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 이공계 엑소더스 1세대의 항변
조선일보
조귀동 경제칼럼니스트
입력 2024.02.17. 03:00
https://www.chosun.com/opinion/espresso/2024/02/17/SW7NV4BJSRE5XCC4POLC3RTT6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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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공대 떠나 의사가 됐나
연봉보다 불확실성과 위험 때문
공대생 유망 기업은 국내 2~3곳
애국심으로만 호소 말아달라
20여 년 전 이맘때 새터(신입생 환영회)에서 만난 서울대 전기공학부 동창들과 지금도 몇 달에 한 번 저녁을 함께 하며 안부를 묻곤 한다. 이 오래된 친구들의 직업은 변호사, 의사, 컨설턴트, 공기업 직원 등으로 다양하다. 워낙 많은 수가 탈(脫)공대를 선택해서다. 카카오톡 단톡방 멤버 10명 가운데 박사 학위를 딴 이는 두 명밖에 없다. 가끔 연락하는 다른 동창들도 다수가 의사나 변호사다. 신입생 대상 학과 설명회에서 한 교수님이 입학 성적 분포표를 보여주시며 같은 대학 의대와 비교해서도 신입생의 ‘질’이 꿀릴 게 없다고 말한 것을 떠올려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많은 이들이 전기공학부를 떠났던 이유는 결국 공학박사를 따서 무엇을 할 것이냐의 문제였다. 대학교수나 기업 연구원이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느냐는 ‘수익’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진로를 고려하던 1990년대 후반에도 이미 의사의 급여가 더 높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는 불확실성과 위험이 높다는 데 있었다. 의대 쏠림 현상이 점점 심화되는 원인은 의사라는 직업에만 있지 않다. 이공계 연구 인력의 노동시장 구조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박사 학위를 따고 대학이나 기업체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20~30대를 통째로 바쳐야 한다. 그리고 어떤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학부 과정 성적과 연구자로서의 성공은 별개다. 운이 아주 나쁘면 박사 과정 중간에 그만둬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몇 해 전 국내 한 대학에 임용된 한 친구의 경우 대학원에 입학해 박사 학위를 따는 데 7년이 걸렸다. 그리고 미국 대학에서 리서치펠로(연구원)로 5년 넘게 근무하면서 연구 실적을 더 쌓고서야 현지 대학 교수가 됐다.
수익 차이도 크다. 연구·개발(R&D)이나 스타트업 창업 등은 이른바 ‘수퍼스타의 경제학’이 작동하는 분야다. 미국에서도 어느 대학에서 어떤 직위에 있느냐에 따른 보수 차이는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 폴라 스테판 조지아대 교수는 1975~2006년 미국 남성 정교수 급여의 지니계수(불평등 측정 지표)가 0.314에서 0.424로 늘었다고 지적한다. 경제학에서는 지니계수가 0.4를 넘으면 빈부격차가 극히 높다고 본다.
불확실성과 위험을 벌충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고소득을 제공하는 일자리가 많아야 한다. 그런데 국내 노동시장에서 한국의 이공계 인력들이 갈 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많은 경우 해당 전공에서 갈 만한 대기업은 2~3곳 정도에 불과하다. 특정 기업에 평생 매여살면서, 기업의 성패에 자신의 운명을 같이해야 한다. IMF 외환 위기 구조조정을 목격한 세대에게 기업은 가급적 피해야 하는 선택지였다. 초거대 선도 기업과 나머지 기업 간의 생산성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업 연구원들도 어디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처우가 벌어지고 있지만, 그 초거대 기업은 대개 미국에 있었다.
다른 선진국처럼 과학기술과 지식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이 활성화되고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면 이공계 고급 인력의 일자리 여건은 훨씬 나았을 것이다. 또 이공계 인력들의 노동시장도 국내와 해외 간의 장벽이 낮아지면서 선택지가 늘어났을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나 뉴질랜드 대학을 나온 이들이 영국의 ARM이나 딥마인드를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정부는 2000년대 초부터 이공계 기피 현상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산업과 노동시장 구조에서 이공계 진학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연구실을 선택하길 원한다면, 그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미래 일자리 선택지를 늘리고 질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어야 한다.
