰 고목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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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 산행
김동원
가랑잎
발목 덮는
산에 올라보니
타는 저녁놀
하도 고와
넋을 놓았어라
허기사 내 日月도
폭 삭으면 저리
고운 물 우러나려나.
아뿔사
잠시 무아경에
하산길이
아득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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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光野話
김동원
장마 그치고
싸리 향 백리를 달리는
내 고향 칠월 밤
하얗게 자로 쌓이는
달빛 그 아래
달덩이 보다 더 환한
엉덩이들이 둘러앉자
호호
깔깔
자지러지던 빨래터
아낙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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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에서
김동원
지전 몇 장
어버이 영생복락
빌 수 있나요
절 몇 번
아이들
무운 장구를 빌지 않으리
일주문 지나
사천왕 부릅뜬 눈
먹고 살기위한 죄라지만
등골이 오싹 합디다
손바닥 다 닳도록
지성으로 비는 저들
자기 위안 일뿐,
이미 내 안에
자리하고 계시는걸.
서 있는 곳이 극락이라며
대웅전 추녀 끝
풍경이 고개 끄떡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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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
김동원
세상만사 잠시
구둘 목 아래 잠시 밀쳐두고
만산홍엽
저 간들어지게 수놓은
비단 치마폭
소리 소문 없이
들추고 들어가
한,
사나흘
혼절하고 싶어라
☆★☆★☆★☆★☆★☆★☆★☆★☆★☆★☆★☆★
이뿐 도적놈
김동원
첫 휴가 나오든 날
자나 깨나 눈에 밟히던 동무 너덧이 모여
쇠주 잔을 돌리며
밀린 이야기 밤새는지 몰랐지
먼데 장 닭 홰를 치는데
출출하다며 즈덜 끼리 쑥덕쑥덕 분답을 떨더니,
오! 살이 통통한 장 닭,
마른침 넘어가는 소리 천둥을 쳐
설익은 걸 개걸차게 해치웠지,
그믐밤이라 쇠죽 양동이인줄도 모르고 담아서
아! 고 맛,
얘야 !
간밤에
장난꾼들이 스름 스름 받으며 키운 닭을
씨도 없이 서리해 갔구나
어이 고얀 눔덜
야?
어머이,
괜찮아유
☆★☆★☆★☆★☆★☆★☆★☆★☆★☆★☆★☆★
이웃사촌
김동원
동지섣달
설한풍 그 갈피,
세상에
홀로 인줄 알았더니
시아버님 가꾸신
강냉이 한 자루
주고 가는 이웃 아낙,
살강 속
숭늉 맛 나는
그들 속
내가 서 있었네.
☆★☆★☆★☆★☆★☆★☆★☆★☆★☆★☆★☆★
이젠 조국의 아들이 되어
김동원
아부지
나, 아덜
유선에 흐르는 너
애비가슴은 천둥을 치는 구나
어머이
막내,
애미는 그리움에 말문이 막히고
네가 꼭 가야할 길
가슴 쫙 펴고 당차게 가려무나
아들아
너는 어느새 나아닌 남을 위해
어깨에 무거운 짐 지었구나
수고로운 땀 발등을 적시는
조국의 부름을 받았구나,
그래
대문을 나설 때 자기를 버렸고
조국을 위해
너 한 몸 불태우리라 다짐했었지
나를 버려 전우를
나를 버려 민족을
나를 버려 조국을 사랑하는
사나이가 되어라
진짜 사나이.
☆★☆★☆★☆★☆★☆★☆★☆★☆★☆★☆★☆★
이천년 정월 초하루
김동원
아흔 넘으신 이모님
세배를 올렸다
쉰둘인 나와 아내
늙갱이 돈은 재수 있다는 구먼
세뱃돈 이천 원
내 안에 벌떡 일어서는 유년아
죽어야 할텐데 구신은 멀하누
건성인줄 알지만
떡국 한 그릇 거뜬히 비우시는
생시 적
울 엄니
뵈온 듯도 하여라.
☆★☆★☆★☆★☆★☆★☆★☆★☆★☆★☆★☆★
장평에서
김동원
잘 있으오
내 누이여
평창 지나 대화
한달음에 달려간 길
오늘은 청국장 한보시기
살가운 그 웃음
구둘장이 따습구려
지는 해 긴 그림자
새끼로 꽁꽁
매어두고 싶지만
철부지 바람은
등 떠밀며
가자가자 채근하니
아!
눈 천지
발 시린 저 사슴아.
☆★☆★☆★☆★☆★☆★☆★☆★☆★☆★☆★☆★
저녁상
김동원
두레상엔
소주 한 병
국수 한 대접
짠지 탕끼 그 옆
물 한 대접
아슴푸레
건너 보이는
울 엄니 세월
늘은국 국물로
허기 졸라맨
가는 허리
먼데서
개 짓는 소리,
질척한 저녁노을...
☆★☆★☆★☆★☆★☆★☆★☆★☆★☆★☆★☆★
정방사
김동원
금수산
숨은 듯 깊숙한 품속
고찰에 들려
부처님 뵈옵고
무한 소망 빌었지요.
빙긋 웃는 빈손
대자대비 무량세계
깨우쳐라 책하시고
절 마당 나서자니
곡차를 권하는
부처님 흡사한 스님,
공은
공이 아니라며
먼 木魚의
산 메아리
☆★☆★☆★☆★☆★☆★☆★☆★☆★☆★☆★☆★
早春之雨
김동원
봄비는
소곤소곤 귀엣말로 속삭이는 거다
여린 가지에
꽃말을 달아 주려고
해전에
심술 한번 부렸다가
화들짝 놀란
과수원 집 늙은 부부 한숨,
지난해 가을을
여적 잊지 못 하는거다
논 뚝 을 걸어가노라면
자꾸만 높아지는
뒤꿈치
골골이 궁리하라고
끈덕지게 매달리는 거다
새들도 둥지 찾아
혼곤히 잠든 저녁 답
흔들어 깨우는 거다,
애무하는 거다
☆★☆★☆★☆★☆★☆★☆★☆★☆★☆★☆★☆★
진달래
김동원
들창을 여니
뒤란이 환하다
어제 낮
참새 몇 몇
웬 갓 잡된 수다
다 떨고 간 자리에
밤새 별들이 까르르
쏟아져 내리더니
얼레! 어데서
보쌈 당해 온 규수가
저리도 환하게
웃고 앉자 있누
☆★☆★☆★☆★☆★☆★☆★☆★☆★☆★☆★☆★
찐 빵
김동원
풀 풀
함박눈 오시는 날,
난전 가생이 좌판에
모락모락
김 오르고
동글동글 부풀어 올라
어릴 적 내 동무를
닮았구나.
아무렴,
그래
오늘 같은 날
누가 마실 올 것만 같아
자꾸만 내다보이는
동구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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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
김동원
밤새 창문밖엔
동아줄 같은 빗줄기
큰일 저지를 줄 알았는데
오늘 내 잠 못 이루는 긴 밤은
지하도 걸뱅이 외면한 일이며
괜시리 공짜 술에 등 떠밀려 주정부린 일
솜사탕 같은 첫사랑도 떠올라
몽지리, 열고 제치다
늦잠 끝에
방문 활짝 열고 내다보니
아!
밤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빤히 쳐다보며
방실방실 웃고 있는
저 천진한
아가의 미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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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
김동원
라일락 향기 물씬 풍기는
처남의 댁
호랑이 시아버지
비위를
살살 맞추는걸 보면
문밖에서 엿듣고
호랑이가 줄행랑 쳤다던
그 곶감
저 넉넉한 가슴
어느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사나보다
☆★☆★☆★☆★☆★☆★☆★☆★☆★☆★☆★☆★
철쭉꽃
김동원
작년
바로 이맘 때 쯤이든가
소백산에 놀러온 아이들이
넋 놓고 재잘거리다
떨구고 간
작은 입술
고 입술
얼레!