조귀동 경제칼럼니스트
밥좀도
2024.02.17 06:10:01
예로부터 전승된 사농공상의 신분 서열이 아직도 판을 친다. 그래서 나라가 근대화에 뒤져서 망국으로 치달았다. 과학 기술을 숭상하고 이공계 인재를 우대해야 부국강병이 달성 된다. 박정희 시절 '기술인은 조국 근대화의 기수'란 말을 되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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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
2024.02.17 08:06:33
그냥 반도체도 의사보고 만들면 된다. 뭔 걱정이냐. 지금도 앞으로도 문과를 택해야 출세하는 걸 모르셨네. 이과문제 전부다 이과전문분야 교수등과 상의하지 않고 문과 출신 관료,참모들이 결정하는데 잘될일이 있나. 기대하지마 이과생들은 문과의 개노릇만 하면되. 다시 말하지만 걱정하지마세요. 앞으로 한국 반도체,기계설비분야는 의사들한테 떠 넘기면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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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
2024.02.17 05:47:27
그게 아니라 서울대 전기공학부 들어갔던 분들의 머리가 공학을 제대로 하기에 부족했던 것이 진짜 이유겠지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 잘보면 서울대 갔겠지만, 그게 과학 또는 공학을 할 수 있는 창조적 지능을 갖췄다는 의미는 아니지요. 그중 지능이 좀 높은 사람이 더 공부해서 박사도 받고 그 분야의 최고가 됐겠고, 나머지는 지능이 모자라 도태되어 의사, 변호사, 경제컬럼니스트 등을 하고 있겠지요. 본인들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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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rking
2024.02.17 08:37:58
현재도 마찬가지 사농공상(士農工商), 변호사, 의사, 박사, 자영업자의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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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형통
2024.02.17 07:07:50
한편 이 나라 의사들은 지니계수 0.0001을 목표로 정부에 투쟁하고 있슴. 심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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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골
2024.02.17 08:22:40
이공계 박사학위 취득자가 대학교수가 되었을 경우를 예로 들은 거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공계 박사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국가 과학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motivation(성취동기 부여)을 고취시킬 수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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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n21
2024.02.17 08:53:46
원천기술 없이 선진국 기술로 생산을 해서 후진국에 파는 걸로 돈이 많이 되어 왔기 때문인데 이제 그게 잘 안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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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k
2024.02.17 08:45:53
이과 1등의 선택을 보면 나라의 장래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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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해소
2024.02.17 08:33:01
학습 능력은 높은데 가치관은 좀 거시기 하네.착한 탐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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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골
2024.02.17 08:20:38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근원부터 파악해야 한다. 보통 이공계 대학교수가 되려면 학부 졸업후 석박사 과정 6년 정도(군생활은 별도), 박사후 연구원 3 - 4년, 대략 10년 연구기간을 거쳐 교수직 등에 지원한다. 경쟁률이 보통 10대 1정도로 하늘의 별따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힘들게 교수가 되어도, 지난16년 대학 등록금 동결로 요즘 수도권 보통 대학의 조교수 초봉이 6천만원 정도이다. 세전, 월 500만원 정도. 정부연구과제 선정율이 보통 10% 정도인데 이마저도 최근에 연구비 삭감으로 훨씬 높아졌다고 한다. 예를 들어 연간 연구비 2억 받으면 20%인 4천만원을 학교가 개발보전비로 가져간다. 정부연구비에서 교수 본인은 인건비를 못받게 되어 있다. 인센티브가 천만원 정도인데 그마저도 70%만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과제 참여자 (학생, 연구박사)에 나눠주라고 한다. 이들은 연구비에서 월급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월 50만원(세전) 정도의 인센티브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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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2024.02.17 06:29:25
잠시 옳은 말씀? 이공계와 의료계 직장 경쟁. 명문대 공대에 미국 일본에서 학계와 산업체 경험을 쌓고 살다 보니 70을 넘었네요. 65세 정년 후 더 이상 일 안 합니다. 위 동서 의사에게 은퇴 안 해? 아직 한참 남았다며 돈 번다고 오버. 쓰러져 혼수 상태. 이런 분들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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