저기 좀 봐
왠산 불붙었네.
활 활활 큰 애기
엉덩이에도 불붙었네.
하르르
바람 많은 소백에
꽃 사태 나내
봄 사태 났다네.
☆★☆★☆★☆★☆★☆★☆★☆★☆★☆★☆★☆★
청풍에 꽃 지오
김동원
발자국 자욱 자욱
오래 두고 보잤 더니
비가 내리오
비가 내리오
뒷모습 잊을세라
잡아두고 싶건만
바람이 부오
바람이 부오
남긴 정 아쉬워
허공을 바라보니
어쩔래
어쩔래
벚꽃은 한철 지나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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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학(初?)
김동원
거봐
값 치를 줄 알았구먼
매상고개 중허리 잘려
모가지 긴 노루는
달과 놀기를 포기 했었다지
범바우
넓적 돌방구 쪼개질 때
아파 길길이 뛰며 울어
까투리 청 메아리 물고
오래 전 날아가 버리고
저기 좀 봐
벌건 속살 드러낸 산
오한에 떨고
푸르러야 할 대지는 지쳐
생수를 찾네
생수를 찾고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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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꽃
김동원
저 만치서
고개 숙여
저고리 고름 여미시더니
사방등 받쳐 들고
함초롬히 이슬에 젖으면서
밤새 나를
기다렸나보구나
아! 어느
모진 인연이기에
이다지도 긴 밤을
홀로 지새는
고독한 연인이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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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호박 따기
김동원
됐시유
그냥 냅도유
개똥 밟은 기분이다
건드려 봐야
몽리만 부린다
알었시유
야중에 봐유
소주 서잔,
슬쩍 옆구리 찝쩍거려도
그냥 웃으며
지가 멀 알어유
알어서 해유
요 때 툭 건들면
등걸토막 넘어지듯
돌담 밖 뽕나무타고 올라간
호박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
카네이션 백만 송이
김동원
어버이 살아생전
못 다한 정 때문에
한 이 된 그 응혈
풀길은 막연하고
이승에서 거둔 인연
꿈길에도 아니 뵈니
어버이 날 이건만
뵈올 길 막연하와
갈 갈이 찢는 가슴
종아리를 걷습니다.
☆★☆★☆★☆★☆★☆★☆★☆★☆★☆★☆★☆★
코스모스
김동원
팔방미인이 따로 있더냐.
요, 요 이뿐 년
가을 선들 길
길 잃어버리기 십상이구나.
쪽 뻗은 종아리 하며
회창이는 허리
흰 모가지
상기된 저 얼굴 좀 보아
뉘 집 사랑채
들 쑤셔놓고 길 나서느냐
기집 등살에 쫓겨 난 놈
노름방 뒷전에 분통 친 놈
죄다 모여
짝사랑,
안달이 났구나.
☆★☆★☆★☆★☆★☆★☆★☆★☆★☆★☆★☆★
콩 자 반
김동원
울 엄니
보릿고개 넘을 때
엄지 발꾸락 돌부리 걷어 채이던
눈물의 세월이더라.
아이들은 모른다
엄니 가슴에 뻥 뚫린 빈 하늘
염생이 똥
염생이 똥
아주 공갈 염생이 똥
도시락 체 구겨진
내 어린 자존심
바깥이 궁금해 바스락대던
염생이 똥
염생이 똥
아주공갈 염생이 똥
☆★☆★☆★☆★☆★☆★☆★☆★☆★☆★☆★☆★
편견
김동원
놀이 타는 저녁 답
까욱 까욱
까마귀 머리 위를 날면
무심결에
해뜨는 쪽을 향해
코끝에 침 세 번 찍어 바르고
퇘 퇘 퇘
새들은 제 소리로 날건만
미련한 사람들은
재수가 있다, 없다.
생각의 차이일 뿐
아마 저 놈들도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
재수가 없다고
울며 나는지도 몰라
☆★☆★☆★☆★☆★☆★☆★☆★☆★☆★☆★☆★
편짜기
김동원
손등도 내거요
손바닥도 내꺼건만
진보가 아니라고
왼손을 자르리까
보수를 따른다고
오른손을 자르리까
왼손은 잡자하고
오른손은 놓라 하니
말없는 민초들은
수구세력들인가
벽을 향해 돌아앉은
민심은 천심이거늘...
☆★☆★☆★☆★☆★☆★☆★☆★☆★☆★☆★☆★
포도
김동원
내 누이
세상 밖에 또 다른
세상 있어 그러셨나,
배내 짓 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선 젖멍울이 아파
살품에서 살짝 꺼내 보시든
고,
찌찌
어쩌자고
다 챙긴 육신도 모자라
정마저 거두시드니
오늘,
저리도 음전한 젖꼭지를
내게 보내와
눈물나게 하시는 고
☆★☆★☆★☆★☆★☆★☆★☆★☆★☆★☆★☆★
피자
김동원
딩동댕
배달 왔어요
할머님 보시고
양놈 부침개냐고 묻고
아빠는
막걸리 안주하던
장떡 같다고 하시는데
빙긋이 웃고 있는
엄마의 속마음
난 몰라요
정말 몰라요
부침개 장떡 맛
알 수는 없지만
어른들은 아나요
쫀득한 요 맛을
☆★☆★☆★☆★☆★☆★☆★☆★☆★☆★☆★☆★
함박꽃
김동원
그대
환한 웃음을
뒤꼍
장독대에서 보았나.
고향 아줌마
그때 그
넉넉한 웃음
마냥
넘칠 줄도
모자라지도 않는
늘 푸짐한 웃음이
나는 좋와라
☆★☆★☆★☆★☆★☆★☆★☆★☆★☆★☆★☆★
虛張聲勢로다
김동원
집 나서는 남정내 뒤
아낙은 늘 살얼음 판 이였다
70년
궁했지만 정줄 이웃이 있었고
골목 마다엔
하나만 낳아도 지구는 초만원
훈련장
집요하게 따라 붇든
보건소 나리들
씨 없는 수박은 밤이 줄겁습니다
맘 놓으시고
풍년 방아를 찧세요
안개 속 30년
아기울음이 뚝 그쳤습니다
애국하는 길,
출산 장려금도 드립니다
생과 사
자연이거늘
또 찧고 까부는 고령화 시대
멍멍개여 짖지 마라
꼬꼬닭은 왜 우는고......
☆★☆★☆★☆★☆★☆★☆★☆★☆★☆★☆★☆★
호곡
김동원
아침 문안드릴 때
우멍한 눈 들어
하마 일 나가
야 댕겨 올께유
입맛 읍드라도 억지루 좀 떠유
그래야 오래 살지유
아! 왜 안 데려가
얼렁 죽어야 너두 편할 텐데...
거나한 귀가 길 가게방 앞
늘 마른침 삼키며
시원한 물 원하시던 어머님,
목이나 추겨드려야지,
아주머이
젤 맛난 아이스크림 주시유
봉다리 덜렁 덜렁 흔들며 당도한집
왠지 급한 맘 문 여니
아!
이게 왼 날벼락이여
늙은이일 밤새 안녕 이라드니
꼭 감은 눈 몰아쉬는 하얀 숨결
아들 손자며느리 이승에서의 이별
하 기맥혀 울도 못 했네유
어머이
귀천 길 혹 가게방 보이면
이승에서 못 드시고 떠난
아이스크림 하나 사
목 추기시고 시원하시거든
이 자식 피 눈물이려니
짐작이나 하소서
짐작이나 해 주소서
☆★☆★☆★☆★☆★☆★☆★☆★☆★☆★☆★☆★
첫댓글 김동원 시 모음 79편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게시물자료로 잘 쓰겠습니다.
봄마중 잘하시고 기쁨충만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함께 해주심 감사합니다
고향 잃은 아이들
세태풍자의 글이 재밌네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좋은 봄날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